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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 라면 한 그릇의 행복

함영기 | 2003.12.19 12:12 | 조회 2264 | 공감 0 | 비공감 0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고 며칠전에 마트에서
사 온 라면을 찾았는데 없다. 그저 혼자 먹을 때는 라면이
최고인데 하며 중얼중얼 온 집안을 뒤지고 다니는데
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청소년기를 조금 고통스럽게
보낸 바 있지만, 사실 나 보다 훨씬 나쁜 조건에서 성장한
분들에게 누가 될까 그 시절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이야기를 해보자. 이왕 시작했는데 뭐...
나는 재래 시장에서 파는 단팥이 들어간 도넛을 보면 뭔가 울컥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꼭 몇 개를 더 사서 집에 와 가족들과 나눠 먹는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나는 중2 가을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고 중2 초겨울에 인천에 있는 대건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집의 사정이 퍽 좋지 않아서 나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혼자 밥을 해먹으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나 어쨌다나...
이런 불우한 청소년기는 이후 12년 동안 지속되었다나 어쨌다나...

근데 도시락을 챙겨 등교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중3 때부터는
자취생활에 관한한 선수가 되어서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니고...
간단한 반찬은 만들어 먹기도 하였었다. 그 중2 겨울에서 중3 올라가는 3월 까지,
날은 왜 그리도 춥든지...1974~75년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샘들 중에는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하여튼 그 추웠던 몇 개월간은 도시락 대신 학교 매점에서 한 개에
5원짜리 도넛을 먹었다. 겨울이라 거의 얼다시피한 그 5원짜리 단팥이 조금 들어간,
뭔가 바람을 빼내어 홀쭉하게 보이는 그 도넛 말이다. 대건중학교는 지금 폐교가
되었지만 그 당시는 대건중고등학교가 한 캠퍼스에 있었는데...가만 보니 의외로
많은 고등학생 형들이 점심을 매점에서 때우는 듯 했다...중학생은 몇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그나마 아는 학생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어린 눈에 비친, 매점 풍경...무지하게 추웠고 고등학교 형들은 무언가를 연신
중얼거리며 웅성웅성하는 꿈속 같았던 분위기가 생각난다. 그 와중에도
30년 후에 캡틴이라 불리우게 될 한 소년은 유심히 주변을 관찰을 하였는데...
다음은 가장 사정이 좋은 순서로 매점에서 점심을 먹는 모습들이다.

도넛 10개에 뜨끈한 오뎅 한 대접을 혼자 시켜서 놓고...먹던 형은 아마 최고 부자,
도넛 5개에 오뎅 한 대접 먹는 형은 중상...도넛 10개만 먹는 형은 중하...
그럼 도넛 5개만 먹는 난 뭔가...그냥 하층민이었나 보다.

그 추웠던 겨울(사립이었던 대건중학교에는겨울에도 난로라는 것이 없었다.)
내 소원은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 도넛 열 개에 뜨끈한 오뎅 한 대접 먹는 것...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행복이 이뤄질 수 없으니 나는 습관적으로 도넛 5개를 사서 어디 눈 둘 곳이
없어 매점의 허공을 바라보며 식어 빠진 도넛을 먹었던 그 때...

그래서 요즘도 단팥이 들어간 도넛(근데 요즘 도넛은 통통하게 살이 쪘다)을
보면 그 시절 생각이 난다. 냉기어린 매점 한 구석에서 열 다섯 소년이
5원짜리 식어 빠진 도넛을 입에 넣으며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 나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 소년의 이름이 함영기다.

아...라면 찾았다!

나는 행복감을 가득 안고 라면을 삶는다. 나의 라면 삶는 실력은 우리 장여사도 인정하는
수준급이다. 물은 좀 낙낙하게...그래야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다.
그리고 맛난 김치와 밥 한 숟가락이면 이거야 바로 이거! 행복이 뭐 먼 곳에 있나?

맛난 김치에 곁들여 라면 한 그릇에 밥을 조금 말아서 뚝딱 해치운 직후...
나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언제나 친구,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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