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쇄미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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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사람의 소소한 기록이라는 말에 끌림. ‘자존감을 갖고 사는 무명성의 사람’을 꿈꾸는 무명존감이란 별칭 또한 그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주변에 해주 오씨를 동무로 여럿을 두었는데, 그 또한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내력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행 중 전쟁 소식을 듣고, 피신을 하고 가족을 만나 피란을 하기도 하면서 정작 실감나는 전쟁터에서의 격동을 겪지는 않았으나 가장으로서의 살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대가족의 생계를 위한 구차스러움, 비겁함, 그리고 그 당시의 양반에게 당연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양반으로서 누릴 수 있는 부조리함까지 일일이 기록해 놓았다.
오희문의 일기를 보면, 대다수의 노비에게 신세를 지면서 살아야 하는 양반의 안분지족(?)의 삶이 전쟁통에서도 보이고, 당시의 출세에 대한 양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알 수가 있다. 유교의 폐단이 짙어지기 전이라 여자들의 위치나 입장이 후기 조선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그려져 있는 것 또한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 나타난다.
어떤 문화든 순정주의에 입각해서 고착화하려는 한 도태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조선의 유교가 그러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가치는 역사적 사료가 될 만한 많은 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의 치열함과 가족의 일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오희문의 일기의 주된 내용은 가족에 대한 것과 먹거리에 대한 것, 그리고 출세에 대한 것이다. 먹는 것의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고, 가족 공동체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개입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상당히 조선 후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쇄미록에서 양반 오희문은 대놓고 화를 내지도 못하고, 노비나 혹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속으로만 괘씸하게 여기는 소심함을 드러낸다.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관찰기록이라 할 만큼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내어, 오히려 진정한 일기로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대부분이 전쟁 중에 쓰인 것인데도 책을 읽으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전쟁을 묘사한 장면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기술이 아니어서 인 거 같다. 그래서인지 읽을 때에도 급해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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