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처음 만날 때 평화라는 단어는 어렵고, 표지 그림은 그렇지 않아서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는데, 평화에 대한 인식과 각성을 심어주기 위해서, 평화의 철학이 잘 버무려져 있다고 생각했고, 소개된 활동에서 ‘학습을 놀이처럼 즐겁게’를 모토로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책의 처음에서 ‘평화’에 대한 정의에서 ‘적극적인’평화의 의미를 폭력이 없는 상태를 넘어 조화, 통합, 협력, 회복, 정의가 실현된 상태(요한 갈텅의 말)를 언급한다. 그리고 평화에 대한 개념 이해 활동으로 종이뭉치 던지기 활동을 소개하는데, 단순한 재미가 아닌 아이들의 평화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고 더하기에 좋은 활동이란 생각이다.

2부 교실에서 시작하는 ‘평화교육’에서 ‘긍정을 지향하면 긍정성으로 움직이게 하라’는 긍정 훈육에 준하여 ‘떠드는 사람 이름 적기’ 대신 ‘조용히 자리에서 책 읽는 사람 이름 적기’를 제안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소한 변화와 실천의 첫걸음! 사실 나는 ‘이름 적기’와 같은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하지 않는다. 그저 칠판에 10분이나 15분의 시간을 적고 독서에 필요한 자세를 적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바람직한 행동을 친구에게 인정받는 것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행동의 강화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동의한다.

욕설과 뒷담화 고자질에 대한 활동의 소개 중 ‘굿네이버스 21일의 약속’에서 긍정과 격려의 말 한마디 연습하기는 교실에 따스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가벼운 시도지만 무게감 있는 실천이 될 거 같다.

매달 말 학급살이 설문지를 통해서 아이들이 서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하여 학급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주체가 아이들이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교실 속 평화놀이활동을 자존감과 소속감 두 영역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들러의 말, 모든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나오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행동의 원인이 ‘자존감’과 ‘소속감’의 결여 때문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고양하기 위한 100가지 장점 찾기, ‘100’에 도전하기,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의 장점50가지 찾기, 감정파이 나누기, 단점 뒤집기 등의 활동의 소개는 모두 의미 있게 와 닿았다.

교실에서의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반이름, 반가, 반구호를 정하는 것은 ‘SEC 학급운영’을 읽고 나서 실천하였는데, 즐거운 소속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역할나누기를 재미있게 이름 붙여서 도입했는데, 학급봉사위원과 역할나누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을 돌아볼 만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교실 밖으로 넓어지는 활동으로 평화에 대한 의식을 생활 속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달걀 껍질을 깨고, 자화상 그리기, 순위놀이, 사진놀이, 통일놀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평화 수업 등을 소개하면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다양하게 생활지도에 도입하거나, 학습에의 활용 가능성이 높은 방법들이 전개되어 더운 여름과 씨름한 보람이 있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통일놀이판에 ‘한민족’이란 낱말은 ‘하나’라거나 ‘통일시민’라는 좀 더 포괄적인 단어로 바꾸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우리에게 다문화 혹은 세계시민 교육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민족이란 단어는 또 다른 갈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자존감과 소속감,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방법 뿐 아니라 평화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서, 나에게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평화에 대한 인식은 ‘인간다움’에서 ‘지구생명체다움’으로 진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지극히 다른 생명체에 대해 편협한 사고니까 말이다. 아직 인간다움에 조차 평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평화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우리의 숙제는 너무 많다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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