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할 수 있다는 믿음, 무기력상자>를 읽고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들었던 궁금함은 무기력이라는 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일까? 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무기력은 단순히 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땅의 학생들을 둘러싼 무기력의 질병은 삶에 대한 무의미의 질병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무기력은 바이러스와 같다. 소리 소문 없이 온 몸 전체를 휘감아 삶에 대한 가치와 기대를 접게 만드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나에게 무기력이란 어떤 의미일까? 교육학을 공부할 때 접했던 ‘학습된 무기력’을 떠올려 본다. 이는 다른 말로 ‘체화된 무기력’이다. 일상을 통해 습관화된 무기력,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무기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나에겐 주로 시험을 준비하거나 삶의 단계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경쟁들로 인해 무기력이 찾아왔던 것 같다. 내 삶과 연관되지 않는 지식, 언어, 기술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고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나는 삶의 의미를 물을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자기 결정권을 빼앗긴 내 청춘은 그렇게 무기력과 함께 흘러갔다.
교실에서는 무기력을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다. 네모난 책상과 의자, 네모난 칠판, 앵무새같은 말들의 표류, 존중과 경청이 사라진 언어 현상과 각종 혐오 및 학교 폭력의 배후에는 무기력이라는 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학생들은 삶의 의미를 산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상력, 정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한 채로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앞으로 펼쳐질 학습과 삶에 대한 기대 역시 이 과정에서 사라진다.
촉수를 자극하는 경험과 언어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하면 할 수 있다는 삶의 태도와 이로 인한 결과에 대한 기대와 확신 또한 나타나기 힘들다. 그렇게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비슷한 직업적 희망과 사회적 조건을 바탕으로 평범한 다수에 편입된다. 늘 새로울 수는 없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 왜? 라는 물음과 삶의 의미에 대한 갈증이 없다면 우리는 무기력이라는 나락으로 빠진다.
도대체 왜 우리는 무기력한 걸까?(91쪽)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입시만능주의, 자존감 상실, 경기 침체, 주입된 욕망으로 인한 무기력 등등. 체화된 무기력,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의 습관(145쪽)중독된 무기력을 극복하고 빼앗긴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그렇게 규정된 선택을 성찰하고 고민하는 습관을 체화해야 한다. 치유의 언어를 되살려야 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감적 이해를 생활화해야 한다.
삶은 늘 문제와 해결의 연속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진지하게 되물을 수 있는 윤리적 성찰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낯설게 바라보고 이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무기력을 넘어 무의미의 질병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와 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은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무기력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자신이 사는 이유는 곰돌이 워셔블의 이야기처럼 생존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지만 세계에 던져진 인간이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기력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칭찬과 격려에 인색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서는 자기 격려, 자기 세움, 자기 신뢰의 개념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효능감과 자존감을 확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과정에서 무기력은 극복된다.
무기력을 극복하는 삶의 의미 찾기와 희망은 언제나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당장 ‘그럼에도 불구하고’부터 무기력을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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