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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기의 역량, 역량교육 관련 글 모음

교컴지기 | 2018.10.19 16:07 | 조회 645 | 공감 0 | 비공감 0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비판적으로 읽기

함영기(서울교육연수원)
이번은 다르다?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최근 저서 '제4차 산업혁명'의 서문에서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흥미로운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문제는, 새로 등장한 과학기술 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 나갈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류의 변화를 수반하며,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는 말과 같다. 이 변화는 규모와 범위, 복잡성으로 볼 때 이 전에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르다고 한다. 그가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근거로 든 것은 속도, 범위와 깊이, 시스템 충격이다.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로부터 농경생활로 이행한 첫번째 변화가 있었다. 이 농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 후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가속화된 1차 산업혁명, 19세기말~20세기초 전기와 일관작업열이 가져온 2차 산업혁명, 1960년대에 시작하여 반도체와 컴퓨터 및 인터넷의 확장으로 특징되는 3차 산업혁명이 있다. 3차 혁명은 컴퓨터 혁명, 인터넷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것이 슈밥의 말이다.
슈밥 자신도 지적하듯이 제4차 산업혁명이 제공할 기회와 도전의 기틀을 형성하고 일관성을 갖춘,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담론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담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이고 특별한 담론 역시 폭넓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귀결점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주도적으로 열고 이끌어갈 '교육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의 말의 배경에는 그동안 강조했던 '사회의 변화 - 교육의 변화'와 같은 패턴이 교육에서는 교육본위적 속성을 더 굳건하게 해야 하는 과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혁명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되었는가, 아니면 3차 산업혁명의 연장과 심화인가라는 문제제기는 기계적 구분을 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여전히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현재의 변화는 이전의 1차~3차 산업혁명처럼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아니며 3차 산업혁명의 특징적 요소들(컴퓨터, 인터넷 등)이 유지 혹은 심화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 질적인 전환인가, 산업적 언술인가를 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충격적이고 상징적인' 시합 후 미래사회, 미래교육 담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삶, 그리고 삶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관계라고 하는 것은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것인지, 이 변화의 과정에서 인간소외가 더 심화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혁명을 말하는 그들의 몫이 아니라 교육을 말하는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되었느냐, 3차 산업혁명의 연장과 심화냐를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근거와 배경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초연결, 초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획기적 변화의 지점들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고, 그보다는 근본적인 인간의 생산양식과 그것을 둘러싼 관계는 지속되거나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논의 자체가 산업적 언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편이 되었든, 사회의 변화가 인간의 보편적 행복을 보장할 것이냐로 논의의 초점을 옮겨보면, 오히려 이러한 시기 구분 담론을 넘어서는 과제가 추출될 수도 있다. '기술진화가 가져다주는 모두의 만족한 삶'에 더 기대를 하는지(이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화되는 정보 독점, 인간 소외, 사생활 침해, 디지털 중독 등 이것이 줄 부작용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적정 변화를 인간의 편에서 주도할 것인지. 이것은 관점의 차이를 넘어 공동 사고의 문제이다.

역량 이야기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이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내겠지만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은 오롯이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정신과 마음, 영혼을 함께 모아 지혜를 발휘해야만 우리에게 닥칠 문제들을 의미있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251쪽) 그러기 위해서 슈밥은 네 가지의 지능, 즉 상황맥략 지능, 정서 지능, 영감 지능, 신체 지능을 제안한다. 상황맥락에 대한 감각은 칸막이식 관점을 극복하여 새로운 동향을 예측하고 단편적 사실에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과 자발성이다. 정서 지능은 두뇌와 마음이 만나는 교차지점이라고 하면서 정서 지능이 뛰어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더욱 창의적 성향으로 민첩함과 빠른 회복력을 가질 것이라 보았다. 영감 지능은 의미와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슈밥의 입장에서 신체 지능은 강한 몸에 대한 선망이다. 리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강한 신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강한 배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네 가지의 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육을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또 전환적 관점은 필요하지 않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교육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계 바깥 논리가 '교육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교육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 분야가 너무 편협하고 자기 논리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의 외에 다른 것은 부차적이라면 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능력과 역량을 키우면 된다. 그러나 교육은 더 잘 살기 위하여 나를 가꾸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성장의 과정이요, 그 과정을 잘 이행한 사람이 결국 사회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보면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적 인재'와 같은 말과 같이 미래담론과 교육적 과제를 결합해 놓은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하여튼, 교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슈밥의 네 가지 지능을 함축하면 '강한 몸과 강한 배짱으로 두뇌와 마음이 만나는 가운데 끊임없이 탐구하며 단편적 사실에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메를리-퐁티도 말했거니와 우리가 몸의 작용에 주목해 오지 못했다는 것은 강한 몸에 대한 희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작용하고, 표현하며, 욕구를 드러내는 좀더 인간적인 형태의 몸 담론이다. 슈밥이 말하는 미래 사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창의적이며 강한 인간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닥칠 인간 소외와 불평등, 정보의 독점과 사생활 감시, 인권 등에 대한 더욱 풍부한 담론과 이를 적정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잇는 성숙한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이 선망하는 핀란드는 이번에 10년만에 국가핵심교육과정을 개편했다. 핀란드 국가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는 '학습의 기쁨과 학생의 능동적 역할'이다. 이는 우리가 말하는 권력 관계 중심의 학습자 중심 사고와는 다르다. 지금 2016년 핀란드는 교육과정 상의 포괄적 역량으로 사고와 학습, 문화역량/상호작용과 표현, 자기 돌보기/일상 꾸리기/안전, 다언어, ICT 역량, 직업생활과 창업을 위한 필수역량, 참여/권한과 책임 등 7가지이다. 실용적이면서도 학생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역량들이 외부에서 키워주는 것이 아닌 교육과정의 실행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체화되는 것들이다.

슈밥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긴장감이 떨어지는 역량 담론이 있다. 바로 마사 누스바움이 그의 저작 역량의 창조에서 거론한 10대 핵심역량이다. 열거해 보면, 1) 생명, 2) 신체건강, 3) 신체보전, 4) 감각, 상상, 사고, 5) 감정, 6) 실천이성, 7) 관계, 8) 인간 이외의 종, 9) 놀이, 10) 환경 통제 등이다. 왜 긴장감이 떨어질까. 누스바움이 역량을 설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것은' 사람을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원칙을 옹호했다는 점 때문이다. (역량의 창조, 44~52쪽)
뭣이 중헌디?

