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쓴 책이 어느 때보다 많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일단 그 자체는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그 중 많은 책들이 본인의 경험과 실천을 드러내고, 방법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에 반해 이 책 '교사가 교사에게(우리교육)'에서 이성우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실천과 경험을 넘어 교사의 존재를 다시 묻고, 교육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이론과 실천을 넘나드는 글을 쓰긴 쉽지 않다. 교사로서 본인의 실천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생생한 실천이야 말로 어떤 이론보다 귀하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좋은 이론 위에서 좋은 실천이 나오고, 힘 있는 실천의 방향이 잡힌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동안 실천과 유리된 이론을 많이 접한 탓에 모든 이론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지만, 교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론 공부를 해야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실천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126쪽 부터는 이론과 실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온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역동적이며 비선형적이다. 타인의 실천 경험을 내 교실에서 적용하고자 하면, 단순히 방법만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갖는 교육적 맥락과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이성우의 첫 책에는 텍스트 전반에 깊은 공부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나는 현장교사 시절 교사문화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남교사 모임'에 나가지 않았었다. 이 책을 보니 '학교 친목회에 재미 붙이지 말기 바랍니다'(34쪽)란 글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 웃었다. 제목만 보고도 두 가지 의미 맥락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공부하는 교사들은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소모성 약속을 잡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친목회 등을 소모적 시간 낭비라고 보았구나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사적 관계와 공적 영역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이 확실하게 틀잡혀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114쪽부터 나오는 '진보와 보수 : 전교조의 명암' 편에는 전교조를 향한 결기어린 비판이 나온다. 언젠가 블로그를 통해서 한 번 보긴 했지만 전교조의 조직문화와 관행에 대한 서늘한 지적과 비판이 이어진다. '전교조 정파' - 본문에서는 종파 패거리 -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교사들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과 비판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경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미리 예측을 좀 해보자면, 저자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렇게 대응하지 않는 것이 운동에서 정파 활동의 특징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전교조를 포함한 현 시기 '조직 운동'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혼돈과 진통의 시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교육운동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저자는 이 과정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침 절친 권재원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이성우를 '강호의 고수'로 표현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교육 내공을 가진 두 사람을 가로지르는 공통점 하나는 진보와 보수를 동시에 상호지양하면서 교육의 본질과 균형을 고민한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두 사람은 잘 어울린다.
당장 교실에서 쓸 것을 찾아 오늘도 맞춤형 자료를 찾고 방법을 기술한 책을 편식 독서하는 많은 교사들에게 정독을 권한다. 아울러 텍스트의 여러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토론 거리'들을 두고 활발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