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의 여행수첩
그들이 사는 방법
서아프리카 세네갈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2008년 봄 무렵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은 처음하는 여행이라 무척 설레고 또 설렜다.
설레는 마음 부여잡고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한 공항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고, 수하물을 찾기까지 장장 2시간을 기다렸다.
그래, 그들은 그들만의 사는 방식이 있었다. 느릿느릿,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 내일 할 일도 내일 모레로 미루자... 이것이 그들이 사는 방식이라면 난 할 말 없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동양인은 나 혼자. 드디어 수하물들을 다 찾아 밖으로 나오는데,
다들 달려들어 내 가방들을 하나씩 가져가려고 하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그 중엔 택시기사들도 있었고, 택시까지 짐을 가져다주고 팁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일자리를 창조적으로 찾는 사람들이었다!
공항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그들은 잠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택시를 타러 밖으로 나오는 순간 느껴지던 바닷내음...
비릿하면서도 뭔가 어릴 때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는 포근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활력소가 된다.
여행을 하기 위해 어쩌면 우리가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다.
아프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가난'이라는 단어가 아프리카에 가면 오히려 잊혀진다.
그 다음날,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한 호텔 주변을 둘러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나라의 수도라는 곳이, 더구나 고급 호텔들이 모여있고, 대통령궁 바로 근방인 곳인데,
주변이 온통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한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길이 갑자기 뚝 끊겨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법한 곳도 있었고, 봉고차를 버스로 개조해 9인승 차를 50인승으로 만드는 저력까지 지녔다. 신호등은 사뿐히 무시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았으며, 차도는 사람, 차, 오토바이, 말, 염소로 뒤엉켜 있었다.
덕분에 첫 날에만 수 천 장의 사진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카메라가 손에 붙은 것 마냥 뭔가에 홀린듯 셔트를 눌러댔다.
그래서였을까? 그 곳 사람들은 동양인을 보는 것도 신기한데, 작은 동양 여자애가 얼굴만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변에 몰려들었다.
"사진 찍어서 뭐 할거니?"
"내 얼굴은 찍지마, 내 얼굴 찍어다가 엽서 만들어서 팔거 아니니?"
"넌 중국인이니?"
난 졸지에 구경거리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들에게 호기심을 한가득 가지고 있듯, 그들도 그랬다.
그 사이,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던 세네갈에도 변화가 있었다.
수도 다카르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꽤 멋진 신공항을 지었으니,
십여 년 전 예전 공항에서 나를 반겼던 푸근한 그 느낌은 이제 느낄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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