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한·중·일 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역사 교재(참고서)가 출간됐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26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중·일 3국의 양심적 역사학자들과 시민사회인사 54명으로 구성된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중학생 이상 일반 시민을 위해 3년 이상 집필한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를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역사편찬위는 공동취지문에서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3국의 학자들이 분투해 각자의 고유한 역사의식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역사의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3국이 모두 역사의 진실과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일본 일각에서 저지르는 역사왜곡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일본의 한국지배가 갖는 불법적,강제적 성격을 본문 등을 통해 부각시키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피해규모까지 서술했다. 이는 지난 4월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일본의 새역모 교과서는 한국병합 부분에서 2001년도 교과서에 비해 왜곡을 심화,식민지 조선에서 자신들이 벌인 경제활동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했다. 또 3·1 운동의 원인이 된 헌병경찰통치를 폐지하면서 무력으로 억누르던 통치방법을 바꾸었다는 것만 기술해 육군병력 유지와 경찰 증원을 간과했다. 반면 한·중·일 공동 교재는 ‘일본의 한국병합과 한국인의 저항’이라는 부분에서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날 무렵 대한제국이 국외 중립을 선언한 사실과 이후 통감부 설치를 통한 한국 내정 간섭,군대 해산,사법권 강탈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재는 일본의 한국지배를 ‘병합’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분은 내용 합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던 것으로 ‘강점’이냐 ‘병합’이냐는 논쟁은 일본의 한국지배가 합법적이었는가,아닌가에 대한 한·일 양국 집필진의 판이한 역사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양국은 ‘한국 병합’이라고 기재하되 ‘일본은 한국을 강점한 것인가,병합한 것인가’라는 별도 칼럼을 실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대동아공영권에 대해 새역모 교과서는 일본어 교육,신사 참배에 대한 현지인의 반발 등 불리한 기술을 모두 삭제하고 일본군 병사의 동남아 독립전쟁 참가 등을 기술,식민지 해방전쟁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에 반해 공동교과서는 “대동아공영권은 구미 열강을 대신하는 일본지배를 치장한 논리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전쟁수행을 위한 자원·자재·노동력 조달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식민정책에 대해서도 새역모 교과서는 황민화정책과 창씨개명의 강제성,일본군위안부 동원정책에 대해 반발 내용을 기술하지 않아 조선인과 중국인 모두가 전시에 자발적으로 협력한 것처럼 오해의 여지를 두고 있다. 반면 공동교과서는 조선총독부가 각종 방법으로 창씨개명을 강요한 것과 일본패망 때까지 약 20만명의 한국 청년이 전쟁터로 끌려간 사실,8만∼15만명으로 추정되는 한국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대거 동원된 사실 등이 그대로 기술돼 있다.
한장희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