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박사학위 환경미화원 지원자와 전문대졸 미네르바
아래 칼럼은 한겨레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2797.html
물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환경미화원 모집에 응시했다고 하여 화제다.
언론은 환경미화원 모집에 고학력자가 몰린 이유를 앞다투어 분석한다.
환경미화원은 구청의 정규직원 신분으로 정년인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고,
초임부터 연봉 3200만~3300만원을 받으며. 추가·주말 근무 수당을 더할 경우
한 해 수입으로 3500만원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4대 보험과 퇴직금도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사자가 이러한 동기로 지원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여튼, 이 일이 최근 우리 사회에 무겁게 드리워진 실업의 그늘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해당 구청의 관계자는 "박사 학위 소지자까지 응시할 줄 몰랐다"고 하면서
"공채에서는 쓰레기 나르는 능력을 볼 뿐 학위가 있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옳은 이야기다. 환경미화원도 나름대로의 직무 전문성이 있을 터이기 때문에
지원자 중에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하면 된다.
한편, 학벌 문제를 좀더 가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기 위해 미네르바 이야기를 해 보자.
며칠 전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가 긴급 체포되었다.
언론은 '전문대 졸업'의 '31세 실업자 청년'이 바로 미네르바였다는 점을 부각한다.
미네르바 스스로 자신을 '미국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 경력'이
있다고 밝혔었기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한 31세 실업자'라는 그의 신분은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환경미화원 모집에 지원할 수 있고
환경미화원을 뽑는 데에는 쓰레기를 잘 나르고 담는 전문성만을 볼 뿐,
박사학위 소지라는 것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동의를 한다면
마찬가지로 미네르바가 미국 석사가 아니고 국내 전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그의 경제 전문성을 폄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는 독학으로 경제 공부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대중의 입길에 오르내린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전에 물가 상승, 환율 폭등 등의
사전 경고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신호탄이 되었던 리먼 브러더스의 도산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한미 통화 스와핑의 필요성 강조를 비롯한
몇 몇 사안들은 실제화되기도 하였다.
특히 미네르바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의 권위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국가주의
국가관이 지배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대목에서 그가 가진 공부의 깊이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환경미화원 모집에 응시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고,
그의 환경미화원으로서의 직무 전문성만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 맥락에서 미네르바에 대한 판단 역시
그의 학력이 아니라 그가 가진 경제 전문성이 잣대가 되어야 한다.
자꾸 미네르바가 전문대 졸업의 31세 실업 상태 청년임을 부각하면서 그를 존경했던
네티즌들을 조롱하게 되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도 경제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강만수 장관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박사학위 환경미화원이든, 전문대 출신 미네르바이든, 서울대 졸업의
강장관이든 학벌이 아니라 그가 종사하고자 하는 직무의 전문성으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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