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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귀하

교컴지기 | 2018.01.17 09:45 | 조회 1145 | 공감 0 | 비공감 0

오늘 아침 교육기사는 교육부에 대한 날선 비판 일색이다.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선거 의식해 1년 미뤄(동아일보)", "교육부 오락가락... 지방선거 의식?(국민일보)", "차라리 아무것도 안했으면... 불통 교육부에 학부모 분통(매일경제)", "유치원 영어금지 1년 유예 '내년초 결정'... 현안마다 피해가는 교육부(한국경제)", "손대는 교육정책마다 분란... 여권도 김상곤 피로감(중앙일보)",


사설/칼럼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언어(중앙일보)", "유치원 영어금지 유예, 김상곤 교육부가 불안하다(경향신문)",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정책 얼마나 더 봐야 하나(서울경제)", "김상곤 부총리, 교육현장을 실험실 취급 말라(서울신문)"," 이번엔 유치원 영어금지 보류, 아마추어 같은 김상곤 교육부(한국일보)", "누가 강남으로 유혹하는가(국민일보)", "유아 영어수업 금지 여부 1년 뒤 결정… 교육정책 피로감(한겨레)" 등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수능 개편안 연기, 학교 비정규직 문제, 외고/국제고/자사고 우선선발권 폐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금지, 교장공모제 확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금지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의 성격을 보면 한편으로 교육계의 해묵은 적폐청산이자 동시에 정책대상 간 '이해충돌'로 읽힐 수 있는 것들이다.


기사는 지금 교육의 혼란과 교육부 흠집내기를 연결하려 애쓰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교육부는 몇 가지 이해가 갈리는 정책에서 선명하지 못한 행보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혼선을 보이고 있는 대부분의 교육정책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두가 지난 정부에서 결정됐거나 최소한 연속선 상에 있는 것들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 선행학습금지법, 내부형 교장공모 비율을 자율학교의 15%로 제한 등은 모두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일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에 관한 사항 역시 선행학습금지법을 시행하면서 당분간 유예했던 것을 그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법에 의한 '적용'을 하려 했던 것이다. 지금 교육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 교육부만 몰아세운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교육개혁이란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수리하는 것과 같다(우치다 타츠루)는 말은, 그만큼 교육개혁의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비슷한 생각으로 자신들의 정부를 선택했지만, 교육을 둘러싸고 형성되는 이해와 욕구는 정부를 선택했을 때 보여주었던 '비슷한 방향'이 아니다.


지난 시기 시민들이 갖는 교육분야 적폐청산과 교육적 이해충돌 조정 욕구는 교육부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표출된 바 있다. 교육부 폐지론이 공공연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였다. 이는 곧 '국가교육위원회' 건설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권위나 의사결정 권한에서 더 약한 '국가교육회의'를 겨우 시작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김상곤표 교육혁신 정책들이 줄줄이 좌초하거나 연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이해충돌을 조정하는데 서툴렀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의지가 약하거나 장관 주변에 있는 전문가들의 실력이 없기 때문일까. 오늘 아침 교육기사와 사설 칼럼은 '지방선거 유불리'를 말하고 있다. 정치논리가 교육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진정한 실력은 이러한 '정치논리'를 뛰어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을 교육분야에 적용하면 언제였을까. 아마도 새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이내였을 것이다. 그때 해야 할 일을 미룸으로써 마침내 지방선거는 다가왔고 표에 약한 정치인들은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증폭하고 있다. 오늘 아침 교육기사는 이러한 압박과 확대 재생산이 임계점을 넘고 있음을 보인다.


정치에 대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학문적인 정의는 데이비드 이스턴이 말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이다. 정치든 교육이든 자원과 가치를 배분하는 일을 주 임무로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합의된 권위를 바탕으로 자원과 가치를 배분하는 일은 무엇보다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전제로 한다. 현재 교육부가 가진 무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시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된 권위를 회복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그만큼 절박하고 아쉽다.


앞으로 교육부는 초중등 사무를 시도와 단위학교에 이양하고 대학, 직업, 평생교육에 전념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초중등 사무를 이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자치에 대한 철학의 공유, 그에 따른 방식과 절차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이후 교육개선의 향배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직전까지 교육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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