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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교컴
교사, 삶에서나를 만나다-를 읽고
저자 김태현은 이 책에서는 교사로서 삶의 성찰을 이야기한다. 교사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나에게는 작지 않은 포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은 항상 총총걸음으로 등 뒤를 밀고 있어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 작은 위로를 받기도 쉽지가 않은 것이다.
혁신이라는 말에 대하여 저자는 ‘수업의 겨울’은 생각지 않고 바뀌어야 하고,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고 했다. 혁신이란 단어가 주는 거부감은 나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문명화로 하여 모든 것에 가속도가 붙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교육에서도 교사들의 등 뒤를 밀고 오는 변화 혹은 혁신이란 것이 교사의 삶에 변화를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지금의 이런 압박의 혁신이 이성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이며, 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해서 거부나 외면을 할 수 없는 ‘정해진 답’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교사의 노력은 적응을 우선하는 위기상황에의 대처와 비슷한 느낌이다. 과연 이러한 교사의 노력의 진행이 옳은 것인지, 또한 그 노력으로 앞으로 전진(-한다고 확신)하는 것은 옳은 것인지.
교육현장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교사로서의 가치와 본질을 지켜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혁신이라는 것이 교사에게는 정작 그 본질을 지켜주거나 선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오히려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으로서, 생활인으로서의 상황과 조건은 더 복잡해진 채 혁신만을 치열하게 채찍질한 것은 아닐까. 혁신의 채찍질이 교사의 질과 수업의 질에 변화를 준 듯하지만(저자의 말), 교사로서의 삶에 만족감을 더해 주지 못하고 있고 교사는 외로움, 무기력감, 무감동, 탈감각의 시간을 유영하고 있다. 혁신이 눈에 보이는 변화는 주었지만, 정작 보이지 않는 것에는 작용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두고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혁신을 해도 괜찮을 걸까?
혁신이 우리에게 유일한 전략은 아니라고 한 로버트 마우어(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다. 그는 혁신이 주는 결과가 성공의 열매가 우리를 추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본성이 변화에 저항하게 하고, 목표에 대한 두려움이 대뇌피질의 기능을 저하시켜 실패를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혁신의 성공가능성에 높게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혁신적으로 시도되었던 여러 정책이나 변화의 시도가 그랬던 것처럼 제풀에 스러질 것 같은 느낌이다. 또 어떤 혁신적인 시도가 나타나서 지금 이루어지는 일련의 시도가 낡은 것으로 변할지도.
책을 읽다가 읽는 순서를 바꾸었다. 저자는 다섯 개의 장을 진행하면서 네댓 개의 이야기를 나누어서 하고 있는데, 이야기의 끝에 ‘나를 성찰하는 질문’을 한다. 그래서 순서를 바꾸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질문을 보는 것 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보고서 저자의 말을 들어 보았다. 그러다보니 질문의 언저리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저자는 집필의 목적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보여주고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저자와 함께 돌아보면서도 나 또한 여기 저기 불편한 자리가 생겼다. 잊었던 것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덮어뒀던 내 부끄러운 날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기도 하고. 하지만 불편한 자리가 선명해 지도록 덮어두었던 것을 들추면서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로 이렇게 잘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내팽개치고 싶은 때에도 잘 지켜서 다행이라고!
위로란 것은 위로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위로’여야 한다. 자격을 필요로 하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다. 서로에 대해서 위로를 건네는 것에서 우리의 교육현장이 공동체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고 보면 가슴에 저마다의 아픔을 담고 살면서도 그 아픔을 내보이는 것에 부끄러워지는 것은 그 아픔마저 타인의 기준으로 보기가 쉬운 교사로서의 생활이다. 교사의 수업에는 교사의 삶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좋은 혹은 바람직한’이란 매뉴얼의 구속으로 수업은 보면서도 정작 수업 속에 배어있는 교사의 삶은 보지 않고 배제되어 버린다. 그렇게 읽고,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면서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삶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지 못하고 한 사람을 두고 교사와 인간으로서 양분되는 것이다.
수업하는 교사의 삶을 이야기하려는 마음으로 수업을 보게 되면 수업자와 함께 우리는 자연스럽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이고, 그 위로로 해서 힘겨운 역할에도 기운차게 또 하루를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수업을 볼 때, 수업자의 삶의 흔적에 집중해야겠다. 그 안에 담긴 성장의 고통과 여행의 수고, 외로움, 신념, 기쁨, 예술성을 찾아내면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
“선생님! 오늘 수업 속에서 선생님을 보여주신 것만으로 저에겐 위로가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http://booklog.kyobobook.co.kr/h33j37/161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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