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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벌써 개학이란 말인가요?

교컴지기 | 2014.08.14 12:47 | 조회 3683 | 공감 1 | 비공감 0
개학 몇 일 앞두고 학교에 갔다. 방학 중 화초 관리는 내가 하겠다고 아이들과 쓸데없는 약속을 해서 화초들 물 주고, 빈 교실 한 번 둘러본다. 습한 공기에 특유의 교실 내음이 있다. 난 수십년 맡아 오던 냄새라 크게 저항감이 없거늘, 우리 반에서 방과후교실 한 3학년 아이(아가들아 그런 것 보니 3학년이 틀림없음)가 칠판에 "공부 열심히 해, 아가들아^^ ㅎ~... P.S. 니네 반에서 냄새 나 ㅋ~" 이렇게 써 놓았다. 이 놈아 원래 집에선 집 냄새, 교실에선 교실 냄새가 나는 거 당연한 거거든? 엄마에게서 엄마 냄새 나는 것이 마땅한 것 처럼.

교무실로 가서 공문 확인 좀 하려고 노트북 꺼내 연결하고 업무관리 시스템 들어갔더니 "12;00부터 업무관리 시스템 접속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블라블라~" 그러고는 화면이 서 버리는 거다. 정말 어렵게 시간내서 학교에 나왔다가 이게 뭔지 원. 그래도 화초에 물은 주었으니 내 할 일은 했다. 근데 다육이는 아직 싱싱한데 두어 개 화초는 말라 죽었다. 무릇 생명있는 것들은 죽어갈 때 다 고통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아주 잠시 죽어버린 화초에 대하여 연민의 정을 나누고.

연구실로 돌아와 그동안 페북에 쓴 글들을 노트에 옮겨 놓고... 와중에 댓글이 마구 쏟아져 같이 수다 떨다보니 시간이 벌써 다섯 시가 넘어갔다. 읽어야 할 글도 많고, 써야 할 것도 많고, 먹어야 할 음식도 아직은 많은데 방학은 벌써 끝나간다. 완전 제대로 쉰 날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억울함. 

시민 벗들, 요즘 교사들 방학 때 편히 쉬지 못해요. 충분히 쉬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새학기에 아이들에게 발산해야 하는데... 방학 이십 몇일 있는 거 여기저기 아픈 데 치료하느라 병원 순례하고, 연수다 뭐다 교육받으러 다니고, 가족들 챙기고, 맘만 허공에 떠서 거시기 하다보면 개학인 거다. 내가 경험한 모든 방학의 풍경은 늘 그랬다.

하여튼 다음 주 월요일 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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