알파고 충격 이전에도 '협력'은 인간의 삶에서나, 수업의 장면에서나 강조돼 왔다. 아울러 협력적 인성과 같은 말은 미래교육에서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반성할 것은 미래사회 경쟁의 격화를 예상하면서 인간들끼리 관계 능력이 향상되어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허한 말을 관성적으로 '다시 말하기' 하는 것이다. 지난 시기 우리가 그토록 강조해 왔던 협력이라는 당위가 왜 수업사태 속에서는 '기계적 분업'으로 전락하여 학습의 질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지를 밝히고 그것을 본래의 필요와 이해에 맞게 일치시켜 가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차피 다가올 무한 경쟁의 시대, 무슨 직업은 10년 후에는 찾아 보기 힘드니 미래에도 유망한 어떤 역량을 키우고 집중하라는 기능적 사고를 넘어 학습의 기쁨과 인간으로 잘 살기 위한 제반의 요소들을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때로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관통해 왔던 산업화 시대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말이다. GDP로 표상되는 계량화된 국가경쟁력 담론에 함몰되어 압축적 고도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인권문제, 불평등, 인간소외, 계층분리 등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뻔하다. 그래서 미래교육 담론이 우리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을 담대하게 직시하고 더 급한 성장을 말하기 이전에 성장의 그늘에서 가져왔던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함께 말해야 한다. 슈밥이 말했던 티핑 포인트(기술진화에 따라 균형점이 깨지는 시점)가 다가 왔을 때 소수는 첨단 기술과 고급 정보를 향유하며 디지털 빅데이터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 다수는 그저 소외 속에서 생존만 이어가는 디스토피아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슈밥이 말하는 부정적 효과만 모아 보아도 디스토피아의 징후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교육하는 우리들은 다시 물을 수 밖에 없다. '뭣이 중헌디?" 2016.9.8



미래, 미래교육, 미래역량

 

함 영 기

서울교육연수원 교육연구관

 

‘미래’는 언제부터인가?


시간적 개념으로써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다. 지나간 날이 과거이고 지금 이 순간이 현재라면 미래는 지금 이후의 모든 시간에 해당한다. 이렇게 구분할 경우 현재는 이미 지나간 시간인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이를 구분하는 ‘찰나’에 해당한다. 결국 어떤 순간도 순간을 인지하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래서 시기 구분을 다소 확장하여 쓰기도 한다. 어제, 오늘, 내일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물리적 시간 단위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1년 주기의 삶을 산다. 나이가 그러하고 자동차의 연식이 그러하며, 건물의 연한과 회계연도 등이 또한 그러하다. 좀더 주기를 확대하면 세대와 세기가 있고, 오늘 우리에게 여러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는 ‘시대’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고대, 중세, 근대와 같은 역사적 구분 방식이다. 인류의 역사를 물질적 생산력의 발전 과정이라 생각했던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의 변화로 시대를 구분했다. 그는 원시공동사회, 고대노예사회, 중세봉건사회, 근대자본주의사회, 미래공산사회 등으로 시대를 구분했다.

 

올해 3월 이른바 ‘알파고 충격’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인간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가로, 세로로 각각 19줄이 있고 줄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361개의 착점으로 이뤄져 있는 바둑판에서 두 사람은 번갈아 돌을 놓으면서 승부를 가린다. 두 사람이 번갈아 돌을 놓는다는 것, 놓았던 자리에 또 놓을 수 있고, 패와 사석 등을 모두 고려하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고의 프로기사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겼다는 것 때문에 전 세계는 이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만들어가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는 2015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의해서다(클라우스 슈밥, 2016). 4차 산업혁명은 기술진화를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세계경제포럼보고서(2015)는 미래의 초연결사회를 구축하는 21가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제시하였다. 티핑포인트는 특정 현상이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극적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여기서 제시한 티핑포인트는 불과 10년도 남지 않은 2025년에 발생할 주요한 변화를 다루었다. 예컨대 최초의 로봇 약사가 등장한다든지, 3D 프린터로 제작된 최초의 자동차가 생산된다든지, 인체 삽입형 모바일 단말기가 상업화된다는 티핑포인트의 주요 사항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설렘과 불안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더 나아가 유엔미래보고서는(박영숙·제롬 글랜, 2016) 지금부터 30여년 후인 2050년의 변화를 예측한다. 디지털 기반의 인체 진단시스템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의 기능을 대신하며, 유전자를 편집해 신인류를 탄생시킨다는 미래 상상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을 사뭇 긴장시킨다. 그렇긴 해도 앞으로 다가올 34년 후의 세계를 그리는 2050년이라는 먼 미래는 교육을 고민하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아직은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사정에서 우리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미래교육의 기점은 어느 시기가 되어야 할까? 우리가 ‘미래역량’을 말할 때는 미래사회의 어떤 변화 속에서 대응할 역량을 말하는 것인지, 교육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 것인지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본 토론자는 기술진화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티핑포인트 기점인 2025년, 그리고 현재 초등학교 학생에게 미래역량을 적용하여 이들이 사회에 나오게 되는 시점인 2030년경을 결합하여 짧게는 2025년, 조금 더 길게 본다면 2030년 이후를 미래사회의 기점으로 사고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교육준비협의체가 미래교육 담론을 형성함에 있어 다수가 제출하는 의견들의 시기적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조작적으로 설정하는 시기이다.


물론 모든 미래는 현재적 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바로 지금 이후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때문에 2025~2030년 이후 미래사회를 상정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중고생들이 사회에 나갈 시점을 생각한다면, 바로 몇 년 후의 교육적 변화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협의체는 향후 몇 년간의 단기적 변화를 고려하는 가운데, 주로 2025~2030년 이후의 미래사회를 기점으로 교육적 과제를 추출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을 전망하는 방식

 

최근 ‘미래사회의 변화와 교육의 과제’를 말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식은 일정한 통념에 기초하고 있다. 그 통념의 전개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미래사회의 변화는 기술진화를 그 동력으로 한다는 것, 2) 그 변화의 폭과 깊이, 속도는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 3) 교육의 과제는 이러한 미래사회 변화에 적응할 인재를 키워 공급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 4) 앞의 항들을 기초로 미래역량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일종의 통념인 ‘교육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적으로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고는 교육의 역할과 위치를 수동적으로 제한한다.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 공급하는 일’ 외에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교육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이 바람직한 성장을 위하여 갖추어야 영역은 일반적으로 지식, 가치, 태도로 분류한다. 좋은 성장은 이러한 지식, 가치, 태도를 바탕으로 연속적으로 삶의 경험을 쌓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적 경험 사태를 누적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교육이 거듭될수록 경험이 심화되고 확장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좋은 성장의 결과로 인간은 지성, 감성, 인성을 기반으로 한 통찰력과 안목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반 과제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성장의 과정과 방식은 행복과 불행, 건강과 비건강, 미래지향과 과거지향, 혁신과 퇴행을 가른다.


