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종를 훔치다를 읽고
이 책을 읽는 내내 10년 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이 소설속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아이의 죽음이나 홀로 학교를 떠난 교사 등 극적인 일은 없었지만, 내가 근무하는 사립 고등학교에서도 있었던 이야기다.
교장이 평교사로 내려와 수업하고 있고, 여러 가지 장난질을 하던 재단 친인척이었던 행정실장이 쫓겨 나갔다. 전문계 고등학교가 학칙을 변경하여 교명이 변경되고, 전문계 8학급이 인문4 전문4로 바뀌었다. 사전예고 없이 몇몇 윗선에서 추진하여 이미 결정된 결과를 통보받은 상업과 교사들이 모여 항의를 해도 학교는 교사들의 신분은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현 사회 추세에 발맞추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도 전교조 선생님들이 나섰지만 상황의 반전은 없었다.
다만 서류를 해서 올릴 때 남교사 대표1명, 여교사 대표 1명이 서명을 했다는 것, 그 짐을 짊어져야했던 교사들은 이사장이하 재단으로부터 개별 부탁을 받고 거절하기가 곤란했다는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때 그 여교사는 다음해에 사직서를 내고 비구니로 출가하였다. 물론 이 일만이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세상을 등지게 할 일부분은 되었으리라 그 마음의 고통을 짐작한다. 그때 철썩같이 약속했던 4:4의 학급 비율은 5년 뒤 5:3으로 올해는 6:2로 점차 전문계를 줄여가고 있다. 상업과목을 가르치던 교사 중에는 학칙변경초기 2명은 공립 특채로 학교를 떠나갔고, 일부는 부전공으로 과목을 변경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대학졸업 시 받아왔던 일반사회 부전공 자격으로 사회과로 전과했고,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역사 수업을 하고 있다.
아마 대한민국의 사립학교들이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재단이사장으로부터 교사로서 인격모독을 당한다거나 재단이나 학교에서 맞추어 놓은 틀에 교육적 가치관을 잃어가는 슬픈 교사들이 있다. 그나마 요즘은 많이 개선되어 학교문제를 사전에 논의를 하거나 정식 절차를 거치지만 요식행위들도 많다.
나는 이곳에서 그냥 여교사다. 어떤 주요 업무에 관여할 만한 능력도 없고, 어떤 지시가 내려오면 그냥 묵묵히 한다. 솔직히 요즘은 학교 자체보다는 교육부 전체 하는 일들이 불만이지만 아이들을 좋아해서 이 길을 택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불의와 타협이 될지라도 나는 아마도 의심 없이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런데 과연 불의와 타협하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것일까....불의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면...그 고뇌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화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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