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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스포츠 영화 만들기

함영기 | 2004.09.27 07:17 | 조회 4306 | 공감 0 | 비공감 0
이제는 야구할 수 있다 <슈퍼스타 감사용>, 스포츠 영화 만들기
[필름 2.0 2004-09-24 21:20]

‘리틀 OB베어스’ 회원이었던 김종현 감독. 꿈에 그리던 영화감독이 됐을 때, 김종현의 카메라에 담긴 사람은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지는 경기를 조용히 마무리했던 직장인 야구 출신 투수 감사용이었습니다. 스타 대신 무명 선수를 고른 선택도 의아하지만, 데뷔작으로 스포츠 드라마를 찍은 우여곡절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디 1백 년 한국 영화사에 변변한 스포츠 영화 한 편 있었습니까?

손가락이 열 개라지만 왜 그렇게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두고 보자는 사람 안 무섭다지만 왜 그렇게 두고 보자는 사람이 많은지. 동물 나오는 영화와 함께 한국영화에선 절대 안 된다는 ‘두 개의 탑’ 중 하나인 스포츠 소재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하 <감사용>)을 두고 제대로 찍을 수도 없고 돈도 안 될 거라고 참 말들이 많았다. 프로 야구 초창기 5년 동안 1승 15패 1무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마운드를 떠난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이라는 투수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감사용>이 순제작비 40억 원으로 80회차에 찍겠다고 했을 때, 정말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제작진 내에서도 거의 없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인간관계가 나빠지고, 인간관계에 신경 쓰다 보면 운동 실력이 형편없어지는 게 스포츠 영화의 딜레마거늘, 운동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뜻 모아 힘 모아 한번 해보자! 감사용이란 희한한 이름의 실존 인물에 반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의기투합했지만 크랭크 업은 고사하고 크랭크인까지도 첩첩산중의 연속이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한국 프로 야구의 상식을 무너뜨린 투구’였다는 감사용의 인생을 담은 <감사용>이 ‘한국 스포츠 영화의 편견을 무너뜨린 수작’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은 손에 땀을 쥘 것이며, 두고 보자는 사람 꼭 두고 봐야 할 일이 생겼다.

 

우리는 하고 싶었다

춥고 배고픈 연출부 생활을 거쳐 <감사용>으로 데뷔 준비를 하던 김종현 감독은 얇은 지갑에 ‘리틀 OB베어스’ 회원증만큼은 꼭 넣고 다녔다. 그것은 부적 같은 것이었다. 승리를 위해 아내의 망사 팬티를 겹쳐 입던 삼미 에이스 인호봉(류승수)처럼 여러모로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많은 이 영화를 기필코 완성하고 말겠다는 김종현 감독도 아무도 모르게 힘이 되는 뭔가가 필요했다. 할리우드 키드이자 골수 야구 팬이며 나이를 먹을수록 ‘꿈을 던진 패전 투수’ 감사용에게 측은지심을 넘어 존경심을 갖게 된 김종현 감독은 <감사용>을 정말 잘 찍고 싶었다. 이제껏 본 영화가 몇 편인데, 이제껏 본 경기가 몇 게임인데, 게다가 연줄을 동원해 불법 신원 조회로 찾아낸 감사용 선수에게 허락을 받기까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 ‘야구 장면을 살짝 입힌’ 영화 따윈 찍고 싶지 않았다. 2001년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하면서 김종현 감독은 돈 안 드는 글이라고 마음껏 썼다. 그동안 본 거는 있어서 경기장 위에서 찍은 헬기 샷이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4,5대의 카메라며 상상 속의 물량을 마음껏 투입했다. “현실적으로 안 될 거라는 제한을 두지 않고 쓰려고 했다. 일단 확 펼친 다음에 하나씩 해결하고 싶었다.”