그러므로 미래사회의 변화와 교육의 과제를 말할 때는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인간 능력의 개발이라는 측면과, 인간 그 자신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전인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역량의 개발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그럴 때 미래사회의 변화와 여기에서 도태되지 않는 인간능력 개발이라는 외부 요인을 넘어 인간 그 자신의 바람직한 성장으로 타자와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미래교육을 전망해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래교육은 기술진화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토론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벌어지고 있는 미래교육 담론에서 마치도 1957년 10월 스푸트닉 충격 이후 미국 사회가 보였던 전사회적 교육개혁 분위기를 읽는다. 당시 미국 정부와 학계는 스푸트닉 충격이라는 외부 요인을 맞아 ‘교육의 임무는 국가 발전에 복무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교육과정은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학문중심교육을 강화하는 흐름으로 선회하였다. 미국 정부는 당시의 충격을 기점으로 국방교육법을 제정하고 항공우주국을 설립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미래사회의 변화와 그에 적응하는 교육적 과제는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해 왔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2016)은 티핑 포인트와 관련한 제4차 산업혁명의 23가지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각각의 방법론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 예측불가능한 영역, 현재 동향을 정리하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래교육 담론은 대체로 긍정적 효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슈밥이 말하는 부정적 측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가령 응답자의 82%가 2025년까지 발생할 것으로 본 ‘체내 삽입형 기기’의 경우 사생활 침해와 감시, 데이터 보안성 문제, 현실도피와 중독, 주의력결핍장애 발생 등을 부정적 효과로 보고 있다. 2025년까지 89%의 응답자가 발생 가능할 것이라고 본 ‘사물 인터넷’의 경우 사생활 침해, 비숙련 일자리의 감소, 해킹 및 보안 위협, 통제력 상실 등을 주요 부정적 효과로 거론하고 있다. 스마트교실의 외적 환경이 될 스마트 도시(64%가 발생 가능으로 응답)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감시, 시스템 오류에 따른 전체 도시 붕괴, 사이버 공격에 대한 취약성 증가 등이 주요 부정적 효과이다.

 

모든 방법론에서 빈도수가 높은 부정적 효과는 사생활 침해와 감시, 정보격차, 불평등 심화, 현실도피, 데이터 보안 등이었다. 인공지능 시대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에만 주목하여 미래교육을 장밋빛으로 그리거나 혹은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의 공급 창구로만 교육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한 미래교육 담론이 아니다. 무비판적 기술진화를 예찬하는 것을 넘어 적정기술의 사용과 생태적 감수성의 고양, 격차 및 불평등 해소에 대한 민주주의적 접근, 사생활 침해와 감시, 사이버 공격 등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윤리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행동 능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슈밥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실용주의적 낙관론’은 미래교육을 주도적으로 전망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관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극복의 방법은 미래사회의 변화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교육이 민주주의를 확장할 것인지, 평등을 앞당길 것인지, 소수의 정보 독점을 해소하여 자원공유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에 부응할 것인지는 미래역량을 고민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이다.

 

역량의 구성

 

현재적 기점에서 교육문제를 개선하거나 극복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능력 요소 혹은 미래사회를 주도적으로 열어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 등이 있다. 두 가지는 분리돼 있지 않다. 예컨대 ‘이질적 타자와 관계하고 협력하는 능력’은 현재 기점에서 경쟁교육, 선발적 교육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바람이 들어있으면서 동시에 미래 사회에서 주어진 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다. 거의 모든 역량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지능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 상황 맥락(contextual) 지능: 인지한 것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

■ 정서(emotional) 지능: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결합해 자기 자신 및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

■ 영감(inspired) 지능: 변화를 이끌고 공동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의 목적, 신뢰성, 여러 덕목 등을 활용하는 능력

■ 신체(physical) 지능: 개인에게 닥칠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신과 주변의 건강과 행복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

 

슈밥은 전형적으로 미래사회 변화 양상이 요구하는 인간 능력을 제시하는 산업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곳에서 제시됐던 핵심역량을 4가지로 단순화하여 4차 산업혁명기에 필요한 역량으로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학교의 시장화를 경계했던 마사 누스바움(2015)은 생명, 신체건강, 신체보전, 감각/상상/사고, 감정, 실천이성, 관계, 인간 이외의 종, 놀이, 환경 통제 등을 10대 미래핵심역량으로 제시하였다. 슈밥이 제시한 미래지능과 큰 틀에서 공통된 부분이 꽤 발견된다. 그러나 누스바움의 역량 접근법은 산업적 접근과는 다르다는 것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관심을 쏟을 역량은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개념적 의미에만 의존해 역량을 선정해서는 안 된다. ‘역량 접근법’은 한 가지 개념만 이용에 거기서 모든 주장을 도출하려는 이론이 아니다. (역량의 창조, 2015, 45쪽)


역량의 구성은 좋은 것을 집합적으로 열거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왜 역량 접근법이 필요한지, 특정한 목적에 따라 구성한 역량기준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전파, 발현되고, 또 학습자의 성장에 기여할지에 따라 역량을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누스바움은 역량 접근법의 주요한 전제로 ‘사람은 실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사회는 시민에게 어떤 선택 기회, 어떤 활동 기회를 주었는가’를 기초로 역량에 접근하였다. 이는 산업적 접근을 넘어 인간의 고유성과 존엄성에 가치를 두는 접근법이다.

 

10년 만에 국가핵심교육과정을 개편한 핀란드의 경우 교육과정 상의 포괄적 역량으로 사고와 학습, 문화역량/상호작용과 표현, 자기 돌보기/일상 꾸리기/안전, 다언어, ICT 역량, 직업생활과 창업을 위한 필수역량, 참여/권한과 책임 등 7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역량들이 외부에서 키워주는 것이 아닌 교육과정의 실행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체화되는 것들이다. 특히 국가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를 '학습의 기쁨과 학생의 능동적 역할'로 설정한 것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핀란드 국가핵심교육과정은 역량을 추출하고 제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이 교육과정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습의 기쁨, 그리고 능동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단지 학교가 외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 공급하는 기능, 그 이상이다. 즉 역량은 그것의 적용과 발휘 방식에 기초하여 구성돼야 한다. 예컨대 스마트교육을 함에 있어 콘텐츠와 수업방법보다 교육을 향한 ‘스마트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코딩교육에서는 프로그래밍 능력보다 알고리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사고이다.

