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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 시골 초등학생의 여름(02) – 국수 삼기와 양념, 육수, 고명 >
♣ 추억 - 시골 초등학생의 여름(02) – 국수 삼기와 양념, 육수, 고명 ♣
여름이 되면 아침은 밥을 지어 먹으나 점심과 저녁은 거의 국수를 먹었습니다. 국수는 마당에 있는 양철 아궁이에 얹은 큰 백솥에 삶았습니다. 양철 아궁이에 백솥을 얹고 불을 지펴 물이 펄펄 끓으면 국수를 넣었습니다. 국수를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젓다가 국수가 다 삶아지면 백솥을 들고 우물로 가서 넓직한 양은 대야에 삶은 국수를 붓고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찬물로 몇 번이고 씻었습니다. 깨끗이 씻은 후에는 한 사람이 먹기에 적당한 양으로 국수를 건져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뺏습니다. 우물물에 씻은 국수는 항상 탱탱하고 쫄깃했습니다. 우물물은 여름에는 손이 시리게 차갑고 겨울에는 미지근했습니다.
국수 양념은 시골 간장에 참기름을 조금 붓고 매운 풋고추를 아주 잘게 썰어 빡빡하게 많이 넣어 만들었습니다. 육수는 양파 두 세 개와 굵은 멸치를 함께 넣어 푹 끓여 준비했습니다. 고명은 텃밭에서 금방 베어 데친 부추와 담장에서 딴 애호박 삶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국수는 밀로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약간 거무스름하고 굵기가 통통했습니다. 묵은 김장 김치를 썰어 넣거나 길게 찢어서 국수와 함께 먹었습니다. 이 만큼만 해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국수 한 그릇을 먹고도 배가 부르지 않으면 국수 국물에 식은 밥이나 보리밥을 말아 먹었습니다.
여름 낮에는 방이 아닌 마당 감나무 그늘 아래 있는 평상에서 많이 지냈습니다. 점심은 평상에서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근처에 멍석을 펴 둘러앉아 식사를 했습니다.
♣ 부초 같은 인생 – 김용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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