 

김종현 감독이 쓴 ‘확 펼친 시나리오’를 받아본 윤상오 프로듀서는 감독에게는 “열심히 고쳐라”라고 말한 후, 돌아서서는 촬영감독을 물색했다. 그는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만난 김영호 촬영감독을 차로 바래다 주며 “감사용이라고 야구 선수가 주인공이야. 돌아와서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떠나던 김영호 촬영감독에게 감사용이란 인물이나 야구 영화라는 소재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시절 ‘리틀 야구 선수’로 뛰었던 김영호 촬영감독은 “이제 야구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던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일찌감치 야구를 접었지만 아직까지도 취미로 즐길 만큼 야구를 좋아한다. 김영호 촬영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감사용> 촬영 준비를 했다. 감독과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고, 비디오 카메라로 테스트 촬영을 해보기도 했다. LA에 갈 때면 도기 캠이나 클레몽 같은 장비 업체를 찾아가 “내가 한국에서 온 촬영감독인데 이러이러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장비가 있냐”고 문의도 많이 했다. “겨우 <결혼은, 미친짓이다> 한 편 찍어 놓고 장비 업체에 가서는 대단한 촬영감독 행세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긴 짓이었다.”

 

두 야구광이 태평양 위에서 영화를 찍고 있을 때 윤상오 프로듀서는 돈을 구하러 다녔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3년 전만 해도 조폭 코미디가 주류여서 이런 영화가 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차승재 대표(<감사용> 제작사 싸이더스픽쳐스 대표)에게 ‘개발비 얼마 안 드니까 기다려 달라. 시나리오는 만족할 때까지 고치겠다’고 말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자를 받았다. 그가 쓸 수 있는 돈은 40억 원이었다. 40억. 요즘 이 정도면 블록버스터라는 표현을 쓰기도 무안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시월애> <결혼은, 미친짓이다> <싱글즈> 같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영화를 만들어온 그에게 40억은 부들부들 떨리는 액수였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180만 명이 들어야 하는데 어떤 영화보다 프로덕션 난이도가 높고 이래저래 약점이 많은 게 <감사용>이었다.

 

감독과 촬영감독, 프로듀서가 철두철미한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80회차’라는 스케줄을 뽑아냈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스탭이 한마디를 했다. “80회차에 절대 못 찍어. 내가 한번 해봐서 아는데 야구 장면이 얼마나 찍기 어려운데.” 그는 <YMCA 야구단> 연출부 출신의 안재석 조감독이었다. 은 영화 전체가 9백 컷 정도였지만 <감사용>은 야구 장면만 8백 컷짜리 영화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초창기 동네 야구를 소재로 한 <YMCA 야구단>이야 어설픈 플레이가 리얼리티지만, <감사용>은 꼴찌팀일망정 프로 야구인데 호락호락하지 않을 게 뻔했다. 회차가 늘어나면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 예산이 초과된다. 아, 이 불변의 진리!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감사용>이 부딪힌 프로덕션상의 난점은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보다 본질적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종다양한 스포츠 영화가 제작되는 할리우드에서도 야구 소재 영화는 가장 까다로운 장르다. 권투는 두 사람만 링에 올리면 되고, 골프는 한 사람씩 집중해서 담으면 되지만 많은 인원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야구는 배우 한두 명이 열심히 한다고 잘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교한 룰과 다양한 기록 속에 예상치 못한 역전극이 벌어지는 스포츠가 야구지만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는 야구는 긴 인터벌 때문에 지루하기도 하다. 권투처럼 화끈한 KO승이나 KO패라는 게 없다. 쓰리 아웃이 되질 않으면 공수는 전환되질 않고, 9회가 되기 전에 \'나는 안 되겠소\' 하며 중간에 나자빠질 수도 없다. 한 번이라도 야구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야구의 복잡하면서도 지루한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흔한 말을 바꿔 말하자면 야구 영화를 찍는다는 건 인생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권투 영화부터 익스트림 스포츠 영화까지 다양한 종목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할리우드에서조차 야구 영화는 액션보다는 드라마 장르로 흡수되는 경향이 짙다. <내츄럴> <19번째 남자> <사랑을 위하여> 등이 그런 영화다.

