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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교컴
[교육사유]를 읽고, 소망을 품게 하고 의욕을 일으키는 책
가까이에 깨어서 성찰하고 사유를 통해 건강한 비판과 대안, 비전을 제시하는 맑은 눈의 교사가 있다는 것은 깝깝한 교육현실 속에서 희망이 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교육 정책 중에 뭔가 이건 아닌데...싶으면서 딱히 짚어낼 근거나 기준이 없을 때 명쾌하고 속이 시원해짐은 물론 아하! 하고 깨어나게 하는 글이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른다. 이 책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책은 사회와 개인,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 수업과 평가, 혁신, 제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육은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기에 배움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하여 교사부터 배우는 과정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말은 교사 입장에서의 핵심인 것 같다.
'교사들의 아비투스'라는 소제목에 담긴 1인1역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나는 좀 다르다. 1인1역을 개별화된 아이들에게 개별적 책무성을 요구하는 편의적 학급운영 방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이 이것도 쓰는 사람 나름인 것이다. 오히려 1인1역을 통해 아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에서만 보는 아이와 잘 할 수 있는 일이 공부 이외의 것에 있는 아이는 같지만 같지 않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한다면 청소구역 담당을 1인1역에 포함하는 것은 폐해가 크다는 점이다. 청소는 함께 쓰는 공간을 위생적,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동의 작업이 되어야 하는데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분리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백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방향없는 헌신과 따져 묻지 않는 맹목적 성실함이 잘못된 권위와 관행을 온존 강화하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중 하나다. 교사들이 소모적인 일로 부리려는지 깨어서 보고 수업을 중심으로 교사의 일을 재편할 때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 참 공감간다.
교사의 사유가 연대와 동행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통찰이 평범하지만 속을 뻥 뚫어주는 말이다. 개별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도 연대해서 뭔가를 바꿔내지 않으면 현실의 벽에 막혀 무력감을 느끼거나 기능적으로 전락하고 더 생각하지 않고 안위만을 채우며 살아내거나 견뎌내는 직업인이 될 것이니까.
우리 사회가 절차적 민주주의와 경쟁적 자본주의가 만난 결과가 학교나 교실의 모습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협력학습 절차 속에서는 협력하지만 실제 삶 속에서는 전혀 협력하지 못하는 경우, 잘못된 동기는 강할수록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므로 동기가 어디로 향하느냐를 보는 것은 교사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읽다가 고민이 되는 내용이 있었다. '매뉴얼 유감' 부분인데 문제는 내용에는 다 동감하는데 내가 속한 교사연구모임에서 연구 제목에 '매뉴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이다. 바꾸어야 할까? 예전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 너에게만은 쓰고 싶지 않지만은 달리 말을 찾으려해도 마땅한 말이 없어.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어'에 딱 해당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매뉴얼이 갖고 있는 기능주의, 복잡하고 미묘하고 예측 불가능의 교육에 기계 조립 매뉴얼처럼 척척 맞아 떨어지는 매뉴얼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지만 초보 담임교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지 몰라할 때 안내 또는 길잡이가 되어줄 자료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매뉴얼'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모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목이 주는 부정적 느낌과 오해받을 소지가 있고 동시에 이 제목이 쉽게 들춰보고 싶게 만드는 대중성을 갖고 있기도 하므로 어찌해야하나 갈등이 된다.
수업 부분에서는 '학습 소외 극복하기'가 공감이 많이 갔다. '재미없던 공부가 수업방법을 바꿈으로 인해 즐겁다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 단기적 성적 향상에 견줄 수 없는 엄청난 학습효과라는 말이 특히 그러한데 성취도평가에 대비하여 단기적 성적 향상을 위해 뭔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학교 누군가의 압력에 원칙을 굳건히 하고 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한다.
그리고 특정 수업 방법이 과도하게 신념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주의깊게 새겨야 할 것 같았다. 하나가 좋다고 하면 모든 것을 그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 그래서 '교사 간의 협력과 갈등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성장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될 때만 가치가 있다'는 것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업 관점에 대한 견해의 차이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좋다는 말이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 연구하면서 사유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가는 글들이어서 나와 함께가고 있다는 동지같은 느낌이 있는 책이다. 필자와 같은 안목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 열심히 하면서 나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유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일어난다. 독자에게 소망을 품게 하고 의욕을 일으키는 책, 누구나 쓰고 싶은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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