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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교컴
풍경과 상처
어제는 근무 첫날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위안삼았지만, 오늘 아침도, 낮에도 배가 뜨지 않을거라는 소식에 오후에는 그만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기다릴 것이 없는 삶이 이렇게 막막할까? 어제밤, 비바람 소리에 서너차례 잠에서 깨어 뒤척인탓이었는지 오후내내 비몽사몽 잠에 취했다. 저녁 무렵 깨어 기진맥진한 몸을 추스려볼까 하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바닷가에 나가 한참이나 앉아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물결은 잔잔하고 갯벌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 평화로웠다.
그리고 돌아와 어제부터 펼쳐들기만 했지 읽지는 못했던, 김훈의 『풍경과 상처』라는 기행산문집을 읽기 시작했다.
서문에 씌여있는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가 마음을 움직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현란한 문장에 길을 잃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읽은 다섯 편의 글 가운데 <건너오는 시조새들>, <겸재의 빛>, <정다산에 대한 내 요즘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건너오는 시조새들>은 황지우의 시와 을숙도 기행에서 만났던 철새들을 통해서 새라는 종의 기원과 시간의 지층을 연결시켜 쓴 글인데 그의 풍부한 상상이, 내 그림에서 공간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화면속에 표현되는 대상과의 거리두기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겸재의 빛>은 겸재 그림 속의 장소인, 울진 월송정과 망양정을 기행하면서 쓴 글인데, 빛 보다 그림 속의 인물이 되어 대상을 생각하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그가 인용한 김용옥 역 『석도화론』을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다.
<정다산...>이야기는 다산이 스스로를 부인하고 강진만에 유배되어 오게 된 경위와 강진만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오랜세월 강진에 유배되어 살면서 스스로를 부인하게 된 치욕에 대해서는 끝내 침묵한 것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로 글을 끝내서 여운이 깊었다. 그리고 특히 강진만 바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인용을 하자면 '내륙 깊숙이 나포되어 끌려 온 물의 포로처럼 사나운 산맥의 발치에 이마를 들이대고 고요하다', '초당은 우거진 동백숲에 가리워 심산유곡의 적막에 가라앉아 있고, 동암의 동쪽 옆으로 기진한 바다의 한자락이 끌려들어와 있다', ' 그 바다는 해남, 목포, 안좌, 흑산과 수로로 닿는 물길이지만 강진의 바다는 이어짐의 숨통을 옥죄이면서 산맥 사이의 적소에 처박힌 유배의 바다이다' 등의 묘사가 유독 시선을 끄는데 지금 내 심정 때문일까?
상처를 경유해야만 볼 수 있는 풍경, 그는 풍경을 시와, 그림과, 역사속의 인물을 끌어들여 해석한다. 그래서 미로 같은 문장들 속에서도 풍부함과 힘을 잃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풍경을 보는가? 내가 처음 그린 풍경으로 인식되는 그림은 '상처'라는 작품이다. 무너진 언덕의 붉은 흙을 그린 단순한 그림이다. 그때 왜 나는 그런 제목을 붙였던가. 그때 나는 풍경을 통해서 나를 보았다. 당시 내 존재가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고, 허물어진 붉은 흙더미가 나를 보는듯 하였던 것이다.
태풍과 함께 내 안의 뜨거운 것들도 다 빠져나가 버린 것 같은 지금, '섬은 내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갇히고 단절된 공간인가? 한세상에서 다른세상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인가? 아직도 대답하기 어려운 화두이다. 작업실에 가면 '荷衣 가는 길 - 時河'를 그리면서 되물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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