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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_이론과 실천

윤리학과 교육, 교육인가 윤리인가

교컴지기 | 2018.11.22 17:07 | 조회 406 | 공감 0 | 비공감 0

윤리학과 교육, 교육인가 윤리인가

 

함영기(2018.11)

 

교육의 개념

 

피터스의 윤리학과 교육을 읽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철학 이야기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것은 교육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철학의 영역이다. 피터스는 분석철학의 기점에서 교육의 개념과 준거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분석철학은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 여러 가지 논의의 형식에 들어있는 논리적 가정을 정당화하는 일에 특별한 관심을 둔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과 교육도 아니고 교육철학도 아닌 윤리학과 교육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피터스의 말을 빌려 이 문제를 규명해보자.

 

피터스는 교육철학이 다루어야 할 주요 문제로 교육’, ‘수업’, ‘대학’, ‘학교등 교육의 특수한 개념들의 분석, 윤리학과 사회철학의 교육적 적용, 교육내용을 전달하는 활동에 대한 분석, 교육과정과 관련한 온갖 문제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피터스는 이 모든 내용 중에서 윤리학과 사회철학의 교육적 적용에 관한 문제만을 다룬다. 이 책의 제목의 윤리학과 교육인 이유이다. ‘교육의 개념을 분석하는 일은 피터스의 관심사인 윤리학과 사회철학의 교육적 적용을 분석하기 위한 시작이다.

 

교육은 단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교육을 개념화하는 방식은 사회적 정의, 학교교육에 국한시키는 정의, 교사와 학생을 전제하는 정의, 교육의 목표, 과정, 방법과 연동하여 내리는 정의 등 다양하다. 피터스는 분석철학적 방법을 동원한다. 분석철학은 언어의 의미를 분석하여 의미를 명료히 하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는다. 비트겐 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1921)에서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및 교육에 동원되는 언어를 분석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교육실제에 다가서는 일은 얼마나 가능할까. 그러니 피터스의 책을 읽고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단지 분석철학적 접근이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교육에 대한 관념에서 비롯한다. 투입과 산출을 명확히 계량하기 힘들거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제시하기 힘들거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교육의 효과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교육의 속성들은 언어나 기호만으로 교육을 분석하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피터스가 말하는 교육의 개념을 보자.

 

교육은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이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전달되고 있거나 전달되었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23) ... 교육은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활동이다.(24)

 

피터스는 지력과 인격을 개발한다는 것은 곧 가치 있는 것을 개발한다고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어떤 사람을 교육한다는 말의 의미(28)라고 말한다. 아울러 교육의 목적은 특정의 성취나 정신 상태를 명백히 규정함으로써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형식적인 개념에 실질적인 내용을 부여한다(28)는 것이다. 피터스가 했던 방식대로 위 말을 분석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이란 어떤 방법일까, 의도적 전달이란 무엇일까를 묻고 답하는 것이다.

 

교육은 모종의 가치 있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이른바 규범적 준거이다. 피터스는 이를 교육의 개념 속에 붙박혀 있는 가치, 내재적 가치로 불렀다. 내재적 가치란 교육의 쓸모, 수단과는 다른 좀 더 고상한 무엇, 피터스에 의하면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에 입문할 땐 지식의 형식을 통한다는 것이 피터스의 설명이다. 지식의 형식은 1) 인간의 경험이 구조화되고, 2) 분명해지며, 3) 확장되는 독특한 이해방식이다. 곧 당장의 쓸모에 구애받지 않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교육받는 사람은 전체를 보는 안목과 원리의 이해, 해당 사고에 대한 헌신을 갖는 사람 즉 인지적 준거에 부합하는 사람이다.

