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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 토론방

학벌주의에 포박당한 사회/박노자

함영기 | 2002.11.15 08:48 | 조회 1476 | 공감 0 | 비공감 0
오래 전 필자가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통역과 관광안내를 아르바이트로 할 때다. 한 번은 한국에서 온 한 대학 총장에게 통역을 해준 적이 있었다. 필자와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 유학생이 우연찮게 바로 그 총장의 동향인이자 집안끼리도 조금 아는 사이였다. 고향에서 “인사해라”라는 연락을 받은 그는 당장 총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달려갔다.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 한국 사회의 통념상 당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호텔로 찾아간 그에게 ‘높으신 분’이 반갑게 내뱉은 첫 인사는 “에스(S)대 나왔다고 했지”였다. 그 순간 그는 당혹함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아닙니다. 케이(K)대를 나왔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범죄인이 자백을 하듯 기어들어갔다. 갑자기 ‘이거 아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총장은 그에게 보인 호감을 끊고 동행인과 대화에 열중했다. ‘떳떳한 인간’이 아닌 것이 밝혀진 그는 감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는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을 부정한 ‘높으신 분’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계급전쟁’에서 패배한 자신의 ‘무능력’을 원통히 여겼을 뿐이다. 그는 총장의 냉대에 대해 격분하기보다는 한없는 열등의식과 자책감에 잠겼다.

이처럼 한 인간을 쉽게 무시해버린 그 ‘높으신 분’은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꼴보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그 총장은 오히려 비교적 합리적인 고급 관료로 평판이 나있다. 그가 보여준 지독한 학벌주의 의식은 사회 일파만의 문제도 아니고 가해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피해자들도 대학간의 서열이라는 것이 그 출신들의 능력과 정비례한다는 학벌주의의 중심적 도그마를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 학벌주의라는 허위의식이 전 사회를 한 포승줄로 묶고 있는 것이다. 계급적 차원에서 보면 학벌주의 이상으로 계급지배 관계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에 없을 것이다.

학벌주의 중심의 도그마가 전혀 사실이 아님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가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이 반드시 가장 재능이 많거나 창조적인 사람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문대를 그 어마어마한 위치에 올린 것은, 그 출신들의 인맥이 일찌감치 얻은 사회적 지분과, 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영구화를 위해 꾸며 놓은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사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학벌차별 구조는 마치 구미(歐美) 사회의 인종주의적, 비(非)서구 차별주의적 구조와 닮은꼴이다. 일단 한 번 비(非)백인이나 이슬람 가정의 구성원으로 태어난 사람이 그 외모나 문화적 배경을 쉽게 바꿀 수 없듯이, ‘노예문서’로 불리는 ‘비(非)명문대’의 학적을 가진 한국인에게 ‘면천’(免賤: 천한 신분의 탈피)의 길이란 거의 없다. 구미 지역의 우익이 인종·문화차별의 근거로 ‘열등한 그들’의 낮은 학력이나 사회적응력의 부족 등을 주장하지만, 그것이 차별의 이유라기보다 결과라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비명문대의 교육의 질 등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명문대에 대한 편향 지원을 일삼으면서 사립재단들의 사기와 전횡을 방관해 온 국가의 책임일 뿐, 졸업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적어도 구미 지역에서는 호소할 수 있는 인종차별 방지 법률과 각종 지원단체 등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유학생처럼 차별을 당하는 한국인은 어디에 호소할 수 있는가

두 달 뒤 대통령을 뽑아야 할 우리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학벌주의 청산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 어떨까 후보들의 공약을 유심히 살펴보자. 대학간의 평준화, 학벌차별 금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 후보를 뽑아야 학벌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한국학 (한겨레 길라잡이 20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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