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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정책의 착각

교컴지기 | 2019.03.19 10:11 | 조회 778 | 공감 0 | 비공감 0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착각이 있다. 그 착각은 대단히 뿌리가 깊어서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그 착각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면서, 또한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정책은 무엇을 착각하고 있을까.


교육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몇 가지의 조건을 살핀다. 이 정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교육 밖의 상황, 이 정책이 실제로 수행될 현장의 사정, 이 정책이 수행됐을 때 참여할 핵심동력, 그리고 가용예산 및 조달방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등이 그것이다.


실제 정책수립 과정에서도 추진전략과 세부계획, 기대효과 및 후속조치에 대한 타산, 그리고 이런 과정에 이 정책의 대상이 될 구성원을 참여시켜 정책단위와 현장의 집단사고를 통해 정책을 안착시키고 혹시 있을 위험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사항이다. 정책의 실패는 정책가들이 이런 기본 과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앞서 말한 뿌리 깊은 착각이 부지불식간에 체화된 때문이다. 교육정책의 착각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1) 모든 정책은 '선의'에 기초한다


모든 교육정책이 선의에 기초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누구에게는 선의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정책은 시작부터 갈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정책가는 이 갈등이 더 큰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관리 범위 내에서 발생할 것인지, 정책을 표류시킬 정도로 폭발력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리더의 몫이기도 하다. 갈등없이 모두가 합심단결하여 성공으로 일로매진하는 정책은 없다. 어설프게 선의로 포장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2) 현장은 '도움'을 바란다


최근 '현장을 돕는', '현장을 지원하는'과 같은 꾸밈말이 정책 용어에 많이 붙고 있다. 어떤 정책이 현장에 유익함을 주면 만족감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는 낭만적인 착각이다. 현장은 도움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현장은 도움을 바라고,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면 좋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착각은 현장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좋은 정책은 현장에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3) 현장은 늘 합리적으로 일감을 '배분'한다


어떤 정책도 현장의 극소수가 참여할 것을 전제로 시행되지 않는다. 정책이 좋으면 현장 구성원의 다수가 참여하고 합리적으로 일감을 배분하면서 선순환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책 수행 과정에 숨어있는 매우 큰 착각이다. 정책은 교육이 상식적으로 작동하도록 현실을 개선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윤리와 도덕에 호소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계몽이다. 모든 정책에 모든 현장이 참여하지 않는다. 합리적 일감 배분은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능한 선까지 만들어지는 것이다.


4) 내가 헌신하면 현장은 '감동'한다


냉정하게 말하여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과 현장의 반응은 비례하지 않는다. 정책 단위가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은 모종의 사업을 생산하여 현장으로 내려보낸다는 일이다. 정책하는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스스로 말한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철학없는 내 헌신은 현장에 고통을 준다. 헌신이 강렬할 수록 현장의 고통은 배가한다.


5) 사업을 줄이면 교사들은 교육활동에 '집중'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는 교사들 간에 많은 편차를 갖는다. 어떤 방식으로 업무 정상화를 하더라도 소수의 열정적인 교사가 참여하고, 소수의 무열정 교사가 냉소 내지는 방해하며, 많은 교사들은 중간 지대에서 관망한다. 소수의 열정적인 교사는 늘 지쳐있고, 소진을 호소한다. 사실상 이들은 사업이 줄더라도 수업과 학생지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이것은 학교현장의 메커니즘, 문화와 관련이 있다. 사업감축->교육활동 집중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탈피하고 조금 더 깊게, 문화적으로 들여다 보아야 한다.


고백하건대 나에게도 착각이 있었다. 졸저 교육사유(2014)를 세상에 내어 놓으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안할 때의 일이다. (물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부 폐지론과 함께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꾸준히 제안됨) 내가 가졌던 착각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어느 정도는' 정치로부터 독립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담대한 교육전문가가 우리 나라에 십여 명 정도는 있을 것이란 순진한 착각이었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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