 

한없이 늘어졌다가 갑자기 긴박해지는 게 야구의 묘미라지만 야구 영화는 한없이 늘어졌다가는 큰일난다. 그렇다고 9회 말 투 아웃에 터지는 만루 홈런 같은 극적인 상황들에 의존해서도 곤란하다. “이번에 올림픽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실제 상황을 보여 주는 스포츠 중계는 어떤 영화도 따라오지 못하는 긴박감과 생동감을 준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허구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생동감을 주기가 힘들다. 드라마틱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영화니까’라는 생각을 더 들게 하고.” 윤상오 프로듀서는 스포츠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민경 편집 기사는 “야구는 본질적으로 머리를 쓰는 스포츠지만 관객들은 화려하고 액티브한 장면을 기대한다. 격하게 움직이는 미식축구는 물론, 축구만 해도 공수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상당히 액티브하다. 하지만 야구는 촬영뿐 아니라 편집에서 만들어야 하는 생동감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며 “내가 내린 결론은 정확한 폼보다는 표정이 좋은 컷을 고르면서 감정을 살리는 편집으로 긴박감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다”고 말한다.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신민경 기사가 <내츄럴>이나 <애니 기븐 선데이> 같은 스포츠 영화는 물론 <말레나> 같은 엉뚱한 드라마를 뜯어보며 편집의 묘를 찾던 반면, 김종현 감독과 김영호 촬영감독은 ‘<감사용>은 드라마’라는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민경 기사는 드라마가 지루하다는 이유로 참고하지 않았던 <사랑을 위하여>를, 김종현 감독과 김영호 촬영감독은 야구 장면을 잘 찍었다는 이유로 본보기로 삼았다. <메이저리그>나 <루키> <해피 길모어> 등은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영화까지 구할 수 있는 스포츠 영화는 모조리 모니터했으며, 둘이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다가 \"이거야!\" 하면서 찾아낸 앵글도 있다. “따라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다른 영화를 찍는데 똑같이 쓸 수는 없다. 단지 기술적으로 훌륭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했다”고 김종현 감독은 말한다.

 

일단 감독과 촬영감독의 경기 장면 촬영 컨셉은 분명했다. 관객이 관중석이 아니라 그라운드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 망원 렌즈로 잡은 TV 중계 화면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직접성을 전해 주고자 했다. 메인 카메라 외에 고속 촬영 전용으로 또 한 대의 카메라가 부지런히 그림을 주워 담았으며, 카메라를 배우의 몸에 장착하는 도기 캠 보디마운트를 미국에서 대여해 왔다. 감사용의 첫 등판에서 쓰인 도기 캠은 이범수의 거친 호흡에 카메라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변 사물들이 출렁거리는 극히 주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관객이 보기에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 앵글은 마운드에 오른 감사용의 어지럼증과 긴장감을 더할 나위 없이 잘 포착해냈다. <감사용>은 목동 구장의 조명을 모조리 갈아 끼운 덕분에 깜빡임 현상을 걱정하지 않고 고속 촬영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으며, 저속 촬영 후 스탭 프린팅, 역방향 촬영 후 정방향 재생, 의도적인 포커스 아웃 등 다양한 촬영 기법이 도입됐다. “현상 단계에서의 조작은 피하는 대신 촬영 단계에서 카메라와 렌즈의 변화를 통해 할 수 있는 기교를 다 써보려 했다”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어떠한 눈속임 촬영으로도 지금 같은 완성도는 못 나왔을 것”이라는 게 김영호 촬영감독의 생각이다.