 

이제 교육의 개념 중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지식이 전달돼야 한다는 말을 알아보자. 여기에 답하기 위해선 인간 존재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인간이 어떤 존재냐 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학문하는 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피터스는 인간을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보았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존재와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덕목으로는 진실 말하기, 성실성, 명료성, 비자의적 태도, 공평성, 일관성, 인간존중 등이다. 이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은 인간존중이다. 교육을 훈련과 애써 구분하려 했던 것도 도덕적 온당함, 즉 인간존중에 대한 강조라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의도적 전달이란 말을 보자. 이 말은 앞의 가치 있는 지식도덕적 온당함을 유지하면서도 학습자의 의도를 존중하며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피터스는 교육과정적 준거를 밝히면서 학습자의 이해와 자발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습자의 의도성과 자발성을 결여한 절차들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의 이해 관심에 주목하자는 말에 대하여는 선을 긋는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더라도 이를 계속 이끌어 주는 자로 교사의 역할을 말함으로써 교육의 과정적 기준을 세운다.

 

요약하면, 교육이란 모종의 가치 있는 내재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는 규범적 준거에 해당한다. 인지적 준거는 내재적 가치를 내용 측면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지식과 이해, 안목을 포함한다. 과정적 준거는 규범적 준거를 방법 측면에서 상세화시킨 것으로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상의 원리다. 이를 도식화하여 표현해 보겠다.

 

교육의 개념

규범적 준거

(내재적 가치)

내용적 구체화
(모종의 가치 있는 지식을)

인지적 준거

지식, 이해, 안목

무기력하지 않은, 헌신을 포함한

방법적 원리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과정적 준거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

학습자의 의식과 자발성

(의도적으로 전달)

 

성년식으로서의 교육

 

성년식으로서의 교육에서 피터스는 주형모형성장모형이라고 불리는 두 교육이론이 도덕적, 심리학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모형에서 교육자는 학생의 마음속에, 학생과는 무관한 모종의 결과를 일으키기 위하여 일하는 초연한 조작자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교육받은 사람이란 모종의 정신 상태를 성취한 사람이요, 그 정신 상태란 바로 바로 전달된 가치 있는 것을 통달하고(규범적 준거)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상태이며(과정적 준거), 또한 그것을 폭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는 자(인지적 준거)라고 말한다. 이하 이어지는 모든 문장에서 피터스는 자신이 말한 교육의 개념을 수미일관 강조하고 있다. 앞서 피터스는 교육받은 사람이 되는 데는 또한 일군의 지식과 모종의 개념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기술이나 방법상의 요령을 잡다한 사실의 집합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33), 교육받은 사람을 이렇게 전제할 때 교사의 역할을 어떠해야 할까.


교육의 초기 단계에서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고의 형식 안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 교사와 학생은 모두 공동의 세계를 탐색하는 경험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 훌륭한 교사는 학생들이 하루빨리 자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74)


교사는 규범적 기준과 내재적 가치에 입각하여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 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식이 전수되는 과정을 피터스는 성년식이라 했다. 가치 있는 활동과 사고, 그리고 행동양식으로 이끌어 주는 것(입문)시키는 것은 성년식의 개념이자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주형모형과 성장모형을 양극단으로 몰아붙이며 나온 결론이다.

 

분화된 사고의 형식에서는 내용과 방법이 모두 간주관적이다. 지식의 체계라는 것은 오랫동안 공적인 검토와 논의에 의하여 확립, 축적되어 온 유산이며 또한 그 지식의 체계 안에 포함된 개념 구조는 수많은 사람들의 안목을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다. 확립된 지식을 사정하고 새로 발견된 지식에 비추어 그것을 수정 내지 조정하는 비판적 방법이 있다는 것은 곧 지식을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가 다 같이 따라야 할 간주관적 기준으로서의 공적 원리가 있다는 뜻이다.(75)

 

