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교컴
4월이 오면
언젠가는 4월이 좋았다.
스산한 공기와 나른한 햇살이 그리 좋았다.
한가하게 흐르는 시침이 부드러웠다.
똑똑 거리는 초침의 운동이 문열라는 노크와 같았다.
버드나무에서 연한 초록의 잎들이 번져오면
멀리 저 언덕에 누군가가 와 줄 것 같았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줄지어 있었던
뽀족한 포풀러가 풍성해지던 한낮이 좋았다.
비어있는 밥 그릇이 보였을 때,
저어 멀리 길가 끝으로 어머니가 올 것 같았다.
남은 겨울의 냉기가 흔들어 대던 창호지 문풍지를
칭얼대듯 난 배고픈데 엄마는 언제 올까.
겨우 낸 쪽마루 끝에 앉아 두 손을 턱에 대고 바라 본다.
두 줄 나무가 열어논 길에는 오지 않는 어미의 그림자 뿐이었다.
쌔앵하고 거세게 부딪히는 상승기류에 질끈 눈을 감는다.
포풀러는 가볍게 흔들리며 제자리에 있다.
쪽마루 끝에 서서 힘없는 기둥을 부여잡는다.
댓글 4개
| 엮인글 0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358 | 가슴이 시키는 일 [2] | 하데스 | 1543 | 2011.03.19 08:19 |
357 |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 조진형 | 1541 | 2005.06.29 08:08 |
356 |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3+1] | 하데스 | 1538 | 2011.07.14 09:11 |
355 | 폭풍전야 [6] | 하데스 | 1537 | 2010.09.01 11:35 |
354 | 소리내어 환히 웃을 때도 [2] | 하데스 | 1537 | 2010.09.13 22:00 |
353 | 혁신이야기(2)-교무업무에는 더이상 혁신은 없다. | 유춘모 | 1535 | 2006.07.02 18:30 |
352 | 주거니 받거니 [4] | 하데스 | 1534 | 2011.03.22 10:04 |
351 | Need you now [4] | 하데스 | 1532 | 2010.06.23 11:33 |
350 | 마음의 빗장을 풀고 [2+2] | 하데스 | 1532 | 2011.12.19 16:10 |
349 | Iced Tiramisu Latte [4] | 하데스 | 1529 | 2011.04.13 19:53 |
348 | 게시물이 이동되었습니다. | 대머리 여가수 | 1529 | 2011.11.19 13:07 |
347 | 꿈에 [4+1] | 하데스 | 1527 | 2011.03.30 13:54 |
346 | 다시 만난 세계 [4+4] | 하데스 | 1527 | 2011.11.17 11:17 |
>> | 4월이 오면 [4] | 잠잠이 | 1525 | 2010.04.18 17:14 |
344 | RE: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1] | 풀잎 | 1524 | 2011.06.02 11:27 |
343 | [우리말 바루기] 낯설음/ 거칠음(?) [1] | 이국환 | 1523 | 2006.04.19 12:23 |
342 | 오늘의 커피 [6] | 하데스 | 1523 | 2010.08.09 15:41 |
341 | 내 마음이 들리니? [4] | 하데스 | 1523 | 2011.04.12 09:48 |
340 | 거짓말 [4] | 하데스 | 1523 | 2011.05.02 16:07 |
339 | 너에게 2 [1] | 하데스 | 1522 | 2010.10.27 19: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