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십 대가 알아야 할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미래>
6월 초까지 올린다고 약속했던 것이 글빚이 되어 이제야 갚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중학교에 처음 발령 받았을 때, 같은 교무실을 쓰던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20년 뒤에는 우리 직업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럴 지도 모르죠."
"진짜 잘 가르치는 강사 한 명이 찍어둔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띄우면 아이들이 그걸 보고 공부하는 거야."
"그럼 진짜 실업자 되는 거네요, 우리."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때마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4차 산업혁명'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 선생님과 나는 우리 직업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게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었던 전부였다.
나는 역사교사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수없이 많은 사건들 가운데 몇 가지를 건져내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사라져 간, 언론이 만들어 낸 신조어라고 생각했다.
SNS를 통해 서평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고 받아보게 된 이 책을 통해 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것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임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생산이 자동화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요체라고 한다면, 제조업 부문에서 자동화된 생산 설비가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저자가 지적한 대로 현재 구현된, 혹은 실용화된 인공지능 기술의 실상이 사실은 고도로 자동화된 논리적 연산의 집합체라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이미 꽤 진행된 셈이었다. 로봇과 IT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저자의 내공은 컴퓨터의 역사에서부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술적 변화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나만의 요약은 온전히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이다.
저자는 이 책이 허락한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깨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약한 인공 지능'으로, 이미 수십 년 전 컴퓨터를 통해 구현된 자동화된 연산을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이를 상황 판단과 대응에 접목함으로써 초보적인 수준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에게 충격과 동시에 환상을 안겨 준 '알파고' 역시 실상은 그간 바둑 기사들이 두었던 수많은 기보를 입력해 특정 상황에 가장 최적의 해를 구하는 연산 프로그램일 따름이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입장을 지닌 인공지능이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안심시킨다.
그러나 마냥 안심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듯, 현재 상용화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로도 인간의 단순 노동은 물론 지적 노동 또한 대부분 대체하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인간이 도맡아 왔던 노동을 인공 지능 기술이 적용된 로봇 같은 것들이 대신하게 된다면 로봇이 올린 소득은 누가 나누어 갖게 될 것인지, 로봇을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지식을 지닌 전문 인력과 그만한 기술이 없는 대다수의 인력들이 겪게 될 격차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수많은 과제들이 대두되고 있고,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교육과 관련되어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그것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해주는 일은 '아직까지는'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일정한 교육 과정과 그에 수반한 평가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관리, 통제하는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을 구분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과연 교육은 어떻게 될까? 교사들은 실업자가 되어버리고 말 것인가? 코메니우스와 헤르바르트 이래 수많은 교육 이론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걸 봐서 교육이라는 현상은 분명 복잡한 인문적 현상임에 틀림 없다. 이 복잡한 교육 현상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어떤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우리 교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과거를 돌이키는 것만큼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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