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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교컴

학교에서 책읽기1

꿈꾸는 섬 | 2010.07.28 00:26 | 조회 3906 | 공감 0 | 비공감 0

학교에서 책읽기 1(월간지 '좋은 엄마' 8월호에 실은 원고입니다)

 

  요즘 학기말이라 정신없이 바쁘다. 담임이어서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일도 있고, 학기말이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학교 일과시간 가운데 꼭 지키고자 하는 일은 아침 시간에 교실에서 책을 읽는 일이다. 기껏해야 한 십여 분밖에 되지 않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꼭 지키는 이유는 내가 독서광이어서가 아니다. 그 시간이 참 좋기 때문이다.

 

  얼굴이 상기된 채 교실에 들어서는 우리 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난 뒤에 책을 펼쳐 읽는다. 요즈음 읽고 있는 책은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다. 작고 여린 것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지만, 거짓과 위선에 대해서는 매섭게 비판하는 선생님의 큰 사상을 느끼면서 진즉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마음에 와 닿는 한 구절을 공책에 옮겨 쓴 뒤에 고개를 들어 교실 창밖을 바라본다. 바다가 아침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인다. 그 눈부신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책에 관한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단발머리의 어린 시절에 나는 시골의 조그만 초등학교 관사에 살았었다.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모두 제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는 심심해져서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의 도서실로 향하곤 하였다. 그 때만 해도 학교의 도서실 서가에는 대부분 위인전류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찾아낸 『안데르센 동화』, 『소공녀』, 『15소년 표류기』, 『보물섬』, 『비밀의 화원』등의 책들은 보물과도 같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불운한 소공녀가 되기도 하였고, 무인도에 표류하는 상상을 하였으며, 나만의 비밀스러운 화원을 그려보기도 하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비로웠다. 작은 풀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밤하늘의 별들이 내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동생을 업은 채 엎드려서 책을 읽는데 동생이 유난히 칭얼대었다. 여러 번 얼렀으나 마침내 동생이 울음보를 터트렸다. 할 수 없이 도서실을 나섰는데 그만 학교에 갇혀 버린 것을 알았다. 숙직 당번 선생님께서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문단속을 하고 가버린 것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복도에서 서성이다가 한참 만에 구출(?)되어 한동안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소녀는 자라서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상고에 진학한 나에게 화가가 되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졌던 미술대학 진학은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어서야 부모님을 졸라 대학 진학을 결정하였다. 미술학원 주말 반을 다니면서 부랴부랴 입시 준비를 하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진학반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몇 명의 학생들이 모여 도서실에서 스스로 공부를 하여야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선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세상이 어둡고 두려웠다. 그 때 헤르만 헤세와 루이제 린저의 소설들을 만났다. 새로운 세계를 얻으려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된다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인상적이었지만,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당시 사회의 인습에 굴하지 않고 창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니나’처럼 창작을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내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

 

  나는 미술교사가 되었다.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한 시간 반 동안 배를 타고 들어오는 섬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 발령 받았을 때, 섬이라는 낯선 환경 때문이었는지 단절감과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교사들이 있어 독서모임이 꾸려졌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일을 통해서 책읽기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같은 책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고 함께 공감하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함께 읽었던 책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화제가 넘어가기도 하였다.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읽기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일임을 알았다. 또한 교사로 사는 일은 서로 배우는 일이며, 아이들에게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비로소 교사의 삶과 화가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접어두었던 화구를 펼쳐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였다.

 

  생각해 보니 책읽기는, 내가 성장하는 길목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도 하였으며, 캄캄한 바다에 등대처럼 불을 밝혀주었으며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하였다. 아침햇살을 가득 품고 있던 바다가 파도 때문에 출렁인 듯싶었다.

 

  “선생님. 무슨 책 읽으세요?”

  생각에 잠겨서 곁에 온 줄도 몰랐는데 정아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우리 반 정아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 가끔 나에게 제가 읽은 책을 권해 주기도 하고, 추천 도서를 부탁하기도 한다. 그래, 곧 시작될 여름 방학 동안 읽을 책을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챙겨보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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