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모 불만의 핵심에는 수업의 품질이 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를 보면, ‘교사들이 모든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가’ ‘학생에게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는가’ ‘교사가 학생의 학습을 잘 돕는가’ 등의 질문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곧잘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평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지만 주제의 민감성 탓에 아직은 잠복 단계다.

그러나 교사 평가까지는 아니지만 학생들에 의한 수업 평가는 점점 싹이 트고 있다.

수업평가는 교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시도하다 2000년에는 좋은교사운동이 ‘수업평가받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 전남 장흥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아예 수업 진단(교실 진단)을 제도화했다. 이는 수업의 어떤 부분이 왜 문제인지를 학생들한테 평가받아 피드백하는 절차나 방법을 말한다. 교사에게는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고, 학습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신의 교수법을 고치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불어 학생들에게도 적극적 학습 참여, 학습법 점검, 학습공동체 인식 제고, 학습결손 파악·보충 등의 순기능이 있다.

장흥교육청이 제시하는 기법은 이해 진단, 학습자 반응 진단, 문제해결능력 진단 등 아주 구체적이어서 82개나 된다. 예를 들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기’에 대한 진단의 경우 학생들에게 미리 “봉건사회 성립 배경을 가르치고 난 뒤 이를 너희들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예고한다. 역시 수업 뒤에 학생들의 설명을 들어보고 혼란, 적절, 우수 등으로 분류해 혼란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점검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이어 해당 학생들에게 “수업의 어떤 점 때문에 봉건사회 성립 배경을 배우고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지 못했는지”를 묻거나 적어내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수업을 잘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윤기선 교육장은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학생들이 배운 게 없다면 가르친 것이 아니다”라며 “학생에게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진단받아 개선한다면 신뢰받는 교실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황순구 기자 hsg15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