간주관적 공적 원리는 구성원간(이를테면 교사와 학생)의 주관적 경험이 공감대를 이루면서 추구해야 할 원리를 말한다. 대단히 이상적인 교사와 학생의 모습이다. 피터스는 현대사회에서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이처럼 합리적 이성에 따른 마음의 작동이고, 학생과 더불어 온전하게 진리탐구에 매진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의 오류는 바람당위현재적 기점에서 너무 편의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존재해야 할 교사를 현존재로 전제한, ‘바람에 기초하여 교육의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은 학교상황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교사 및 학생을 너무 합리적 이성을 가진 존재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후 나머지 논의들을 계몽에 머무르게 하였다. 아래의 몇 문장은 피터스가 가진 교육에 대한 도덕적이며 이성적인 생각을 드러낸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학생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 아니라 인간적인 존중인 것이다.(83)... 인간에 대한 존중은 상대방을 독립된 의식의 구심점으로 지각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84) 가르침의 마지막 꽃은 교사가 자기의 힘이 자라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술과 인내와 열성을 가지고 자기의 성역을 탐색할 때 비로소 피어날 것이다.(87)

 

지식

 

피터스는 가치 있는 활동이나 행동 양식으로 향할 때, 그것은 매우 강력한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88)고 말한다. 여기에 대한 독자의 의문은 정말?’이 될 것이다. 모종의 가치 있는 지식, 활동, 양식에 대한 피터스의 지나친 믿음과 기대는 이를 동기로 바로 연결하는 비약으로 발전한다. ‘모종의 가치 있는 지식이 규범적 기준에서 작동한다는 것, 이것은 또한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전수됨을 가정하고 이를 정당화한다는 것은 여기에 교사와 학생의 인간존중이 있고, 학생의 자발적 의지가 일어난다는 가정은 아래의 몇 가지 의문을 부른다.

- 지식이란 무엇인가?
- 지식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생성하는가?
- 지식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 지식의 사회, 정치, 경제적 성격은 무엇인가?

피터스는 가치 있는 지식이 무엇이냐를 묻는 자체가 지식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정하는 선험적 정당화라고 하였다. 지식은 진공상태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간의 관계가 있으며 이들이 모인 사회, 그리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이를 조정한다는 정치 역시 바쁘게 작동한다. 피터스의 모종의 가치 있는 지식도덕적 온당함등의 논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이는 주지교과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학습사태에서 학습자의 정서와 욕구는 얼마나 중요한 요인일까. 학습자의 누적되는 경험에 비중을 두었다는 사람들은 오로지 학습자의 이해 관심에만 초점을 두었을까. 피터스는 전통교육과 아동중심교육을 구분하여 비판하였으나 인류의 고유한 문화유산(사실상의 가치 있는 지식)을 윤리적 방식으로 후세에 전수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지적 전통주의자의 편에 섰다. 그리하여 교사의 역할은 도덕적인 방식으로 인류의 문화유산을 전수하는전달자에 머문다. 학생과 더불어 경험을 연속적으로 재구성하거나(듀이), 창조적으로 생성(들뢰즈)하는 것은 이 기준에선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다.

 

비판

 

