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계명 자신의 교직관, 학생관을 점검하라

교과지도 같은 활동은 비교적 영역이 명확하며 그 결과물도 눈에 보인다. 교사가 학생 앞에 왜 서 있는지 뚜렷한 것이다. 그러나 담임이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그것과 매우 다르다. 한 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담임과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서로는 전면적인 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그 만남의 성격은 매우 모호하다. 학급은 가족 같은 1차 집단도 아니고, 전적으로 기능적으로 만나지는 집단도 아니다. 담임은 부모처럼 아이의 모든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교과담당교사처럼 한 영역에 대해서만 부분적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담임으로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학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어떤 부분의 성장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 성적 올리는 데만 급급한 담임, 기계적인 조 종례와 행정적 지시로만 담임의 역할을 고정시키는 담임, 아이들의 모든 고민을 떠 안고 함께 허우적거리는 담임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제2계명 학급운영의 중심은 학생자치이다.

학급운영, 학급경영이라는 말은 사실 학급의 주체가 담임임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급의 주인은 담임이 아니라 명백히 아이들이다. 학급은 또래들이 모여서 학습과 문화와 생활을 배우고 교류하는 삶터이다. 따라서 사람 사는 사회의 규칙을 배우고 익히는 단위 역시 학급일 수밖에 없다. 이때 학급운영의 요체는 담임이 아이들을 잘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기들의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어야 하는데, 따라서 교실은 무엇보다도 민주시민교육의 장이어야 하고 자치의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교실 속에서 나의 자유․욕구가 남의 그것과 충돌할 때 그것을 처리하는 법, 서로 협력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존하는 법, 자신의 의견을 '공적으로' 남에게 말하고 남의 의견을 듣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자치'가 놓여져야 한다. 담임은 아이들 하나 하나가 권리의 주체로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조정하고 지도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학생인권과 자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제3계명 학교,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라

학교, 아이들의 특성을 무시한 학급운영은 소용이 없다. 강남 8학군에서 입시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급운영과 문화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농어촌 아이들을 위한 학급운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생에게 어울리는 학급운영 방식과 이미 머리가 클대로 큰 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방식 역시 달라야 한다. 남학생이냐 여학생이냐 혹은 남녀공학이냐 하는 것도 주요한 고려 대상이다. 학생들의 특성이나 필요를 파악하는 것은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지역의 특성이나 부모의 학력, 사회․경제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수적인 농촌지역 여학교의 학급운영 목표는 '여성으로서 당당하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몇 번의 탈락과정을 거쳐 자기 존중감이 없는 실업계 학교 아이들에게는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 찾기'가 진로지도와 맞물리는 게 필요할 것이다.
학교 분위기가 개방적이냐 억압적이냐 하는 것도 학급운영 방식을 결정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한 정보수집은 필수적이다.

제4계명 담임의 적성에 안 맞는 것을 억지로 하지 마라

아무리 좋은 학급운영 사례라도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 억지로 적용하려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러저러할 때 하는 학급운영 놀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담임 스스로가 몸을 움직이고 노래 부르는 게 영 어색하다면 놀이를 이용한 학급운영은 절대로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옆 반 남교사가 아이들과 목욕을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더라도 결코 여교사가 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교사라면 '모름지기' 해야 할 일은 많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놀이에 적합하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개발하면 된다. 혹은 아이들 스스로 놀이할 수 있도록 길만 열어주면 된다.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것은 담임 스스로의 적성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제5계명 도달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

너무나 형식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지만, 급훈 정하기는 담임의 학급운영 철학과 아이들의 학급자치 원칙이 만나고 표현되는 중요한 행사이다. 급훈은 그저 좋은 말을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1년 학급운영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학급운영 계획이란, 아이들과 담임이 스스로 정한 학급운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 하나 하나를 짜는 것이다. 그런데 학급운영 목표는 어떻게 세워지는가. 혹시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행사를 치르듯 학급운영을 해나가지는 않는지, 혹은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는지 점검할 일이다.
학급운영의 목표는 아이들 처지에 맞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장점들을 북돋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1년 동안 담임과 아이들이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학급운영 목표가 추상적일수록 그 목표 달성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그럴수록 하나하나 학급운영의 세목들은 그 좌표를 잃는다.

