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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

꿈꾸는 섬 | 2010.01.06 11:00 | 조회 2924 | 공감 0 | 비공감 0

유년의 기억과 함께 굴레마냥 벗어날 수 없는 내 영혼의 거주지, 외가집!

 

나주군 세지면 죽동리. 마을을 벗어나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산그늘 아래 홀로 자리 잡고 있던 외딴 집. 마당가에 멀구슬 나무 한그루가 서있고 누렁소가 매어져 있던 감나무 네그루, 항상 수런거리는 대숲을 뒤에 둔 그 집. 푸른 달개비 꽃이 지천으로 핀 뒤안에서 혼자 소꿉놀이를 하던 상고단발머리의 그 계집애는 소리 내어 울지도 않은 순한 아이였다.

 

땅에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며 일 나간 어른들을 기다리곤 하였던 여름날은 참으로 길었다. 사람이 그리웠지만 낯선 사람이 들판을 가로질러 오면 광으로 숨어들었다. 집 앞 들에서 일하시던 외할머니 종종걸음으로 와서 동냥치를 쫒아내곤 하였다. 그리곤 다시 혼자 남게 되면 집 앞으로 흐르던 도랑을 지나 산기슭 쪽에 있던 샘에서 피라미를 잡아 혼자 놀던 아이. 지천으로 널려있던 대 잎을 따다 배를 만들어 띄워 보내기도 했는데 그 배들은 지금쯤 바다에 도착했을까?

 

가끔은 무뚝뚝한 외할아버지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던 냇가에 붕어며 미꾸라지를 잡는데 따라나섰다가, 그 미끌거리는 몸뚱이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었다. 산그늘이 길게 늘어져 마당을 잠식해 갈 때, 연 방죽에서 따다 주시던 외할아버지의 그 연밥은 얼마나 고소하던지.

 

모깃불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외할머니의 토닥거리는 손길에 쏟아지는 별을 이불삼아 까무룩 잠이 들기도 했던가. 얼굴선이 참 고왔던 외할머니는 떠나신지 오래이다. 그 외할머니 가시던 날은 친정 엄마가 서러워 울었다.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어 걸고 놀던 여름이 지나, 아침마다 홍시 주우러 일찍 일어나던 가을도 지나고 나면 긴 긴 겨울밤이 왔다. 흰 눈이 펄펄 내리는 밤에 쭈글쭈글해진 외할머니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엄마 생각을 하다 잠이 들곤 하였다. 긴 겨울밤이 외로워 외딴 집 마당에까지 내려왔다가 제 발자국에 놀라 소스라치듯 제 새끼에게 돌아갔을 여우 울음소리가 들렸던가. 곤히 잠든 할머니를 깨우지도 못하고 새벽에 깨어 뒷간에 가려고 마루에 나서면 은빛으로 펼쳐지던 세상. 아! 지금도 오소소 돋아나는 살 비늘.

 

항아리 속에 꼭꼭 감추어 두었다가 할머니가 내어주던 홍시를 꿀꺽 삼키고도 지루해지면, 집 안에 있는 그림이란 것들은 죄다 베껴 그리던 아이. 학교에 가서도 동무들과 어울려 놀 줄을 모르던 아이. 어린 나를 외가집에 보낸 엄마가 무정했다. 가난 때문에 울 엄마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던 외할머니가 원망스러웠다. 가난한 아버지에게 딸을 시집보낸 외할아버지가 미웠는지도 모른다. 그 외할아버지도, 외가집도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서러움도, 미움도, 원망도 나를 키운 힘이었다는 것을 불혹을 넘긴 이제는 알 것도 같은데...내 영혼이 가난해지고 지치면 찾아갈 곳이 그 곳인데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돌아갈 곳이 없는 자는 슬프다.

 

얼마 전 한일 작가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을 때 만난 시원 박태후 선생님의 소개로 『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를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어린시절을 보냈던 외가집이 떠올랐다.

 

집이란 것이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삶의 방식을 무시한 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똑같은 형태로 대량생산하는 세상에서 ‘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또한 집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요,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어서 집에 가면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이 책의 장점은 집의 모양새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만난 스물두명의 사람과 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집은 화가 박태후 선생의 <죽설헌>이다. 그 집의 주인이 화가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 때부터 집을 지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을 위해 당장 실천에 옮기는 이는 흔하지 않다. 시원 박태후 선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살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온 사람이다. 그 나무들이 이제는 숲을 이루어 벌과 나비, 새들의 노래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에 새들이 둥지를 틀듯이 그의 집에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한 평의 땅만 생겨도 울타리를 치는 세상에 자신의 것을 혼자만이 즐기지 않고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려내는 그림 또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림일 게다.

 

사람이 사는 집에 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한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거기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에 깊이 관여한단다. 한 사람이 제 집을 스스로 짓고, 그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는 사람의 영혼은 어떤 빛깔일까? 직접 종자를 받아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고 스콧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교과서라는 그의 이미지는 나무를 닮아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직업을 둔 탓에 집이 어떠해야 하는 곳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 이제 다시 영혼이 거주할 곳을 꿈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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