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4-01-02 21:18:00]

[중앙일보] 한국에선 교사 평가가 '금기'다. 능력이나 자질이 떨어지는 교사를 가려내 연수를 시키거나 퇴출을 유도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가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는 일조차 거론하기가 쉽지 않다.

교사들에 대한 평가는 학교장이 매년 한번 매기는 근무평정이 고작이다. 이는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용에 불과하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교직이 '철밥통' 직종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간에 부적격 교사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교사.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02년 조사) 회원국 중 최하위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최근 일부 교사를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12월 18일 개최한 '교원평가제도'토론회에선 교사들 스스로가 교사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사평가 제도가 학생들과 국민에게는 물론이고 교직사회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다소 뜻밖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간부는 "교직단체 등의 반발 때문에 시행이 미뤄지고 있지만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교사평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교육 개선을 위한 학교 평가는 걸음마 단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부의 의뢰로 2002년에 처음으로 국가 수준의 학교 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방문 평가 대상 학교가 1백곳(전체 1만4백여곳)에 그쳤다. 샘플 평가인 셈이다.

방문 평가 기간도 고작 이틀에 불과했다. 신뢰성.타당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평가 결과가 학부모에게 공개되지도 않는다. 지난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이환기 춘천교대 교수는 "평가받은 학교에 대해 평가 결과를 피드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의 교육활동을 직접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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