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속에는 우주가 들어있다는데
당신은 당신 자신인가?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당신이 '나'를 깨달은 때는 언제였는가?
나는 누구인가? 자아란? 자기란 무엇을 말하는가?

수많은 생명을 품은 바다처럼 무의식은 의식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음, 즉 무의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
즉 의식을 성숙하게 하는 창조의 원천이며 인간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창조의 샘이다. 인간이 진실된 마음으로 늘 깨어있는
자세로 살아갈 때 맞닥뜨리는 고통과 시련은 그사람에게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고통을 통해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정진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면 인간 자신은
새로워진다. '새로워짐'은 곧 자기실현으로 이어진다.
의식과 무의식의 모든 마음을 통틀어 하나된 인격, 인간의 모든
정신현상 전체를 자기라 한다. '깨어있음' 은 그러한 자기실현으로
가는 길이다. 자기실현은 개인이 가지고 있으나 아직 실현하지 못한
삶을 가능한 한 많이 실현하는 것이다.
자기실현은 바로 개인의 평범한 행복을 구현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빛과 그림자, 높고 낮음, 우월함과 열등함, 안과 겉, 합리와 비합리,
강함과 부드러움,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를 껴안고 깨달을 때, 자기실현의
길이 보일 것이다. 자기실현의 길목에서 대지에 발을 딛고 현실을 직시하며
살아가는 길은 외로운 길이다. 외로움 뒤에 숨은 지혜를 깨닫고, 자신의
열등하고 부정적인 면을 깨닫고 자기 안의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깨닫고
발전시키며 깨어있는 자기실현을 통해서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융의 분석심리학, 정확히 말한다면 이부영의 분석심리학의 탐구, 전 3부작을
만난 것은 나에게 축복이고 감사함이었다. 나와 대면하게 된 나의 컴플렉스들은
고통임과 동시에 차라리 기쁨이었다. 이제는 많이 웃는 외로움을 알고 싶다.

3부작의 마지막 권인 < 자기와 자기실현 >의 맺음말에서 이부영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집단이란 개인으로 이루어지는 것, 개인의 자기인식 없이 성숙한 집단을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의 자기 실현은 궁극적으로 집단사회의 정신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사회가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전체와
더불어 사는 방향으로 갈지, 개성을 질식시키는 집단주의와 획일주의의 통제사회로
변할지는 오직 개개인의 결단에 달렸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아니 바로 우여곡절 때문에 꾸준히 성숙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인식을 위한
전통종교의 소집단운동, 합리성을 지향하는 건전한 시민운동, 무엇보다 여성들의
자각과 사회참여, 이 모든 곳에서 무한한 발전의 잠재력을 본다.
자기실현 - 그것은 그냥 말이 아니다.
사회발전의 가장 작은 단위, 어느 날 강과 바다를 이룰 작은 물방울인 개개인의
자각이며 실천인 것이다. "

* 참고하고 인용한 문헌:
이부영 저 분석심리학의 탐구 1 그림자
분석심리학의 탐구 2 아니마와 아니무스
분석심리학의 탐구 3 자기와 자기실현 ,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