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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시골 초등학생의 겨울(12) - 팽이 만들기, 팽이 치기

구름의 노래 | 2018.02.05 06:18 | 조회 3462 | 공감 0 | 비공감 0

♣ 추억 - 시골 초등학생의 겨울(12) - 팽이 만들기, 팽이 치기 ♣

바람이 없고 따뜻한 겨울날에는 소나무로 팽이를 만들어 쳤습니다. 동시에 힘껏 팽이를 친 후 누구의 팽이가 더 오래 도는지 경쟁도 많이 했습니다.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는 아이들 중에는 오른손, 왼손으로 각각 팽이 질을 하며 팽이 두 개를 능숙하게 쳤습니다. 먼저 한 개의 팽이를 오른손으로 팽이질을 해 놓고, 또 하나의 팽이는 왼손으로 팽이 질을 하며 양손으로 팽이를 쳤습니다. 그 아이는 팽이치기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동네 아이들에게서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팽이를 세게 쳐서 ‘위잉~’하고 팽이가 울기 시작하면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팽이를 공중으로 살짝 떠올려 손바닥에 올려놓고 돌리기도 했습니다.

팽이 재료는, 산에 가서 나이가 한 5~6년 정도로 제법 굵고 목질(木質)이 단단하며 잘랐을 때 단면이 원형인 소나무를 찾아 톱으로 자른 다음 가지는 낫으로 쳐버리고 길이 1m, 지름 10 ~ 15cm 통나무 1개를 가지고 집으로 옵니다. 팽이 옆면은 껍질만 벗겨 내면 되기에 팽이 아랫부분을 잘 다듬어야 합니다. 팽이 아랫부분 원뿔 꼭지점이 팽이 윗부분의 원형 중심에 오게 다듬어야 하는데 그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시골 초등학생들은 물리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팽이 만들기는 동네 형에게서 동네 아우, 동네 아우에서 다시 동네 아우로 팽이 만들기 기술은 전수되었습니다.

팽이에 뭐 특별한 것이 있겠나 싶지만, 팽이 속에는 숨겨진 비율이 있습니다. 팽이는 전체 높이 비율이 원통 부분 3, 아래 꼭지 부분이 1인 비율일 때, 팽이 전체 길이가 팽이 지름의 1.5 배 비율일 때 가장 좋습니다. 팽이를 치기도 쉽고 오랫동안 돌며 울기도 잘 울었습니다. 팽이를 작게 만들면 치기도 어렵고 잘 넘어지기 때문에 좀 크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팽이 만들 소나무를 짚으로 길이를 가늠해서 팽이 지름과 팽이 전체 높이 1:1.5, 팽이 원통과 팽이 꼭지 부분이 1:4 비율로 자른 다음 팽이 아랫 부분의 정 중앙에 크레파스로 점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팽이 원통과 팽이 아랫부분 경계에 크레파스로 둥글게 한 바퀴 줄을 그어 줍니다.

다음으로는 팽이 아랫부분 다듬기를 시작합니다. 팽이 다듬기는 팽이 원통이 끝나는 부분에 원으로 그어 놓은 크레파스 원을 기준으로, 숫돌에 간 시퍼런 낫으로 일정 지점을 앏게 깎고 항상 그 맞은편 부분을 같은 두께로 깎아 냅니다. 이렇게 하기를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서 팽이 아랫 부분 깎기를 계속합니다. 주의해야 될 점은 팽이 아랫부분을 깎을 때에는 앏게 그리고 전체 균형을 골고루 살펴야 합니다. 이윽고 팽이 아랫부분을 다 깍았을 때에는 중심이 정 중앙인 원뿔이 되었습니다.

팽이채는 손에 잡기 쉬울 정도의 굵기로 길이는 팔뚝의 1.5배 길이의 오죽(烏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팽이를 쳐서 돌리는 팽이 줄은 닦나무 겉껍질을 벗겨내어 사용했습니다. 헝겊 팽이 줄은 칠 때 물을 묻히지 않으면 팽이 줄로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닦나무 팽이 줄은 물기도 있고 마르면 한 번만 물에 적셔도 오래 습기가 유지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닦나무 팽이 줄은 팽이 원통에 찰싹 찰싹 달라붙는 손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팽이도 개인 나름으로 꾸미기를 하였습니다. 팽이 원통 윗부분과 옆 부눈 모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색 크레파스로 원을 그려 주었습니다. 팽이가 돌기 전에는 거칠게 보여도 팽이가 일단 돌기 시작하면 색의 조화가 일어나서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팽이 아랙 부분 꼭지에 굵은 쇠구슬을 박아주었습니다. 팽이를 치는 장소는 얼음이 좋지만 그늘이고 추워서, 넓고 평평하며 땅이 단단한 마을 회관 마당에서 팽이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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