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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학생 참여 수업, 말뿐인 교실?
눈길을 끄는 기사 제목이라 읽어보았다. 골자는 2015 개정교육과정도 문제요, 교실수업이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항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사의 시작은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은 후 수학 학원에 등록했다는 대구의 한 고등학생 이야기다. 수학 점수가 떨어지면서 중학교 때보다 반에서 순위가 몇 단계나 밀렸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선행학습을 한 친구는 곧잘 따라가는데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지금이라도 학원을 다닐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의 말에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평가관'이 들어 있다. '반에서 순위가 몇 단계 밀린다'는 말은 평가의 목적을 '반에서 앞 순위'에 드는 것으로 두는 관점이다. 이 학생이 학원에 등록한 목적은 반에서 순위를 끌어 올리는 것이요, 학원은 이 학생의 '순위'를 올려주어야 한다. 성취와 순위는 다르다. 성취가 좋아도 다른 학생들이 더 좋으면 순위는 내려간다. 반대로 성취가 약해도 다른 학생들의 결과에 따라 내 순위는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순위를 올리는 방법은 문제 푸는 기술을 반복 연습하는 것이다. 순위를 올리는 공부, 즉 따라잡기식 공부는 비교육적 경쟁을 유발한다. 평가의 목적은 학습자의 발달을 돕는 것이고, 교사의 교수학습개선의 지표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모든 평가의 본 목적을 도외시하고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면, 더 나아가 이것을 '평가의 공정성'이라고 합의를 한다면(심지어 다수결로) 그 사회는 지적으로 매우 저급한 수준을 벗어날 길이 없다.
학생이 말한 '혼자 뒤처지는...' 이라는 표현도 오로지 친구와 비교한 나의 모습일 뿐이다. 학급은 다양한 아이들로 구성이 되고 그곳에는 배움이 더딘 아이가 분명 있다. 배움이 더딜 때는 학습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하여 이해를 가져가면 된다. 뒤처진다고 판단하고 따라잡으려니 문제가 생긴다. 공부는 누군가를 따라잡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평생을 누구를 따라잡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업을 구하고, 돈을 버는 사람은 대단히 불행하다.
만약 온 나라가 이 지경이라면 불행한 사람 천지가 된다. 불행한 사회는 각자도생을 위해 경쟁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 밖에 없다. 경쟁비용, 즉 교육비의 과도한 지출은 자녀를 갖기 두렵게 만든다. 출산율과 혼인율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출산율 자체를 높이려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기사는 수험생의 말을 빌려 수능시험 출제당국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면 풀 수 있는 수준을 출제했다"는 말에 대하여 "교과 범위에서 출제했겠지만 교과서 안에서 나온 문제는 없다"는 푸념을 옮긴다. 출제당국이 말한 것이 얼마나 신뢰로운 것인가를 한번에 판단할 순 없다. 다만, 기사와 수험생이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표현하는 한 가지 형식일 뿐 교육과정 그 자체가 아니다.
교과서를 교육과정으로 사고하는 문화 때문에(심지어 일부 교사들까지도), 지식탐구와는 동떨어진 진도빼기 수업, 학교시험 문제가 교과서 안에서 나왔느냐 밖에서 나왔느냐 같은 시비, 선행학습 여부에 대한 주기적 보고 등과 같은 몰이해적 교육과정 실행 사태가 넘친다. 사실 교육과정의 차원에서 보면 진도, 시험범위, 차시, 선행학습 등은 모두 본질을 벗어난 말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본질이 아닌 곁가지를 부여잡고 소모적 논쟁을 하며 에너지를 쏟고 있다. 평가의 본질을 벗어나 대입시 절차와 방법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그래서 대단히 소모적이다.
기사는 또한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학생 혼자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교과서'라고 소제목을 뽑았다. 수학 교과서를 학생 혼자 이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냥 혼자서 타인의 도움없이 교과서 안에 나온 문제를 풀어가는 것일까. 수학 교과서 중에는 학습자 혼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과 문제들이 있다. 이게 왜 문제라고 하는걸까. 교과서는 기본과제와 심화과제, 심지어 일부 학생을 위한 도전과제를 섞어 구성한다.
처음으로 수학교과서를 만난 학생이 교과서 안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배우기 전에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학습을 위해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이것에 관해 교사에게 도움을 받고, 친구와 협력하라고 학교가 있다. 수학 교과서가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가르침만으로 이해가 힘들다는 것이 지적돼야지 그 자체로 '학생 혼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교육과정과 교실수업의 문제를 탓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아니, 모든 교육과정의 개정은 교육과정 실행의 당사자인 현장교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사교육 유발, 난이도, 변별, 교과서 문제 등으로 교육과정을 협소하게 보면 안 된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밀고 들어온 교육 외적 논리에 주목하라. 거기에 엉킨 실타래의 끝단이 있다. 그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교과서, 교사 등만 문제 삼아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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