 

또 하나는 역량이 구성되고 발현되는 환경과 관련한 미래지향적 체제이다. 이 체제는 ‘플랫폼’으로 정의돼야 하고 역량은 플랫폼 기반 위에서 구성, 적용, 발현된다.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이란 어떤 체제를 의미하는 것일까? 현재 학교-교육청-교육부-국가와 같은 단계적, 중층적 교육구조는 미래역량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체제일까? 당장 답을 구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래사회에서는 교육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여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은 우리가 구성하는 역량이 잘 구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소프트웨어적, 물적, 인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학습자가 ‘학습의 기쁨과 능동적 참여’를 느낄 수 있는 기반이다. 지금과 같은 정태적이며 관료적인 체제 하에서는 미래역량을 구현할 수 없다. 더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초연결을 지향하는 미래사회에서는 더욱 개방적이며 유연하고 스마트한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토론의 기회를 빌려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의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시론적으로 제안한다.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은,

■ 개방적이며 유연한 교육자원의 공유 지점이다.

■ 타자와의 연결을 통해 경험을 확대하는 곳이다.

■ 참여와 자치의 민주적 교육생태계이다.

■ 자율적 미래역량 구현의 필수 조건이다.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은 그 자체로 ‘복잡계’적 속성을 가진다. 복잡계는 인위적 구성물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기 전에 이미 복잡계는 나와 타자 사이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비선형적 접속과 분기를 거듭해 나가며 상호 감응하며 새로운 질의 지식과 가치, 태도를 창조적으로 발현하는 ‘계’이다. 여기서는 플랫폼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유연함과 개방성을 더하면서 감응의 기회들을 확장하는 것이 구성물들의 역할이다. 또한 이 플랫폼은 생명체가 상호작용하고 서로 감응하는 생태계이다. 생명의 질서에 대한 이해, 생명 존중 등 생태감수성은 이 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복잡계이자 생태계인 미래지향적 교육플랫폼은 개방적이며 유연한 느슨한 결합(loosely coupled)체제이다. 이것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조건과 방식은 민주주의이다. 세계시민까지 확대되는 이질적 타자와 협업하고 갈등을 관리하며, 때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민주적 소양을 갖는 것은 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지속가능성을 갖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미래역량은 민주적 교육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플랫폼을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한다.  


2016. 10. 9


미래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어떤 학교여야 하는가?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장학관 함영기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

미래교육미래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넘친다담론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양하다기술진화인구구조 변화글로벌 이슈 등은 주로 외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학교가 적응해야 한다는 논리다다른 한편으로 학교 구성원들의 내적 역량을 바탕으로 민주적 자치 생태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지금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주문이 내적 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교사들이 '미래교육담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보다 수동적방어적인 느낌으로 관망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는 전문가 중심의 담론 형성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교육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접근 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진화를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에 따라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이 담당했던 많은 영역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으로는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미래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같은 과정은 매우 혁명적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학교와 교사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담론 형성은 그것이 가진 선정성만큼이나 허점이 많아 보인다현재 산업구조의 변화가 정말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에 기초한 3차 산업혁명 이후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완전히 재편할 만큼 혁명적인 것인가부터 인공지능과 인간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학교의 진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에 대한 성찰 없이 학교와 교사의 변화만으로 미래지향적 교육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리까지 곳곳에 놓인 쟁점들이 만만치 않다.

 

다보스 포럼(2016)에서 발화한 4차 산업혁명 담론 이후 교육계가 받고 있는 요구는,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닉 발사 성공 이후 미국에서 있었던 교육계의 재편 요구와 매우 흡사하다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교육이 기술진화를 따라잡지 못하여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논리가 그러하고 교육 바깥의 전문가들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다른 점이 있다면 1957년 당시는 수학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지금은 핵심역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두 가지 다 인간의 생존 방편으로 말해지고 있는 까닭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넘친다.

 

이러한 담론과 이로 인한 교육계의 긴장감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또 다른 형태의 담론을 끊임없이 생산하며 '교육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도 그리 어긋나지 않는 전망이다토론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담론의 형성 과정이 이렇듯 주체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얼마나 선순환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생각은 내가 하고 행동은 네가 한다'는 것은 그동안 모든 운동과 정치교육과 훈육의 문법이었다진정한 미래지향적 교육은 이 전통적 문법을 바꾸어 그들(학생교사학부모나아가 시민)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말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문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참조하라는 수준 정도가 아니다미래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그동안 견지해 왔던 교육의 목표와 다르지 않다그것은 교육을 통해 '인간의 좋은 성장'을 돕는 것이다좋은 성장이란 지식을 능동적으로 구성하고 그 자신 삶의 주인이 되며타인과 협력하는 가운데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시민성을 기르는 과정이다오늘 우린 덜 성숙된 시민성이 어떤 고통을 주는지 연일 보고 있다.

 

미래학교와 교육모순

미래학교는 교육이 가진 제 모순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교육 불평등이나 격차소외소모적 경쟁 등을 그대로 안고 가는 미래학교는 오히려 교육모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진 애니언(1981)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지식과 관련한 연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질문을 던졌을 때 하류계층 학생들과 상류계층 학생들에게서 나온 답변이 어떻게 격차와 불평등을 내면화하고 있는지 밝혔다이 연구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자원에 따라 매우 다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이 사항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위치에 있게 될지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오즐렘 센소이·로빈 디앤젤로, 2012, 재인용). 

기술의 진화는 인간 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선사하겠지만 이와 비슷한 비중으로 정보격차와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교육은 미래사회에 적응할 인간을 키우는 과정이자 시대를 막론하고 바람직한 성장을 촉진하는 과정이다교육에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단지 기술진화를 극복하거나저항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고유성과 존엄성의 바탕 아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적 난제인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는 미래사회 변화와 기술진화의 시각을 벗어나 시대를 초월하는 교육자원의 독점과 배분을 둘러싼 경합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인공지능시대가 상징하는 기술진화가 가진 비중으로 인해 극복 방안 역시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거나기술을 잘 활용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다이런 이유로 교육 불평등 해소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기술진화의 관점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함영기, 2016). 좋은 미래교육은 모든 아이들을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한 아이도 소외됨이 없이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아 주체적인 시민이 되도록 조력하는 것 말고 더 좋은 미래교육이 있을까?

 

미래지향적 학교 상상

 

통념 속의 학교는 국가교육과정과 교육청의 지침을 받아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곳이다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잘 짜인 절차에 따라 여러 사업과 활동을 년주일 단위로 촘촘하게 배치한다학교교육은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초하기보다 안전하게 검증된 연간계획과 엄격한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진다교육현장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통념은 근대적 학교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작동된 학교문법이었다이 같은 방식은 학교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앞날을 예측하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이러한 통념은 앞으로 얼마나 더 유효할까?

