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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을 오르며>

이국환 | 2004.01.21 15:12 | 조회 979 | 공감 0 | 비공감 0
山을 오르며

산을 오른다. 처음 몇 발자국이 힘들다. 날씨에 맞는 옷을 준비하고 등산화 끈을 조이고 배낭을 메고 산으로 가는 것부터 등산은 시작된다. 시작할 때는 옷을 가볍게 입고 조금 빨리 오르는 것이 낫다. 곧 숨이 차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내뱉는 숨소리만 귀에 가득하다. 그래도 자꾸 오르다 보면 마침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어제 먹은 술은 발목을 잡고 세월과 과식은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거기서 멈추면 더욱 가기 어렵다. 내 속에 이렇듯 많은 땀이 있더란 말이냐. 그러나 여기서 쉬면 더 걷기 힘들다. 조금만 더 가자.
산을 오른다. 드디어 나와 산은 같이 숨쉰다.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산이 내려가면 나도 내려가고 산이 올라가면 나도 올라간다. 어디로든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아하∼ 숨을 토한다. 휘파람을 분다. 누군가 일러주었던 팔색조 울음소리. 짝을 찾는 새소리 시늉을 한다. 새도 이렇게 산을 오르면 울고 싶을거다. 마음이 마구마구 쿵꽝거릴거다. 바람의 결을 따라 나르며 한 번쯤 소리치고 싶을거다.
산을 오른다. 마구 가고싶은 맘을 달래며 더 가기 위해 발을 멈춘다. 지상(地上)에서 산상(山上)으로 나를 끌어 올려준 육신을 다독거린다. 물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묶어 '막걸리'라 부르기도 한다. 여름산을 오르며 흐르는 땀에는 막걸리 냄새가 난다. 바람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더 높이 오르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음을 안다. 언제나 그렇듯 바람은 산 정상에 떼지어 있다. 이 산 저 산 골짜기 거슬러 올라 이 구름 저 구름 불러모으며 그렇게 모여있다. 산 정상은 바람의 전장(戰場)이다. 산을 오르는 이는 바위 모퉁이를 돌아가며, 능선 한쪽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들의 소리를 듣는다. 귀가 서늘하다.
산을 오른다. 발바닥부터 나의 등장을 산은 안다. 무릎의 구부림을 거쳐 허벅지의 당김으로 산을 맞는 나를 안다. 심장은 과연 내게서도 뛰고 있었다. 공기는 과연 세상에 담겨 있었다.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물고기처럼 젖은 머리카락들을 닦으면서, 산의 쌉싸름한 내음을 한껏 들이킨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산을 오른다. 문득 뒤돌아보면 지나온 세상이 보인다. 웅성대던 기계소리 이미 들리지 않는다. 산은 도시의 외곽에서 도시의 소음을 막아주고 있다. 예수가 산상에서 그의 이야기를 전한 것도 불문의 고승이 산사에서 사자후를 說한 것도 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돌연 부딪치는 인간세계와의 결별. 사람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었다. 나는 몰랐다. 내가 사는 곳에서 몇 시간을 걸으면 이렇듯 큰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밤의 산이 어떻게 그 외로움 속에 별들을 띄우는가를. 인간이 그리워 다시 산을 내려갈 때까지. 계곡의 물소리 따라 사람의 도시가 나타날 때까지.
산을 오른다. 바위가 늘 발과 친한 것은 아니다. 흙과 나무가 늘 인간을 반기는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종종 나를 매몰차게 뿌리치고 나는 넘어진다. 44년간 나의 이름으로 자란 시간과 공간이 순식간에 턱없이 무너진다. 한 조각의 돌멩이, 한 방울의 물에도 나는 넘어지고 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지만 매양 나는 부끄러웠다. 내게 오르던 아이들을 어떻게 넘어뜨렸던가. 내게 부딪쳐오던 젊은 가슴들을 어떻게 멍들게 했던가. 내가 휘두른 회초리의 아버지, 나무는 알고 있었다. 뿌리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뜨리지 말아야 했다. 절벽으로 막아서지 말아야 했다. 좀더 부드러운 능선으로 녀석들을 끌어주어야 했다. 아직도 내게 익숙하지 않은 녀석들을. 이제 막 외로움과 만난 녀석들을…….
산을 오른다. 단풍으로 이름난 산이 아니라도 어느 산에나 그 산이 마련한 단풍은 있다. 어떤 산에나 바위가 있고 계곡은 있다. 이름난 음식점은 가지 못 했어도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늦은 가을 산을 지나며 산등성이의 스산한 나무들을 보며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처럼 무리지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고 싶었다. 오롯한 바위를 지나며 옛 이야기에서 돌이 된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이었을까 물었다. 해질녘의 산등성이를 보며 산 없는 하늘이 덧없음을 알았다. 하늘을 떠메고도 말없이 그 바탕으로 기꺼이 누워있는 산을 보았다.
산을 오른다. 봉우리마다 제 나름대로 오름인 것을, 그 중에서도 더 높은 것을 찾아 기어코 올라온 사람들을 산은 허허로운 바람으로 맞는다. 바람은 묻는다. 나를 찾아왔는가? 너를 찾아왔는가? 늘 대답에 궁한 나는 서둘러 겉옷을 걸친다. 바람을 막는다. 윈드프로프, 바람을 멈춘다. 윈드스토퍼. 입으면서 껴입으면서 그래도 나는 어떤 옷으로도 막지 못하는 바람을 만난다. 옷깃을 세우고 얼굴을 없앤다. 알몸으로 온 몸뚱아리 그대로, 알몸으로 서있는 산을 만나지 못하는게다. 껍데기를 몇 겹이나 두르고야 간신히 몸을 가누는게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바람에 얼꿀 삐죽 보이며 끝내 새처럼은 몸을 띄우지 못하는게다. 그래서 별처럼 붙박히지 못하는 것일게다.
산을 내려온다. 입산주부터 시작한 술은 능선주, 정상주를 거쳐 나를 감싸고 서둘러 하산주로 나를 끌고 간다. 나는 언제부턴가 산을 잊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둥당둥당 노래하며 그제서야 같이 온 듯 일행과 더불어 내려가는 길을 재촉한다. 산은 그런 나를 따라 마을까지 내려오다 산을 내려오는 다른 사람들 사이로 언뜻언뜻 고개를 내밀다 인간의 불빛이 산의 별빛을 지울 때. 드디어는 그 발부리 보이지 않는다.

며칠 후 나는 또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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