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상처에 함몰되지 않기-공부상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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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 지는 유무형의 흔적!
태어나 삶을 꾸려가는 모든 존재는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상처를 원하지는 않지만 상처는 존재 자체를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삶에서 상처의 많은 부분이 관계 혹은 관계역할에서 생겨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교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도한 변화가 너무 더디어서 지쳐가는 즈음에 굳어가는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 같았다.
학년 초에 만나게 된 숙제가 된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 반 도전의식 반이었다. 그렇게 애를 썼지만, 2학기가 되어서 확인한 ‘역시’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굳어가고 있었다. ‘왜’나 ‘어떻게’도 없이 아이들은 저희들에게 매우 중요한 나의 입과 눈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변화를 보려는 조급함이 어쩌면 아이들 보다 내게 더 상처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럴 즈음 이 책을 읽으면서 어깨의 힘을 빼야 한다는 편안한 각성을 하게 되었다.
‘~해 볼까?’가 공부인데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우리 아이들은 항상 비교나 경쟁의 구도에 집어넣으려는 어른으로 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누적이 되어서 공부에 대한 상처를 갖게 된다.
교육이 기능하는 것은 시도에 대해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고 그것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교’를 하면서 무엇을 하건 우열을 가리고 하다못해 취미를 가져도 타인에 대한 ‘비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발전하는 ‘나’로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 난 ‘나’로 해서 기분이 좋고, 남보다 못한 나는 취미조차 즐기지 못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서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이는 않는 타인의 시선과 노력으로 열매를 얻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결과지향적 관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과 다른 ‘나’를 목표로 하면 못할 일이 무엇일까.
저자는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 상처받은 아이에게 다가가기, 공부 상처의 유형 알기, 아이에게 맞는 공부 돕기를 이야기한다.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 편에서 저자는 학습부진을 이야기하고, 공부에 상처를 주는 가정환경, 계층,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나열되는 단어를 봐도 경제적인 문제와 빈곤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공부에 대한 상처가 없지 않다는 점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상처의 성질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빈곤한 경제, 환경, 문화의 차이에서 야기되는 것보다 자괴적인 면이 덜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못한다는 것 혹은 모자란 다는 것은 더 노력할 무엇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개성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을까?
울트라 슈퍼급의 다재다능함이 아니어도 한두 가지 재능으로 이 세상을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잘 하라고 격려를 해 주는 것에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가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에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이 정답이기도 하지만 인정해 주는 것도 정답일 수 있다.
분명히 제도의 문제가, 각박한 시류가 교육에 임하는 우리의 시각을 흐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대안 없는 강요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공부상처에 대한 답을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생각으로 선생노릇을 해야 하나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아마 저자가 바란 것도 이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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