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교컴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난 편지쓰기를 좋아한단다.
한 번은 빨간색 A4에 열 줄 남짓한 짧은 글을 43명 개개인에게 써서 주었어.
그 봄날이 아직도 생각 나.
녀석들은 놀라는 눈치였어.
모두에게 같은 글을 쓴 건 아닌가 서로 확인하고 난리였지.
그 글을 쓰느라 열흘 정도 걸렸어.
한 명 한 명에게 가슴에 남는 글을 써주고 싶었거든.
2년이 지나 그 때 우리 반 아이였던 아이에게서 들었어.
그 때 내가 써 준 편지가 자기 책상 앞에 지금도 붙어 있다고.
그런 시간들이 지나
이젠 편지쓰는 기쁨이 어떤 건지조차 희미하지만
며칠동안 어지러웠던 마음을 털어내고
오늘은 가만히 편지를 쓰고 싶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제는 차분해지면 어떨까?
너를 보면 언제나 여름같아.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조금도 가만있지 못하는...........
전혀 울 것 같지 않더니 너도 겱국 눈물을 보이더구나.
역시 넌 그 나이답게 순수함이 있어.
네가 어떻게 변해갈지 자못 기대가 되는 걸.
나를 실망시켜도 좋아.
넌 너대로 너의 삶을 열심히 일구어가면 되니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네가 깨달아갔으면 좋겠어.
너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니까.
지금, 햇빛이 찬란한 오후여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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