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놀이공간으로써 오두막에 대한 교육학적 고찰
주었지만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의 놀이문화이다. 아파트는 인간 생활을 개별화시켰고, 아이들끼리 만남을 통한 사회화의 기회를 앗아갔다. 그 대신 아이와 '미디어'가 교류하는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그런데 내가 발견한 오두막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자 사회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배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다락이나 벽장 등을 생각해 보면 그 안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감성을 풍부하게 하였다. 제도화된 공간인 안방이나 마루, 사랑방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다락방이나 벽장 등이 추억 속의 장소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비고츠키는 고등정신기능이 언어에 의해 매개된다고 보았다. 즉 인간이 문화를 내면화하는 데 있어 그 매개 기제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정신기능이 발달할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 개인의 수준으로 변형되어 내면화되는데 이것을 중재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 매개 기제인 언어가 구사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놀이 공간으로써 오두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은밀함을 보장하도록 외부 세계와 단절된 지붕과 벽이 있고,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마련돼 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은밀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경이다. 아이들은 왜 이런 환경을 좋아할까?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친구들과 나눈 대화들이 맥락을 형성하고 내 안으로 들어와 내면화되는 과정은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인의 경험과 삶에 대한 시간적 서사를 브루너는 내러티브라고 불렀다. 내러티브는 인간이 지식을 구성하고 삶을 풍요롭게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비고츠키는 언어(이야기)의 개입으로 개체 발달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아이들이 성인이나 또래 집단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그래서 중요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오늘 아침에 본 오두막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와 맥락이 형성되고, 추억이 되며, 생각을 촉진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이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마음 먹은 이 아파트의 설계자를 칭찬하고 싶다.
아마도 이 공간을 설계한 사람은 아이들에게 외부 세계와 어느 정도 단절된 은밀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곳에서 추억을 쌓아보아라... 이런 의도였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 환경은 비고츠키의 사회문화발달 심리학이나 브루너의 내러티브적 문화 발달 이론이 현실에 녹아들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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