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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교육청이 작성한 징계 매뉴얼. |
전교조 연가 집회 참여 교사에 대해 교육청에서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3분 안에 진술하라’는 내용의 징계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30일 밝혀져 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서울 남부교육청(교육장 주영기)은 지난 26일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간 A4 용지 3쪽 분량의 매뉴얼 문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교육청은 징계 매뉴얼에서 징계 혐의자를 출석 시킨 뒤 신분 확인, 연가 집회 참석, 법 위반 인지 여부 등을 묻는 5개의 단순 문답을 벌이도록 했다.
이어 징계위원장이 “혐의자께서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간단히 3분 범위 안에서 말씀하라”고 지시하도록 되어 있다. 법으로 보장한 진술권을 3분으로 제한한 셈이다.
교육공무원법 “진술 기회 없는 징계는 무효”징계 관련 법률은 ‘징계혐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교육공무원 징계령 9조 2항),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징계의 의결은 무효로 한다(교육공무원법 50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동당 등이 ‘충분한 진술권을 주지 않는 징계는 불법’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내부 문서가 새로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징계위원장을 맡은 진 아무개 남부교육청 학무국장은 “질문에 참고하기 위해 우리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문서를 만들기는 했다”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징계혐의자들 앞에서 3분 이내에 진술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교육청 관계자는 “‘3분간 진술하라’는 매뉴얼은 남부교육청 말고도 K, B지역 2개 교육청도 똑 같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징계를 미루는 교육청을 하도 닦달하니까 교육청도 이렇게 3분 진술 제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지역 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교육부는 ‘진술 기회 박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아무개 교육부 교육단체지원과 사무관은 “전교조 징계 교사들이 하도 말을 많이 하니까 원활한 진행을 위해 3분 진술권을 주게 된 것으로 본다”면서 대수롭게 않게 답했다.
교육부 “문제 될 것 없어”...전교조 “법적 조치, 책임 물을 것”반면, 김민석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은 “교육청이 매뉴얼대로 ‘3분 이내에 답하라’거나 ‘간단하게 답하라’고 출석 교사들을 윽박지른 뒤 말을 더 하려는 교사들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도 “교육부의 강압으로 진행되는 이번 징계야말로 절차를 어긴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해 11월 22일 연가 집회 참가자 2286명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행정처분과 징계 등의 처벌을 하였다고 29일 밝혔다.
2000년부터 3회 이하 참가자 1850명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등 행정 처분했다. 4회 이상 참가자로 징계 처분 대상자인 436명(사립 44명 포함)의 60%인 263명을 1월 26일 현재 징계의결(감봉 5명, 견책 132명, 불문경고 66명)했다. 3회 이하 참가자로 밝혀진 나머지 60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59명)과 함께 무혐의 처분(1명) 했다.
징계 의결 절차가 남아 있는 나머지 173명 가운데 사립 39명과 해외체류중인 17명을 뺀 117명은 2월 5일까지 징계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