 

학교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서로 얽혀 상호작용하는 생태계이다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면 앞뒤 순서가 모호하거나 명확하지 않을 때도 많다때로 학교는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그 구성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조직의 여러 곳에 가담하여 활동하고 나름의 질서와 문화를 형성해 간다그들은 서로 감응하며 지식과 경험을 주고받는 가운데 새로움을 만들어나간다외부인이 보기에 학교는 뭔가 베일에 쌓여있는 듯도 하고 변화에 둔감하며문화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학교는 기본적으로 잠재력을 가진 생태계이다학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미래학교를 상상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을 변화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보는 시선이다.

 

위와 같은 문제인식에서 미래지향적 학교를 상상하는 과정은 앞서가는 전문가들의 몫이 아니라 학교문화 형성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그리고 학부모와 시민이다학교를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기술진화가 가져올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학교를 그들의 언어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학교 상상을 가로막는 장애들이 드러날 것이다이 장애요소의 극복 없이 미래교육 자원을 더해준다고 학교의 좋은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미래학교는 상상 플랫폼으로 작동해야 한다아이들이 생각과 몸 표현 욕구를 발현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maker space) 생성하는 곳(studio)이어야 한다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미래교육 상상톡은 이런 전제들 위에서 운영된다단지 정책화를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을 넘어 미래학교미래교실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학교를 활성화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동력이 되게 하는 것이것이 상상톡의 목표이다.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에서 지금보다 훨씬 확대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미래사회는 구성원들의 자치와 분권그리고 자율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종종 미래교육을 말하면서 관료적 사고방식이나 경직된 일처리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를 본다학교와 사회가 관계하는 방식도 더 개방적이고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이를 보장하는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구성이 시급하다

근대교육을 상징하는 사각형의 교실과 일자형의 긴 복도 속에서 아이들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기 힘들다학교는 공부와 놀이쉼과 여백이 함께 하는 생태 공간이어야 한다미래교육은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이뤄진다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공간자문관 제도를 비롯한 각종 공간 관련 위원회를 통하여 미래지향적 공간 설계와 운영에 힘쓰고 있다토론자는 서울미래교육 정책화 방안을 기획하면서 미래지향적 교육 플랫폼으로써 학교를 아래와 같이 제안한 바 있다(서울시교육청, 2016). 

■ 학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에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거점

■ 학교는 타인 혹은 기계와의 초연결을 통해 교육적 경험을 확대하고 재구성하는 곳

■ 학교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학습해 나가는 참여와 자치의 공간

■ 학교는 생명체가 상호작용하고 감응하며 성장하는 개방적 친환경 생태 공간

■ 학교는 공작소(maker space, studio)’로 작동학생들은 수공노작과 미디어 생산의 주체

■ 학교는 학습과 쉼놀이를 즐기는 학생들을 위해 최대로 확보한 공유공간이 있는 곳


발제에 대한 의견


김진숙 부장님께서는 클라우스 슈밥의 핵심역량이 지향하는 인간상을 창조융합형 인재로 보고 상황맥락지능감성지능사회정서지능신체지능 등 네 가지 역량을 학습환경/맥락 및 학습 공동체의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았다학습자를 위한 학교의 역할 및 방향에서는 학습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실생활을 연계하고 사회와 학습자 개인의 층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유연성신뢰성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각 가치에 맞게 소개한 외국의 미래학교 실천사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풍부하다.


특히 우리교육이 요즘 고민하고 있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하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에 주목한다김 부장님께서 제시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는 곧바로 미래학교 추진 방향으로 제시되는데그것은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유연성신뢰성을 확보하는 것가치를 합의하는 과정지역사회 연계 및 새로운 교육방식에 대한 관심 등이다외국 사례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소 기계적으로 대응시키고 있기는 하나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유연성그리고 신뢰성은 토론자도 본문에서 언급한 바바람직한 미래학교를 상상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다현재는 개략적 방향을 제안하는 정도이나 앞으로 이 방향을 토대로 각급학교 조건과 상황에 맞는 추진전략을 기대해 본다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이다.

 

이화성 교장 선생님께서는 미래학교 여는 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는창덕여중의 미래학교 이야기를 해주셨다발표는 인프라 개선스마트 단말기 활용 등을 위주로 한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미래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초기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하고 있다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학교가 갖는 특성에 생태 개념을 잘 조합하고 삶과 분리되지 않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학교문화를 형성하겠다는 추진전략은 학생과 교사의 성장그리고 구성원의 사회적 기여를 이루겠다는 목표와 잘 부합한다다양하고 생생한 미래학교 실천 사례도 의미가 크다특히 열린 회의온라인 대화학교장과의 대화유연한 TF 운영 등은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학교 차원의 과제와 희망을 제시한 것도 현재 노정되고 있는 문제점이나 지적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 가지 드리고 싶은 제안은 창덕여중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전학년 과정중심 성장평가를 도입하자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가능하다면 부분적으로 학년의 경계를 허문 상태에서 주제통합수업과 교사별 절대평가를 도입하여 교육과정과 수업의 혁신을 가속화했으면 한다형식적으로는 전학년에 걸쳐 자유학기제를 확장적으로 실시하는 것인데현재의 준비 정도와 합의의 수준으로 보아 도전해볼만한 계획이라 판단한다.

 

김황 선생님께서 발표해 주신 온라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 기반의 미래학교도 흥미롭게 들었다사례에서는 칸 아카데미의 핵심 기능을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했는데 수학교과로 한정하고 콘텐츠와 학습관리시스템을 매개로 자기주도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여 학생들의 수학교과 기초학력을 신장하고자 하였다진단 단계에서는 학습결손의 파악으로 평가문항을 반복적으로 푸는 방법과 영상 콘텐츠 학습을 도입했다여기서 드러난 진단 결과를 처치하는 방식 역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본 학습에서도 성취기준 중심의 학습전개와 형성평가 등에서 영상학습을 도입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심화학습과 수학논술까지 나아가고 있다말하자면 이 사례는 각 단계에서 수준별 맞춤형 영상학습과 학습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모니터링으로 학습이력과 학습활동을 관리하여 학습력을 제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여기에 아바타를 결합하여 학습자에게 흥미를 주고 동기를 유발하는 장치가 있다전반적으로 학습자의 관심과 흥미에 기반하여 영상과 LMS를 결합하는 이 프로그램이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하겠다.

 

다만아이들 간의 협력학습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하여 수준을 나눌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학습단위를 형성하도록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이 사례는 정확한 진단과 (인지적학습효과에 비중을 둔 탓에 결손 파악 및 처치와 같은 과학적 교수기법에 의존한 느낌이 든다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여 인지능력 외에도 사회정서 능력행동 능력 등 학습을 통하여 이룰 수 있는 제반의 역량 요소를 고려한 사례를 기대해 본다.