제6계명 꼭 해야 하는 것은 없다.

한 여교사가 있었다.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학생들을 내 자식들처럼 사랑해왔건만, 요즘 들어 아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모둠일기 쓰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모둠일기 쓰는 것을 마치 깜지 숙제라도 하는 것처럼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하나 하나의 생각을 읽고 학급 안에서 생긴 갈등을 푸는 데 모둠일기 쓰기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 교사는 아이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강요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실망하고 스스로 지쳐버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혹시 교사의 머릿속에 '모둠일기 쓰기' 라는 것이 절대화되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통해서보다는 교사의 욕심대로만 학급운영을 한 것은 아닐까. 학급의 모든 아이들에게 모둠일기 쓰기를 강요하기보다 마음 맞는 몇 아이들이 먼저 할 수 있게 열어주자. 훈화는 반드시 교사가 말로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리자. 좋은 이야기도 교사의 입에서 나왔을 때 아이들은 썰렁해 할 수도 있다. 좋은 글귀를 복사해 교실 한켠에 붙여놓는 융통성을 발휘해 볼 일이다. 공부에 지친 인문계 아이들에게 '교사가 장악하는 조 종례'를 고집하는 것도 이기적일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것은 없다. 학급운영에서 '반드시'가 너무 많으면 아이들도 교사도 지친다. 원칙은 중요하지만 어려운 것은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제7계명 백화점식 학급운영은 그만두자

3월엔 모둠 짜기, 반장 선거, 4월엔 집단상담, 5월 소풍은 학급잔치를 연결해서, 학기말엔 학급운영 중간평가를…. 학급운영 1년 계획을 짜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 바로 시기별 학급운영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계획성 있는 학급운영을 위해서 이러한 프로그램 설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온갖 프로그램을 열거해 놓고 시기에 맞추느라고 정작 학급운영 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그에 맞는 활동을 해 나가는 일은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학급운영 1년 계획은 학기초에 아이들과 함께 세운 목표를 구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을 기획하고, 진도를 나가듯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좋다는 프로그램, 남들 하는 프로그램, 매주 매달 하나씩 들어가는 프로그램의 나열은 교사를 뿌듯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행사 위주로 프로그램을 나열한 학급운영은 그 평가에 있어서도 결과 중심으로 보게 만들기 때문에 교사를 조급하게 한다. 온갖 물건이 진열돼 구색만 갖춘 백화점보다는 필요한 물건만 풍부하게 갖춘 전문매장이 필요한 때다.

제8계명 학급은 닫힌 체제가 아니라 열린 유기체다.

학급이라는 공동체는 담임과 반 아이들로만 구성된 닫힌 집단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들 가족의 구성원이고, 지역사회의 일원이다. 또한 그들을 가르치는 책임은 담임만이 아니라 각 교과교사들, 동네 어른들, 각 부분의 전문가들이 함께 지는 것이다. 아이들의 생활 공간은 교실만이 아니라, 가정이고 지역사회이다.
학급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적성, 욕구, 취향도 제각각이며, 아이들 각각이 처한 상황도 선호도 다 다르다.
담임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버리자. 담임과 대화가 잘 안 통하는 아이는 그 아이가 따르는 다른 교사를 연결시켜 주자. 사춘기 여학생에게 사모하는 남교사가 하는 얘기라면 담임 말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아이에게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면 학교 바깥의 상담기관에 의뢰하는 게 낫다. 지역사회의 어른들, 소외된 사람들, 역사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자. 농촌지역 아이들이라면 농사일손 돕기를, 도시 아이들이라면 동네 양로원 등으로 봉사활동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담임은 아이들을 꼭 싸고 떠 안는 사람이 아니라,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안내하는 사람이다. 이하 첨부자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