 

우리는 해야 했다

 

안재석 조감독은 <감사용>의 관건이 ‘야구 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지 않으면 날고 기는 감독이라도 하루 최대 50컷을 찍어야 하는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YMCA 야구단>에서 일본인 야구팀인 성남구락부 선수들을 전부 야구 선수 출신으로 꾸렸던 경험에 비추어 <감사용> 안에서 드라마 연기가 전혀 없는 상대팀이야말로 전부 그렇게 꾸려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YMCA 야구단>에서 만난 LG 트윈스 출신 이정준과 두산 베어스 출신 백철민에게 SOS를 쳤다. 이들은 삼미와 시합을 하게 되는 상대팀 주요 선수들을 섭외하는 데 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연기와 야구 오디션을 통과해 캐스팅된 삼미 선수들을 집중 훈련시켰다. 좌완 투수였던 감사용을 연기하기 위해 오른손잡이 이범수가 죽어라 왼손 피칭을 했던 것을 비롯해 삼미팀 출연진 전원이 타격과 투구 연습으로 야구단을 방불케 했다. 촬영 중반 김영호 촬영감독은 자신감이 붙었다. 감사용 역의 이범수나 박철순 역 공유의 투구 동작을 120프레임으로 고속 촬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버젓한 폼이 나왔기 때문이다. 1분에 24프레임으로 찍던 동작을 120프레임으로 찍으면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슬로 모션에서도 그들의 폼과 표정이 정말 야구 선수처럼 진지했다. 연기자와 손발이 맞은 카메라는 계속 필름을 집어 삼키며 쭉쭉 진도를 나갔다. 실존했던 프로 야구 선수들의 이름을 등판에 새긴 배우들은 자신이 아니라 배역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감사용>이 ‘어려운 영화’였던 이유는 스포츠를 소재로 했을 뿐 아니라 실제 역사 속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창원의 한 할인 마트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감사용 선수는 감독이 용케도 찾아내 동의를 구했지만 당시 감사용 선수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일일이 찾아내 실명 사용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일부는 현직 코치나 감독으로 야구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어렵지 않았지만 일부는 은퇴 후 행방이 묘연해 한국야구협회를 통해 수소문했다. 실화나 실존 인물이 주는 무게감에 눌려 자꾸 자기 검열에 빠지던 김종현 감독은 감사용을 제외하곤 전부 허구의 인물을 쓸까 고민도 했지만 그런 도피로는 이 영화가 주는 진정성을 놓칠 수 있겠다 싶어 금방 마음을 접었다. 삼미 선수 중 한 명은 안 좋은 일로 팀을 떠났다며 실명 사용 동의를 거절했고, 원년도 MBC 청룡의 4번 타자이자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백인천은 동의서를 받을 당시 롯데의 성적 부진으로 ‘잠수’를 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수십 장의 동의서를 모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우뚝이었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동대문 야구장은 20년 동안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야구장 주변은 밤새도록 영업하는 밀리오레, 두타, 프레야 등 초고층 상가들이 에워싸고 있어 그림으로나 소리로나 애초부터 불합격이었다. 제작부 스탭들은 전국의 모든 야구장을 샅샅이 뒤졌다. 주변 환경도 환경이지만 인조 잔디가 깔리지 않은 예전 맨땅 야구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마산 구장을 섭외했다. 김종현 감독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산 구장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크랭크인을 앞두고 마산 구장의 조명 탑이 태풍으로 쓰러졌다. 김종현 감독은 ‘이만한 색시감 없다’며 조명 탑을 다시 세우든지 아니면 카메라 설계를 다시 하든지 해서라도 마산 구장에서 찍겠다고 우겼으나 흔히 ‘시어머니’에 비유되는 윤상오 프로듀서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이 결혼은 안 된다’는 식으로 마산 구장을 반대했다. 윤상오 프로듀서의 대안은 서울 목동 구장이었다. 관중으로 나올 보조 출연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지방 촬영에 드는 진행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동 구장도 만만치 않은 문제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동대문 구장과는 달리 외야가 없고, 둘째는 7년 동안 야간 경기를 치르지 않아 한국전력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용>의 CG팀 딥픽쳐스는 서울시로부터 목동 구장의 도면을 구해 외야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조명은 제작비에서 1억 원을 들여 전구를 모두 갈아 끼운 다음 발전차 2대, 발전기 7대를 동원해 전력을 끌어왔다. 하루 기름 값만 2백만 원이 나갔다. 목동 구장에서 만난 윤상오 프로듀서는 관중석을 가리키며 한마디 한다. “썰렁하죠?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5백 명이에요. 하룻밤 4천만 원이 나갑니다.” 딥픽쳐스의 김정훈 팀장, “영화 보시고 외야가 없는 구장이라는 생각은 못하셨을 거예요. 외야석 만드느라 수백 명의 보조 출연자를 프레임당 최대 1만4천 명까지 불리느라 데이터가 무거워 고생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스포츠에, 실존 인물에, 어중간한 과거를 배경으로 한 <감사용>은 1,800컷 중 어느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미술팀은 ‘게브랄 티’ ‘까스 활명수’ 같은 광고판을 제작하고, 의상팀은 그 많은 배우들 야구복, 일상복 골고루 해 입히느라 일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도 우리 같을까?

