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 토론방
[평가] 초등학교 통지표 봐도 아이수준 통 모르겠네
[한겨레 2004-12-20 14:12] | |||
고씨는 “과목마다 실력이 어떻고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줬으면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점위주 짤막한 \'서술형\' 주로 많아
초등학교 통지표가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학업 실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서울 동부교육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사 1층에서 학력평가 통지양식 전시회를 열었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우리나라 초등학교 통지표와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7개 나라의 초·중학교 성적표를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회를 담당한 김홍미 장학사는 “나라별 성적 통지 방식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 평가방식의 개선점을 찾아 보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다”며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 교육관계자 등 1000명이 넘게 다녀갈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고 말한다.
이 전시회에 나타난 우리나라 초등학교 성적 통지 방식은 앞서 밝힌 ‘서술형’ 외에 ‘단계형’, ‘점수형’ 등이 있다, ‘단계형’은 과목별로 몇 가지 평가 영역을 제시해서 각 영역마다 일종의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국어의 경우 읽기, 말하기·듣기, 쓰기, 국어지식 등으로 평가 영역을 제시하고 각 영역에 잘함, 보통, 노력바람 등 등급을 매긴다.
‘점수형’은 학생 개인의 과목별 시험점수를 학급 또는 학교 평균과 대비시키거나 아예 개인별 석차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중·고교 성적 통지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초등학교도 10여년 전엔 이런 방식을 주로 썼다. 김 장학사는 “관내 40여개 초등학교 가운데 단계형이나 점수형 통지방식을 쓰는 학교는 1~2곳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서술형”이라며 “전국 거의 모든 초등학교가 서술형을 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시장에 비치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실제 통지표(서술형)를 보면, 영어 과목의 경우 ‘듣고 따라하기에 열심히 참여하며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학습태도가 능동적’이라고만 나와 있다. 또 수학은 ‘혼합 계산에서 ( )와 { }가 있는 식의 계산 순서를 알고 있으나 계산 능력이 미흡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만으로는 학생의 영어·수학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도무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전시회를 찾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니 우리 통지표 양식은 매우 틀에 박혀 있고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거의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낯이 뜨거웠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독일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 1인당 통지표 분량이 무려 에이4(A4) 용지 10장이나 됐다. 수업 태도·영어·영어 보충수업·독일어·수학 등에 각각 1쪽씩, 체육·음악·미술·컴퓨터 등 나머지 과목에 각각 반쪽씩의 분량을 할애했다. 각 과목을 일단 4개 정도 평가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을 또다시 5~6개 세부 평가항목으로 나눠서 각각의 항목을 성취 수준에 따라 5단계로 평가하는 등 평가방식이 자세했다. 이는 단계형 평가에 가깝지만, 과목마다 기술된 서술형 평가 내용도 학생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하게 담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초등학교는 통지표에 과목별 성취 수준을 13단계로 표기하고, 학생의 장점과 부족한 부분, 다음 학기 공부를 위한 조언 등을 자세히 쓰고 있다.
영국 한 초등학교 통지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서술형이지만, 평가 대상 학생에 대해 아주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교사의 서술 내용이 에이4 용지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데,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학기) 조나단은 매주 영어 철자법을 배웠고 받아쓰기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dr, tr, chr 등 머리글자가 섞인 단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 폭넓은 독서를 즐겨 해서 나(교사)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책 읽기를 계속하면 논술 능력이 오를 것이다. … 수학에서는 나눗셈 개념을 알고, 정확하게 자로 선을 긋고 도형을 그리며, 반사대칭을 이해한다. ….’ 서울시 교육위원회 안승문 위원은 “우리나라도 학교에서의 평가를 주관식 논술, 구술시험, 수행평가, 실기시험 위주로 바꾸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학생들의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덕성, 창의력 및 문제 해결력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신일용 객원기자 eduplus@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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