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사고는 일어났고, 지금 내 몸은 이 지경이다.

어느 구석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몸뚱이.

이런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 겨우 내 몸을 다시 조립하기 위한 공구상자를 발견했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살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몸뚱이와 맘뚱이를 갖고 살고 있다.

그러다 인생의 어느 순간 공구상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사이기에 아이들에게 늘 공구상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많은 공구가 갖춰진 공구상자이면 좋지 않을까?

아이들이 공구상자를 열었는데 달랑 망치 하나, 못 두어개가 들어 있다면 이 공구상자를 닫아 버리고 아마 다시는 열어 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새 공구상자를 찾으러 다닐 여력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다행인 일이지만 요즘 우리네 아이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내가 빠방하게 준비된 공구상자를 준비하고 있어야 아이들이 혹시 하는 마음에 공구상자를 열었을 때 뒤적뒤적 뒤지다 보면 본인에게 맞는 조립 공구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