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뻘뻘 흘리며 산 중턱에 이르자 배가 몹시 고팠다. 배낭을 풀고 코펠을 꺼내, 가지고 온 물통의 물을 부었다. 라면을 넣고 나니 마실 물이 더 필요했다. 마침 조금만 내려가면 샘이 있는 지점이었다. 친구를 남겨놓고 물을 \'길러\' 산길을 내려갔다. 라면이 \'불기\' 전에 다녀오려고 서둘렀다.\"

  위의 인용문에서 나오는 \'길러\'와 \'불기\'는 자주 볼 수 있지만 틀린 표현이다. \'길으러\'와 \'붇기\'로 고쳐야 한다.

  \'샘 따위에서 물을 떠내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는 \'길다\'가 아니라 \'긷다\'다. 이것은 ㄷ불규칙 활용을 한다. ㄷ불규칙 용언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올 때는 어간의 ㄷ이 ㄹ로 바뀐다. \'긷다\'의 경우 \'길어, 길으면, 길어서, 길으니\'처럼 활용된다. 위에서도 문맥상 \'긷+으러\' 형태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ㄷ이 ㄹ로 변해 \'길으러\'가 된다.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지다\'라는 뜻의 단어는 \'불다\'가 아니라 \'붇다\'다. \'체중이 붇다\'에서처럼 \'분량, 수효가 늘어나다\'의 뜻으로도 쓴다. \'붇다\'도 역시 ㄷ불규칙 용언이다. 예문의 경우는 \'붇+기\'의 형태인데 뒤에 자음이 오므로 ㄷ이 ㄹ로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불기\'가 아니라 \'붇기\'로 써야 한다. 모음이 연결되면 \'불어, 불으니, 불으면\'처럼 활용한다.

  활용 형태가 이와 같은 단어로는 \'듣다, 싣다, 일컫다, 묻다(問), 걷다(步)\' 등이 있다.

--<한국어가 있다>1,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