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 수곡초등학교 상담실에서 6학년 학생들이 이동갑 교사와 함께 성격유형검사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교사답게 말하세요!

학생도 인간인데…
교사 전에 상담자 돼봐요
학부모들과 협력해
이성문제 진로 따돌림…
아이들 고민 함께 나누고 참된 인간관계 가르쳐야죠

“아이들은 칠판보다는 교사와의 관계, 교사의 학급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 해결 과정 등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21세기의 학교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신뢰와 존중의 인간관계를 배우는 곳이라고 할 때, 아이들에게 참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인간적인 교사’입니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씻어 주고, 응어리를 어루만져 주며, 배우는 기쁨을 안겨 주는 ‘인간적인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평소 수업과 학급운영 과정에서 늘 상담자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학교 상담의 전도사’이다. 1993년 교사로 첫발을 뗀 이래 지금까지 상담을 교육의 중심에 놓고 아이들을 지도해 왔다. 상담을 통한 인성교육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크고 작은 교사 연수를 통해, 왜 모든 교사들이 상담자가 돼야 하는지, 어떻게 상담을 해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다른 교사들과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또 학부모들을 학교로 초청해 자녀와의 효과적인 대화 방법, 성격 유형에 따른 올바른 교육 방법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 교육을 매달 한 차례씩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교사는 “‘상담실은 문제아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수레의 두 바퀴처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학교와 가정교육의 연계와 협조를 위해서는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이렇게 학교 상담에 발벗고 나서게 된 데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전 5년여 동안 소년원에서 생활지도·상담교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조금만 일찍 자기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교사를 만났더라면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을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 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특히 집단상담에 대해 많은 연구와 실천을 해왔다. 담임교사가 40명 안팎의 반 아이들하고 일일이 개별상담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4년 동안 반 아이들과 함께 실시한 ‘한마당 집단상담’은 우리나라 학교 상황에 맞는 집단상담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당은 어떤 문제든 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큰 마당이라는 뜻이다. 훔치는 버릇, 폭력, 따돌림, 욕설,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 등 교실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을 아이들이 대화와 감정 나누기를 통해 스스로 해결해가는 방식이다. 한마당은 교사와 학생 누구나 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해 당사자와 참여를 원하는 10명 안팎의 아이들로 구성된다. 나머지 학생은 참관인이 되어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교사는 지난달부터 또 하나의 일을 벌이고 있다. 학교 상담실 문을 연 것이다.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초등학교 상담실 운영의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이 교사의 제안을 차윤웅 교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달 14일 상담실이 만들어졌다. 이 교사는 상담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학부모 상담 도우미 교사 11명을 뽑아 상담자의 자세와 상담기법 등을 연수하고 있다. 인근 산남사회복지관도 사회복지사 한 명을 상담실 상근 자원봉사자로 파견해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상담실에서 만난 6학년 박아영(12)양은 “우리 또래의 아이들도 이성문제나 진로, 따돌림, 공부 문제 등으로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는 일이 많은데, 그동안 마땅히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며 “앞으로 상담실을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