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를 읽고
1990년대 후반 열린교육이 태동하여 관주도하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고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열린교육 정책은 공보다 과가 많았던 것 같다. 열린교육을 철학이 아닌 형식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열린교육 시행 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을 같은 맥락에서 지적하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은 학교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도입하였겠지만 밑에서는 형식을 흉내 내기에 바빴다. 확고한 철학적 바탕 위에서 서서히 녹아들었어야 함에도 한국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와 접하면서 생채기만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 중심의 교육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혁신학교는 ‘행정을 하는 학교를 교육을 하는 학교로, 교사 가르침 중심의 학교를 학생 배움 중심의 학교로, 관주도의 타율에 의한 학교를 학교구성원들의 자율에 의한 학교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기존 학교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공교육 정상화 모델학교로서 혁신학교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앎과 삶이 일치된 교육을 지향하며, 혁신학교의 추진과제로는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경기도에서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였고, 추진 과정들을 자세히 기술하여 독자들이 혁신학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외국의 다양한 학교 사례를 기술하여 우리 혁신학교 모습과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공감되는 부분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열린교육이 강조될 때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고, 그 때 서울 모 대학의 유명한 교수님이 “열린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었을 때, 불쑥 “열병과 같다.”고 대답하였다. 그 때 그 이유를 "열병이 확 끓어오르다가 하루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교수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지금도 궁금하다. 그런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장관이 바뀌어서인지, 정책이 바뀌어서인지 모르지만 열린교육은 상처만 남기고 흔적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열린교육 세대’라는 부정적 언술만 회자되고 있다.
혁신학교가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저자의 혁신학교 2.0을 위한 구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의 변화는 문화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급하게 추진하다보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공교육 정상화 모델학교인 혁신학교 1.0을 넘어 혁신학교 모델학교인 혁신학교 2.0이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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