피터스는 좋은 삶이란 합리성을 추구하는 삶으로 보며, 따라서 교육의 목적은 합리적 마음을 계발하는 데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합리적 마음은 저절로 달성되지 않으며 지식의 형식에의 입문을 통해야 한다. 피터스에게 가치 있는 지식(내재적으로 가치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교육의 핵심이다. 또한 그것의 정당화는 궁극적으로 칸트의 선험적 추론에 의한다. 선험적 정당화는 경험 이전에 인간에게 있는 것을 말한다. 경험에 앞서 인식의 주관적 형식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고 하는 이론이며 통상 경험, 판단을 거치지 않고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유재봉(2000)은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내재적으로 가치로운 것이 반드시 교육적으로 가치로운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피터스는 논리적 가정에 의한 논의 방식, 즉 어떤 질문 그 자체에 들어 있는 논리적 가정을 드러냄으로써 정당화 하는 방식인 소위 말하는 선험적 논의을 사용했다고 보았다. 피터스는 왜 저것보다는 이것을 해야 하느냐고 심각하게 질문한다는 것은, 아무리 초보적인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은 이미 교육에서 지식과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가정하고 있으며, 이 점을 들추어냄에 의해 지식과 이해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험적 논의는 윤리학의 근본원리나 이론적 가치들이 삶의 형식 속에 논리적으로 붙박여 있는 식으로 논증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논증은 허스트(1975)도 인정하듯이 동의어 반복이거나 순환론적 논리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것보다는 저것을 추구하는 것이 왜 이로운가를 넘어서는 왜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것을 추구해야 하는 가에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터스는 교육에서 외재적 목적의 추구와 기술, 사고방식을 기르는데 목적으로 두는 훈련’, 그리고 교화, 조건화와 같은 비도덕적 전달방식이 교육실현의 장애요소라고 보았다. 즉 그가 교육의 개념을 정의할 때 장애가 됐던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을 제거하여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자고 하였다. 유재봉(2000)은 교육을 수단화하는 것, 교육이 전문적 훈련에 국한되는 것, 그리고 독단적인 전달 방식으로 사람들의 신념을 편협하게 가두어 놓으려는 것에 대한 저항 내지 비판이며, 교육이 그러한 장애를 벗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탄원이라고 보았다. 아울러 피터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지식과 이해를 강조하는 주지주의 교육 혹은 합리주의적 교육으로 이끌었다고 보았다.

 

이론적 교과를 추구하면 할수록 실제 삶과의 관련성이 드러나기보다는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고,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사회 안에서 실질적인 좋은 삶을 추구하는 데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판은 결국 허스트로 하여금 교육을 사회적 실제에의 입문으로 수정하게 만들었다. (유재봉, 2000)

 

피터스의 인간에 대한 이해 방식은 철저하게 합리주의적 전통을 따른다. ...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인간의 영혼에 있어 이성의 지배적인 위치를 강조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동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까닭은 바로 이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이성은 곧 도덕이었으며 진리탐구의 방법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것은 보편적 이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병승, 2000).

 

피터스는 사회적 존재양식이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한 마르크스를 기계적 결정론자로 보면서 자기선택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았다. 마르크스가 인간의 행동 원인을 계급적 충동, 즉 물질적 욕망으로 설명하듯이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심연에 놓여 있는 리비도로 보았다. 피터스는 이러한 프로이트의 인간존재론에 대하여 책임의 문제를 소홀히 취급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피터스는 사르트르가 개인의식의 사적 측면과 개인의 선택에 의한 책임을 강조한 점에 있어서는 옳았지만 자유, 책임, 선택의 개념은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갈등이 진짜 갈등으로 지각되는 것은 오직 개인이 그 갈등되는 규칙들을 자기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실존주의자들은 선택의 조건과 선택의 이유를 혼동했다고 생각했다(이병승, 2005). 자유롭기 때문에 선택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선택의 이유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선택이란 누구나 받아들일 만한 타당하고 근거가 있는 이유를 찾아냄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피터스에게 인간이 되기를 배운다는 것은 합리적 사회 안에서 도덕적 주체가 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피터스의 교육개념은 미시적으로 그 당시 영미교육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 대한 분석에서 비롯하였다. 다름 아닌 잘못된 듀이 사상의 영향으로 교육을 실제적 효과와 관련하여 규정하려는 경향이다. 그는 듀이가 교육을 수단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교육을 내재적으로 규정하여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다(유재봉, 임정연, 2002). 모종의 준거를 실현하기 위한 피터스의 교육은 사실상 교육을 학교교육으로 좁게 보았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만 교육인지는 살펴볼 일이다. 아울러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의 구분 문제이다. (유재봉, 임정연, 2002)은 이 구분이 분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교육의 내재적 가치는 유독 지식, 이해, 그리고 인지적 안목으로 한정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결국 피터스의 교육개념은 주지교육에 대한 강조로 비쳐지게 됐으며 지나치게 이론적, 학문적 지식의 추구로 인간의 정서, 태도, 행위, 욕구, 기술 등의 측면을 간과했다. 이론적 합리성을 개발하는 교육은 필연적으로 실제 삶으로부터 유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과는 대부분 명제적 지식으로 이뤄져 있고, 이러한 지식을 가르칠 때 실제와의 관련 속에서 가르치기 보다는 이론 그 자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피터스가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의 글로 보아 교사는 규범적 기준과 내재적 가치를 전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인지적 기준과 학습자의 안목을 넓히는 사람이다. ‘과정적 기준을 갖추고 도덕적 교수를 하는 사람이다. 이병승(2010)은 교사가 모두 가치 있는 것들에 헌신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게으른 교사, 입시지도에 매몰된 교사,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교사, 일방적 명령으로 가르치는 권위적인 교사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를 이병승은 일종의 자연론적 오류로 보았는데 존재하는 교사로부터 존재해야 할 교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사가 이론과 실제를 함께 다룰 때 지적이고 이론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실제적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데 이러한 통합적 교사상을 그려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어서 이병승(2010)은 피터스가 그린 이상적인 교사상이 남성 학습자에게는 이로운 사람일 수 있으나 여성 학습자에게는 해로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그린 지식, 이해, 인지적 안목 등은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예컨대 정서, 배려 등을 지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서 배제함으로써 성적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피터스의 교사관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난점은, 그가 그린 이상적인 교사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거나 재생산하는 사람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지나치게 좁고 탈문화적 맥락에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교사가 가져야 할 의식 형성자나 전수자의 모습은 있으나 의식의 생성자 및 비판자로서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이병승, 2010). 이병승은 피터스가 교사를 계몽주의적 근대성에 가두고 있다고 하면서 듀이의 실천적 교사관이 피터스의 주지주의적 교사관이 안고 있는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가며