 

감독은 안 해본 영화 하느라 여러 고생을 하는 스탭들이 고마웠다. 배경 연기하느라 매일 대기 중이었던 단역 배우들도 고마웠다. 그럴수록 김종현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들어야 했다. 감사용을 어떤 시선으로 보여 줄 것인가? 어떤 감정으로 경기 장면을 연출할 것인가?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는 <감사용>이 스포츠 영화라는 생각을 버렸다. 자꾸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는 <감사용>이 실존 인물 영화라는 생각을 버렸다. 거듭 이 영화는 허구라고 되뇌었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인물이 살아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20연승을 앞두고 있는 박철순이 선발로 나선 대 OB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하게 될 감사용이 일대 접전을 벌이는 시합을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설정한 김종현 감독은 “<감사용>은 <록키>를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실제 감사용은 박철순의 16연승 전에서 맞붙지만 영화는 극적인 드라마를 위해 20연승 경기를 선택한 후 ‘9회 말, 투 아웃, 투 스리 볼 카운트’라는 극적인 상황까지 밀어붙인다. 당대 최고의 타자 김우열을 만난 감사용. 그는 1승을 올릴 것인가? 영화 속 감사용의 가족과 동료들은 물론 스크린 밖 관객들도 ‘제발 한 번만…’을 중얼거리게 된다.

 

“투 아웃 투 스리 볼 카운트까지는 안 가려고 했는데 ‘손에 땀을 쥐는 안타까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장르의 관습을 피할 수가 없었다. 대신 <록키>에서 록키와 아폴로가 15회까지 피를 흘리며 싸우다 결국 무승부로 끝나는 것처럼 승리의 희열이 아니라 수고한 자의 감동을 전해주고 싶었다.” 김종현 감독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 안재석 조감독이 부연 설명을 한다. “감사용이 1승을 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1승을 보여 주지 않고 1승으로 다가가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다. 투 아웃 투 스리 볼 카운트는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그 상황이 아니면 김우열와 정면 승부를 벌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투적이어도 꽉 찬 만루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감사용>은 익히 보아 왔던 스포츠 휴먼 드라마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웃음과 눈물과 따뜻한 메시지로 관객을 격려하는 또 한 편의 스포츠 휴먼 드라마가 등장했을 뿐이다. 그러나 별반 새롭지 않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감사용>은 무수한 새로움들과 마주쳐야 했다. 관습적이든 아니든 잘 찍는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최근 한국영화가 독특한 소재와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결합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면 <감사용>은 그 와중에 한국영화의 숨은 가능성을 2인치 넓혔다. ‘리틀 OB 베어스 회원’이었던 이 아이가 ‘김종현 감독’으로 첫 작품을 내놓기까지 수많은 영화와 사람들이 그를 도왔다. 이제 이 아이는 자신만의 1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손익분기점 180만 명이 꼭 그 1승이라는 법은 없다. 1승은 어쩌면 이미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첫 시사회가 끝난 후 실제 감사용이 김종현 감독의 손을 움켜 잡았다. “좋은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네. 난 네 번 울었어.”

 

사진 맹수영 기자, 사진제공 싸이더스픽쳐스 ㅣ 디자인 김재원


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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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영화] [영화] 겁나 먼 왕국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상상, 슈렉2 사진 함영기 2830 2004.07.25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