 

<참고 문헌>

서울시교육청(2016). 서울미래교육 상상과 모색서울미래교육준비협의체 기초연구 보고서

오즐렘 센소이·로빈 디앤젤로(2013).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홍한별 역서울착한 책가게

클라우스 슈밥(2015). 4차 산업혁명서울새로운 현재

함영기(2016).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 불평등을 말하기”. 2016 서울국제교육포럼 토론문, 370-374


2017.4.13


교육전문직 역량기준 제안

교육전문직원은 장학사(관), 교육연구사(관)를 통칭하는 직군으로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에 근무하는 지방직과, 교육부 및 그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국가직이 있다.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묻곤 한다. '무엇을 교육전문직의 전문성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이 있지만, 현재 전문직들이 생각하고 있는 공통적인 전문성은, '맡은 업무를 차질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당신이 맡은 업무를 차질없이 처리하거나, 일의 순서를 정확히 알고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을 전문성이라 착각하지 말라는 말과 조정을 거쳐야 한다. 늘 있는 풍경이다.

이틀 동안 서울시교육청 중등 전문직 워크숍이 있었다. 작년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260명을 대상으로 주제에 따라 4개의 섹션으로 나누고 발제와 토론 및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해보다 강도 높은 토론이었다. 이튿날 각 섹션별로 나온 종합발표의 내용을 보더라도 토론이 상당히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통상 이 과정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연 1회 역량강화 워크숍이다. 그동안 정책 설명을 듣고, 간단한 토론을 하는 정도로 진행돼 왔다면 올해부턴 훨씬 더 진전된 방법으로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교육전문직의 직무를 재정의하고 그들의 전문성 기준을 합의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전문직에 대한 구체적인 직무기준이 모호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을 막론하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책무성을 규정하고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분권과 자치시대를 맞아 그에 맞는 맞춤형 현장 조력이라는 전문직의 역할보다 정책사업 추진과 점검에 주력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과중한 업무로 인해 폭넓은 소양을 쌓을 기회가 없어 실무능력 외에 교육전문가로서 안목을 갖추는데 한계가 있어 서울미래교육의 시행을 앞두고 풍부한 상상력을 갖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는 전문직이라는 표현이 관료체제가 엄존하고 있는 가운에 다소 한가한 제안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전문직이 가져야 할 통합적 안목과 풍부한 상상력이야 말로 현장을 변화시킬 전제 조건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서울학생 역량기준(2015), 서울학생 미래역량(2017),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2015)을 마련하였고, 교육연수원의 위탁 연구를 통하여 교장역량요소(2016)를 개발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조력할 전문직의 역량 기준은 아직 합의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 교육전문직이 갖추어야 할 역량 요소가 마련하고 교육전문직의 ‘전문성’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직 역량강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교육전문직 역량기준'은 서울교육전문직원이라면 최소한 가져야 할 직무의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이에 따른 연수과정, 자기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요한 참고 사항이다. 제안하는 교육전문직원의 역량 요소는 크게 지식, 가치, 태도 측면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기준으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역과 역량요소에 대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서울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공통 요소들은 교육부나 타시도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교육전문직 역량기준(안)

지식 영역
- 지식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 지식과 상황을 맥락적으로 연결하기
- 업무에 대한 배경 지식을 이해하기
- 주어진 정보를 종합, 분석, 비판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가치 영역

- 다양한 층위의 구성원과 협업하기
- 심미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이해 능력 
- 공동체, 생태, 다문화, 정의, 비차별 등 미래지향적 가치 이해
- 건강과 여가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기

태도 영역

- 개방적이며 유연한 자세로 공동 활동을 이끌어 내는 능력
- 현장에 동기를 부여하고 조력하기 
- 원만하게 관계를 맺도록 돕고 갈등을 조정하기
- 공정하게 점검하고 평가하기
- 현장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하기

OECD 방식으로 지식/기술/가치 및 태도 영역으로 분류하여 재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 대한 역량기준, 교사 전문성 기준은 이미 공식화한 만큼 그것을 어떻게 조력할 것인가가 전문직의 핵심적인 역량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전문직원의 역량강화는 형식적으로는 개인역량 개발과 집단역량 개발이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업무관련 전문성 신장과, 시민적 소양 함양이 있다. 구성원 간 학습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경험은 교육전문직원의 형식적 내용적인 성장을 가져온다. 각자 속한 단위 혹은 단위를 뛰어 넘는 연결을 통하여 학습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교육연수원을 통하여 진행되는 교육전문직원 대상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내용 모듈을 개발해야 한다.

참고로 지난 해 서울교육연수원은 90시간의 역량강화 연수를 시범 운영하였으나 업무를 진행하고 저녁에 연수에 참여해야 하는 관계로 참여가 저조하였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휴식과 재충전 기회 및 문화적 소양 강화를 포함하는 전문직 역량강화 모듈을 개발해야 한다.

2018.3.15



디지털 시민성의 맥락 


함영기(서울특별시교육청)

 

1. 인성

 

개념은 맥락을 동반한다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다그동안 우리가 사용해 왔던 인성시민성민주시민성세계시민성 등과 같은 말들은 각기 고유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personality, character, human nature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할 수 있는 인성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성품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의 특성이다그러나 인성교육진흥법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편의적으로 쓰인다인성교육진흥법 제2조 제2호는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으로 예(), (), 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배려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가치 또는 덕목을 말한다.”고 적고 있다이는 인성교육이 필요한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인성을 개념화한 것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적 인재이다본시 창의적 인간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식과 질서에 회의를 품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창의융합적 인재만으로는 너무 자유로운 인간이 될까 걱정이 되어 바른 인성을 앞세웠을까아무래도 어색하다기능적 조합이기 때문이다.

 

2. 시민성

 

시민성(citizenship)은 어떤 시민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치관행동 양식사고방식기질 따위의 특성을 말한다어떤 시민에서 시민은 국가 및 시민사회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 자이다보통 시민성은 국민성과 대비하여 개념을 살피기도 한다어휘가 주는 이미지 역시 그것이 사용된 맥락과 관계한다위 시민성의 개념에서 어떤 시민을 어떤 국민으로 바꾸면 국민성의 의미가 된다다른 것은 국가를 강조하는가시민사회를 강조하는 가이다근대에서 탈근대로 넘어오는 사회진화의 과정은 국가주의로부터 시민사회로 이행하고집단으로부터 개인으로 그 중심이 이행한다.