 

피터스는 듀이 이후 교육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규정한 학자이다. 또한 분석철학적 방법으로 교육을 바라본 최초의 학자이다. 개념 준거의 틀을 만들고 총체적 정의를 시도했다는 것은 그의 큰 공헌이다. 그가 말한 교육의 개념은 세 가지 준거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성년식에의 입문이라고 보는 개념은 교육을 학교교육으로, 교사를 합리적 이성을 갖춘 존재로, 학생을 인간존중의 바탕 아래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볼 것을 전제한다. 따라서 그의 글을 읽을 때 세 가지 준거’, ‘합리적 이성’, ‘선험적 정당화 방식을 인정한다면 이 글은 일종의 우리가 가야할 지침서의 성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당시 영미의 교육풍경 등 피터스가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배경, 이론과 실천의 성격, 학교교육, 교육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등을 배제하고 오로지 합리적 이성으로만 이 책을 대할 수는 없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교육이라는 이름의 리얼리티는 이렇듯 한가하지 않다. 세상사 걱정 없이 사변에 빠져 있는 조선 시대의 선비라면 모를까. 이런 측면에서 이홍우가 내재적 목적의 추구를 성리학으로 연결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은 인간의 이해가 각축하는 현실 위에서 이뤄진다.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의 추구가 교육을 통해 눈앞에서 각축한다. 이때의 교육을 수단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교화와 훈련으로 치부하고 교육의 개념에서 배제할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제목에 교육인가 윤리인가를 포함한 이유이다.

 

 

참고문헌

 

유재봉(2000). “피터스와 허스트의 교육사상 비교: ‘교육자유교육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한국교육사학 22(2), 139-156.

유재봉·임정연(2002). “피터스의 교육 개념에 대한 비판적 논의”. 논문집 미상

이병승(2005). “피터스의 교육철학에 나타난 인간존재론 탐구”. 인문학논총 5(1), 107-128.

이병승(2010). “피터스의 교사관에 대한 비판적 고찰”. 교육사상연구 24(1), 117-136.

임정연(2002). J. DeweyR. S. Peters의 교육론 비교: ‘민주주의와교육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피터스(1966). 윤리학과 교육. 이홍우·조영태 역(2008). 서울: 교육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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