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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유선종 | 2020.01.15 19:05 | 조회 160 | 공감 0 | 비공감 0

 

언젠가 TV 드라마 학교에서 주인공이 수업 중에 읽었던 시,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아 담당 학급의 교훈으로 액자에 넣어 걸어 놓았는데, 학부모님들과 처음 인사하던 날 어느 어머님이 급훈이 참 좋다 하시며 촬영을 해 가신 적 있었다. 좋은 시는 저렇게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서로 연결해주는 특별한 기능이 있음을 발견한 모처럼의 경험이었다.


저자는 이 시집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코 밑은 거뭇해지고 덩치는 이미 선생님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키의 남자 고등학교에서 파스텔 색조의 감수성과 아기자기한 정서를 이야기하자니 참으로 낯 간지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격과 외모가 어른 같다고 해서 평가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사실 알고 보면 덩치만 클 뿐, 하는 짓은 초등학생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아직 어른이 뭔지 모르는 여리고 부드러운 녀석들이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세상에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차지한 상태였고, 끼니 걱정 없이 얼마든지 먹거리를 주문하는 게 당연한 세대이다. 불과 100년 안쪽의 이야기를 무슨 전설의 고향쯤으로 여기지만, 그래도 동시가 주는 마음의 울림과 떨림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업 중에 엎어져 잠들지만 않는다면야 뭔들 못할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은 행복, 가족, 성장, 관찰을 주제로 모두 4부로 구성되었으며, 한 편의 시마다 저자의 설명이 이어져 있어 시를 감상하는 흥을 돋워준다. 잠시나마 어릴 적 살던 시골의 정취와 동심으로 돌아가는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짧고 쉬운 그러나 긴 여운을 남기는 시의 만찬을 오랜만에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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