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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조롱받는 시대

함영기 | 2004.03.06 19:04 | 조회 1057 | 공감 0 | 비공감 0
예술가가 조롱받는 시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전에는 아무도 그의 그림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고흐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고흐는 그림을 팔겠다는 욕망도, 화가로서 명성을 얻어 성공하겠다는 욕망도 포기한 채 그림을 그렸다. 방안을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도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그리고 또 그렸다. 그것이 자신을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는 가정이나 아내 없이도 지낼 수 있었고, 돈이나 안락함 또는 건강을 포기하고도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보다 더 위대한 어떤 것, 자신의 생명 자체인 것, 창조의 힘과 창조의 능력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것, 평범한 우리가 보기엔 미친 짓인 그 광기를 그의 고통 속에서 헤아리고 포용하려고 한다면 사실 이해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 사회가 고흐를 바보 미치광이라 조롱하지 않고 위대한 화가라 일컫는 것은 그 사회가 창조의 능력을 존중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고흐는 왜 귀를 잘랐을까-

한국 근대미술사의 귀재 이인성을 기억한다. 그는 광복 직후 술에 취해 통행금지를 어겼다가 치안대원과 맞닥뜨렸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술 취한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이인성을 모르느냐”고 대답했다. 치안대원은 너무나 당당히 대답하는 그가 권력을 쥔 고위층 인물인 줄 알고 집으로 보냈다. 그러나 나중에 그가 아무런 힘도 없는 ‘환쟁이 이인성’이라는 걸 알자 당장에 찾아가 그 자리에서 총 한 방으로 죽여버렸다. 그는 40대에 대가가 되면 60, 70대에는 무슨 그림을 그릴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38세의 이인성을 우리는 그렇게 죽였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우리 사회에 놀라운 에너지를 강렬하게 분출했던 몇몇 시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한 선배 시인은 방 한 칸이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며 그 흔한 휴대전화 하나 챙기지 못해 주변과 연락을 끊고, 동어반복이 싫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시인이 쓰는 시나 화가의 그림이 난해해서 혹은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도대체 자기들끼리만 알아먹는 그런 그림이나 시가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제일간다는 대학을 졸업했는데 시가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다면 그것을 쓴 작가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로 예술 작품에 대한 몰이해와 게으름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를 작가라고 불러주며 왕성하게 인터넷 모임을 이끌어가는 몇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그 친구, 한때 가까웠던 동창인데, 문단에서는 알아주는 시인이라던데, 혀 짧은 소리로 막 써놨는데, 무슨 얘기하는지는 알아야 될 거 아니냐고.” “그들이 무슨 소릴하건 지들끼리 놀게 놔두고, 글쓰는 사람은 다 시인 아닌가?” “여기서 우리가 주고 받는 구수하고 재미있는 대화, 이것이 소설이고 시 아닌가?” 무책임하게 내뱉는 말에 마음 쓸 일은 아니나 문제는 이런 말투가 ‘시대의 멋진 말투’인 양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에 오르내리던 그는 80년대 우리 시단의 한쪽을 명실공히 대표하는 시인이다. 사람들의 몰이해를 무릅쓰고 어떻게 혼자 그런 깊이를 획득해 낼 수 있었는지, 십년 만에 펴낸 그의 시집을 경외의 심정으로 흠모하던 터라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외로운 실험과 각고의 노력은 외형만을 중시하는 들뜬 사회에서는 묻혀버리거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선배 작가들의 글을 공들여 읽기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제멋대로 표출하는 것이 더 쉬운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재미거리로 인기를 좇는 작가는 흔하나 의미있는 창조를 위해 뼈를 깎는 작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창조의 힘 이해하는 역량을-

우리가 이인성이라는 아름다운 영혼을 총 한 방에 죽여버린 지 50여년이 지났다.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이 도시 한쪽 구석방에 답답하고 답답해서 살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다는 한 선배 시인이 누워있다. 2004년 봄, 또 하나의 이인성이 골목길을 걸어간다면 우리는 다시 그에게 총알을 날리거나 굶겨 죽이지 않을 만큼 창조적 재능을 존중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

〈최정례/시인〉

최종 편집: 2004년 03월 05일 18: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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