 

3. 공동체

 

유기적 통일체로서 공동체(community)’ 역시 쓰이는 맥락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가진다관계와 협업을 강조할 때 공동체는 긍정적 이미지이지만 집단의식을 강조하는 말로도 읽힌다이때 공동체는 개인의 고유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개념이다최근 유행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선순환적으로 유지성장 하려면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혹자는 공생과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성(commonness)’을 제시하기도 한다공동체의 바탕이 되는 정신이 공동체 의식이라면공동성은 공동체 바깥을 상상하며 한정된 우리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4. 민주시민성

 

민주시민성은 민주적 공동체 안에서 시민의 권리 향유와 의무 이행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타인과 더불어 의사소통하며 대화하는 기술공공성에 대한 이해와 참여 역량비판적 사고와 대안 제시 능력을 포함한다최근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넘어 생활 민주주의일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과거의 가부장적위계적 관행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민주적 소양은 가정과 직장에서 평화로운 삶을 위한 미시적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신을 포함한다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키려는 마음권리에 따른 책임의식차별과 혐오를 외면하지 않고 정의롭게 참여하려는 마음은 모두 민주시민성의 범주 안에 있다.

 

5. 세계시민성

 

민주시민성이 대체로 일국 체제 하에서 시민의 민주적 소양을 이르는 말이라면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은 지구촌을 연결된 하나로 보고 상호의존적 세계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자질이다기후변화인종차별다문화분쟁기아에너지 고갈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가를 초월한 공동 대응은 인류가 필수적으로 안아야 할 문제들이다세계시민성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지사회·정서행동 영역에 대한 이해와 실천 과제를 포함한다.

 

6. 디지털 시민성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 개념의 탄생 배경은 위에 열거한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여러 덕목과 연결된다디지털 시민성을 좁게 해석하면디지털 기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 간에 가져야 할 시민적 소양이다모든 PC와 모바일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여기서는 지식정보의 생산과 공유가 무제한으로 이뤄지며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이런 의사소통 구조는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따라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자원을 생산공유활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민적 덕성을 필요로 한다좁은 의미의 디지털 시민성은 과거의 정보통신윤리교육과 흡사하다.

 

디지털 시민성을 디지털시대 시민성으로 넓게 해석할 수도 있다4차 산업혁명시대혹은 미래사회라고 불리는 시대 구분의 특징을 자원과 수단의 차원에서 보면 공통적으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때는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양이 아닌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시민적 덕목이 필요하다여기서 생각할 문제 하나상황과 맥락은 어휘와 개념에 앞선다보통 사회적 맥락은 발달에 선행한다사회적 상황은 언어를 매개로 나에게 들어와 내면화되고공부를 통하여 고등정신능력으로 발전한다다음 문장을 보자.

 

내 친구 카메론은 다시는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한다며 투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스톤맨 더글러스고교 총기난사 생존학생 엠마 곤잘레스의 총기규제 시위 연설의 일부이다(2018. 3. 24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 중). 곤잘레스는 베트남전 당시 반전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청년 시위를 이끌었다곤잘레스는 SNS에서 행진의 기폭제가 된 ‘Never again(더는 안 된다)’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했다총기규제에 대하여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대했다한 달 후 파리런던시드니도쿄 등에서 디지털 전사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탰다조직이 주도하지 않았으나 세계사에 남을 평화시위로 기록될 우리나라의 촛불혁명 또한 마찬가지이다민주주의를 파괴한 권력에 맞서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하여 연결했고마침내 권력을 교체하였다이때 참여했던 모든 시민이 가졌을 마음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네트워크로 연락하면서 모이고 흩어졌던 시민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어휘로서 적합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토론자는 이것이 바로 넓은 의미의 디지털 시민성이었다고 생각한다이렇듯 하나의 어휘는 상황과 맥락을 만나 그 의미를 획득하고 개념화한다.

 

7. 교육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개념에 교육을 붙여보자인성교육시민성교육민주시민교육공동체의식 함양 교육세계시민교육디지털 시민성교육... 실제로 우리가 해왔던 교육이며어떤 것은 법령상 의무화되어 있기도 하다이 모든 교육들은 각각의 콘텐츠와 전문가군을 갖는다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과정도 넘친다측정 가능한 지표도 개발하고 있다우리가 핵심역량을 논할 때 보통 지식가치태도(OECD에서는 지식기술가치 및 태도영역으로 범주화한다이렇게 볼 때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원 이해연결해석 능력은 지식 영역이고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성의 발달과 공감 능력은 가치 영역일 것이다토론자는 이 중 태도 영역에 주목한다여기서 태도는 인터넷 윤리와 예절을 완전히 뛰어 넘는 개념이다디지털 시대 시민적 소양으로서 태도는 윤리적 책무감공공의 선을 위한 정의감으로 상황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력이다위에서 예로 든 총기규제 시위촛불 혁명 등은 디지털 시민성이 어떻게 시민들로 하여금 공공적 책무감 속에서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했는지를 웅변한다행위로 연결되지 않는 역량은 교과서 속에 박제된 지식과도 같은 죽은 역량이다의무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법이 아니어도평가 지표가 아니어도상황과 맥락을 통하여 확보되는 디지털 시민성은 생명력이 있다모든 법령은 오로지 시민의 생명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 이자료는 2018년 4월 18일 케리스와 박경미의원 공동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지금 왜 디지털 시민성인가" 세미나에서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장학관 함영기가 발표한 토론문임 



제대로 된 지식교육을 해본 적이나 있나?
데이지 크리스토둘루의 <일곱가지 교육미신> 비판적 리뷰

데이지 크리스토둘루의 일곱가지 교육미신에는 저자의 의욕이 넘치는 대목이 많다. 그러나 의욕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데는 힘이 부친다. 거기다가 전제의 오류, 의도된 확대해석, 공정하지 않은 비교 등으로 글의 권위는 갈수록 떨어진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지식관에 대한 정리 없이 바로 미신 분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미신을 때리기 위해 유령을 등장시킨다. 정작 지식교육 자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데, 몹시 부정 당하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세웠다. 현실 속에서는 그렇게 주장하는 '양식있는 자'가 없으니 유령이고 이는 끝까지 꼬이는 이유가 됐다. 시도때도 없이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이는 언론 기고글에서 지식교육 무용론 비슷한 것을 읽었다면 마땅히 그 층위에서 비판을 했어야지. 거기다 루소와 듀이와 프레이를 끌어오는 것은 무리였다. 

듀이가 경험의 연속적 재구성을 성장의 개념을 말했다고 해서 지식교육이나 교과의 존재의미를 부정했다고 보는 것은 대단한 넌센스이다. 듀이는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교과지식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요, 지식과 삶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지, 아동의 흥미와 경험에만 집중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 전제가 무논리와 비약으로 빠지다 보니 출구 없는 유령 때리기가 됐다. 아쉬운 점이다.   

