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 농인의 이야기, 수화, 소리, 사랑해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 농인의 이야기, 수화, 소리, 사랑해
(글 베로니크 풀랭 / 옮김 권선영 / 한울림스페셜)
청각장애인(책에서는 농인이라 칭한다.) 부모를 둔 자녀의 삶은 어떨까.
이 책을 든 까닭은 아주 단순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그와 비슷한 형편의 학생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11년 간의 교직생활 중.
많은 장애학생을 만났다.
그 중 두 번은 우리 반이었다.
자폐아 아이, 그리고 발달장애아이.
둘은 몹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둘을 위해 학급의 친구들은 배려를 생활화했다.
내 아이를 장애아동과 같이 앉혔다며 득달같이 쫓아오는 학부모도 없었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해였다.
다만,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나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장애에 대한 이론적인 바탕과 실제적인 경험이 몹시 부족한 그냥 초등교사였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번개와 천둥이 치는 어느 날,
수업을 듣다가 에어컨 뒤로 숨는 자폐아이를 토닥토닥 달래
자리로 앉히면서, 나는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알지 못 함에 속으로 울었다.
"무서워요. 무서워요."라던 아이의 목소리에 나 또한 두려웠다.
그 아이의 깊은 무서움을 알지 못했으니까.
미술 시간에 자기 앞에 주어진 8절 도화지에
이런저런 색깔로 두서없이 선을 그어와서는 내 앞에 대고 흔들었던 발달장애아이에게
나는 그저 " 아이구. 구불구불 선도 잘 그었네. 선생님 보여주려고?"
웃으며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 아이가 정말로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그것이 교사로서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그래서 선택했다.
수화로 말하는 세상에 사는 사람.
꼭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그들과 함께 지내고 생활하는 사람.
그 중에 내 학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른 책이다.
주인공 베로니크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이다.
짤막한 에피소드 위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기까지를 유쾌하고 쿨하게 적어둔 책이다.
읽기에는 그 양이 적은 편인데다가 저자의 문체가 워낙 청소년기의 우리 아이들과 닮아있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아아, 농인의 세계와 청인의 세계가 이렇게 다르구나.를
명확하게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으며
소리가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표현방식이
단지 수화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그들의 세상이 청인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p.141.
수화에서 시간의 개념은 몸으로 표현된다.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손을 앞으로 움직이고,
과거를 표현하려면 손을 뒤로 움직인다.
공간과 방향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랬다.
농인들의 언어에 대한 표현에 저 문장은 적확했다.
나 또한 저 문장을 통해 수화에 관한 정확한 개념을 세운 듯 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소리가 없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꽤 괜찮은 책이다.
인터파크도서 http://book.interpark.com/blog/kfox01/413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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