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용 기
(국립국어연구원 연구관)

1. 머리말

우리 국민들은 교과서 문장을 모두 옳은 문장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교사나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과서에 있는 문장에 젖어 글을 쓸 때에 이런 교과서 문장을 본받고 있다. 그래서 교과서 문장은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과서 문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훌륭하고 모범적이어야 할 교과서 문장이 신문이나 잡지의 문장에서 볼 수 있는 잘못된 표기나 표현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것은 교과서 문장이 교사나 학생들에게는 물론 국민들의 글쓰기 습관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런 교과서 문장의 잘못된 점을 찾아보고, 개선 방안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2. 바른 문장의 조건

글은 남에게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쓰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글을 읽었을 때 쉽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바른 문장이란 문법에 맞고 의미의 전달이 분명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말한다. 바른 문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문법적인 문장이어야 한다.
- 논리적으로 의미 전달이 분명해야 한다.
- 의미에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 어문 규범에 맞아야 한다.

위의 네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바른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바른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교과서 문장은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먼저 문법적이라는 말은 국어의 문법에 적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이 일은 내게 걸맞는 일이 아니다."라는 문장에서 형용사 '걸맞다'의 관형형은 '걸맞은'이라고 써야 한는데,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언제나 문법만 잘 지켰다고 해서 바른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하려고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자 집을 나섰다."라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린 곳이 없지만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있다.

셋째 의미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문장을 올바르게 쓰는 데 무척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는 친구들과 연락을 일체 끊고 산다."라는 문장은 '일체'라는 단어를 잘못 썼다. 이 문장은 부정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일절'이라고 써야 한다.

넷째 국어 어문 규범에 맞아야 한다는 것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글 전체의 효과를 위해서는 그 문장이 이룬 문단들이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어야 하고,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화려한 문장들은 글의 성격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3. 교과서 문장의 실태

3.1. 국어 표기의 문제

교과서 문장의 표기는 문법이나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교과서 문장을 살펴보면 틀린 부분이 많다. (* : 잘못된 표기이거나 비표준어 표시임.)

(1) ㄱ. 뿐만 아니라
ㄴ. *그리고는, *그리고 나서

(1ㄱ)의 '뿐만 아니라'를 흔히 접속어처럼 쓴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뿐'은 의존 명사나 조사로만 쓰이므로 접속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갈 뿐만 아니라 오기도 한다."나 "철수는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한다."처럼 쓰인다. (1ㄴ)의 '그리고는'과 '그리고 나서'와 같은 잘못된 표기도 교과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는 접속어이므로 '그리고는'과 '그리고 나서'와 같은 구성이 불가능하다. 각각 '그러고는'과 '그러고 나서'로 바꿔 써야 한다.

(2) ㄱ. 맞히다/맞추다, 알아맞히다/*알아맞추다
ㄴ. *삼가해 주십시오.

(2ㄱ)의 '맞히다'와 '맞추다'는 서로 구분해야 한다. "퀴즈의 정답을 맞추다."는 '맞히다'를 잘못 쓴 것이다. "한국 양궁 금메달을 맞추다."는 '양궁 선수들이 금메달을 주문했다.'는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버린다. '적중하다'는 '맞히다'이고 '견주어 보다'는 '맞추다'이다. 이런 점에서 '*알아맞추다'는 존재하지 않고 '알아맞히다'만 가능하다. (2ㄴ)의 '삼가해 주십시오'의 '*삼가하다'도 잘못된 표기이다. '삼가다'로 끝나는 말이므로 '삼가하다'로 쓸 이유가 없다.

(3) ㄱ. 장밋빛/*장미빛, 수돗물/*수도물
ㄴ. 머리말/*머릿말, 초점/*촛점
ㄷ. 시곗바늘/*시계바늘

사이시옷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3ㄱ)의 '장밋빛/*장미빛'은 표준 발음이 [장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