역량교육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역량교육이 내세우는 공통 범주인 인지역량(지식), 사회/정서역량(가치), 행동역량(태도)중 인지역량의 핵심이 '지식을 축적 구성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인지역량은 사실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고, 그를 통해 지식 전반을 의심과 회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즉 지식교육의 중요성을 십분 이해하고 이를 포월하여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개념이다. 

특히 저자의 평가관은 협소하기 그지 없다. 저자는 지식교육의 효과를 학업성취도로 보고 있고, 이는 기존의 표준화 평가로 측정하는 결과로 보고 있다. 역량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방식을 피하고 지식교육과 역량교육을 대척점에 놓다 보니 지식교육의 결과는 측정 가능할만큼 학력의 상승, 역량교육의 결과는 학력 저하의 주범이라는 도식을 세우고 있다. 이 대목은 세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표준화평가에 평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귀결한다. 

영국인인 저자가 피터스의 저작들을 읽어보지 않았을리 만무한데, 왜 이렇게 지식관을 근원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과감하게 건너뛰고, 별반 권위 없는 얼치기 학자들이나 시장논리에 사로잡힌 일부 교육가들을 대척점에 세웠을까. 저자는 일부 이론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지식과 역량은 쉽게 분리될 수 없다고 한다.(199쪽) 내 말이 그렇다. 지식교육이든 역량교육이든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 중 지식과 역량을 분리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나. 

결론적으로 저자는 내용(지식교육)과 방법(암기방식)를 크게 (혹은 의도적으로) 혼동했다. 존재하지 않는 적을 유령으로 세운 다음 진지하게 비판하려 했으나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는데 힘이 부쳤다. 뒷부분 학력과 계급에 대하여 언급한 곳도 허술한 대목이 많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보겠다. 

아래 글은 2017년 2월 '교사전문성에 대한 압박'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나는 데이지 트리스토둘루가 이 글의 마지막 세 단락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연수원에 근무하고 있지만, 교사의 전문성을 연수만으로 신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 열심히 노력하여 전문가 교사의 경지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 교사의 전문성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무엇인가, 아니면 내적으로 형성되는가에 관한 문제는 오랜 교육계의 논점이었다. 상식적 답은 혼자 공부하고 어울려 공부하는 경험이 충분하고 거기에 적절한 외부의 자극이 붙는다면 좋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등의 선발적 교육관과 이로 인한 경쟁 분위기 때문에 교사가 다양한 수업을 디자인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상급학교로 올라갈 수록 그렇다. 현실의 벽이 너무 견고하다는 것이겠지. 물론, 이것이 교사가 입시과잉에 편승하여 단순 암기식 수업을 반복해도 면피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970년대에는 10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러던 것이 40만명 대로 감소했고... 이제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서울의 경우 지난 15년 동안 초등생 기준 31%가 감소했다. 이러한 인구변화의 기점에서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소 비틀어 볼수도 있다. 즉, 내가 전문가 교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압박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느냐의 문제인데,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남는 것은 내부의 압력이다. 바로 저출산으로 인해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소규모 학습 단위에서 소통의 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초등학교 때 혁신학교의 맛을 보고, 중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자유학기제(서울은 자유학년제, 탐색학기/집중학기로 나누어 1년 혹은 집중학기/연계학기로 나누어 1년)를 경험한 아이들이(제대로 경험했다면 아이들은 자기 표현이 강해질 것임)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교사에게 수업에 관한 요구를 하게된다는 가정이다.

저출산과 인구절벽으로 인한 입시과열경쟁의 완화는 아이들의 교실 문화에도 변화를 줄것으로 예상한다. 경쟁이 완화되면(물론 경쟁 성격이 변화되는 측면도 경계해야 함) 아이들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이것을 내부로부터 압력으로 보는데, 교사 입장에서 외부의 압박에는 저항할 수 있지만 내부의 압력은 저항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고... 일상적인 것이니 이 단계에서 아이들과 의논하고 합의하여 수업을 만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1950년대 후반, 구 소련에서 스푸트닉을 쏘아 올린 후 미국 교육계에 가해진 압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국방교육법, NASA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지적 전통주의, 여기에 미국식 행동주의 심리학, 학습내용의 계열화와 과학화, 수업모형의 도입, 평가요소 세분화, 명세적 교육목표 설정 등등 한마디로 사회적 필요에 따른 외부적 압력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그럼 이 시기에 교사들의 전문성도 최대로 신장했느냐... 그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육에 스며든 강한 표준화 및 효율성 논리가 교사들로 하여금 보잘 것 없는 투입으로 강한 산출을 내라는 압박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지금도 교육에 대한 투입은 저급한 수준이다. 교육비 투입이 OECD 국가와 비교하여 높게 나오는 것은 민간부문(사교육)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고 약 2.8%의 민간 부문 투입을 빼면 정부의 투자는 한심스러울 정도로 약하다. 외부로부터의 압박은 이렇듯, 교사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아이들로부터 건강한 압박을 상상하는 이유도 그것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우리가 선망하는 핀란드의 경우를 보면 종합학교 단계까지(우리로 보면 중3)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적게 유지하며 무학년제 통합교육을 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는 교사 일인당 학생 수가 늘어나고(어떤 곳은 한국보다 많다!), 전통적인 방식의 수업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것은 우리 형편에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대립항으로 놓아, 오늘날 교육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지식교육이 문제였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빈약함을 말해준다.

즉 제대로된 지식교육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일방통행식 암기교육=지식교육'이라는 통념에 빠져 '지식교육보다 역량교육을 해야 한다'는 등의 무리한 논리로 발전해 가는 거다. 하여튼, 아이들로부터 내적 압박을 받아 자극되는 수업 변화와 전문성 신장에 대한 요구는 '지식교육'을 멈추고 '인간교육'을 해달라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며 오히려 '제대로 된 지식교육'에의 요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오로지 교사 자신의 기점에서만 구인되는 것이 아니고 주요한 존재 근거인 학습자와 붙어서 형성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요즘 미래교육 담론의 홍수 속에서 '기승전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 표준화, 효율성 논리의 연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외부로부터 압력 따위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형성하는 내적논리로 개념화되어야 한다.

참고로 지금까지 논의된 거의 모든 역량 개념은 competency 개념이었다. 미래교육 담론에서도 그러하다 그것은 교육의 변화가 국가적 필요에 강하게 매달려있다는 것과 통한다. 그래서 미래사회에서 증폭될 인간소외, 불평등, 격차를 외면하지 않고... 국가가 시민에게 역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국가를 향하여 기회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개념화하는 역량(capability)를 상상한다. 주말에 있을 교컴의 미래교육 상상 수련회에서 해야 할 강의를 고민하다가 든 생각이다.
  (2017년 2월)


붙임파일은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 전체를 20쪽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각 장마다 앞뒤 맥락을 고려하여 핵심 문장을 추려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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