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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7> '알천과 섭치'
째마리, 어릴 때 읽었던 이두호 만화의 제목이다. 째마리는 여럿 가운데 가장 못난 사람이나 물건 중에서 제일 나쁘거나 못 생긴 것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작고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가리키는 잔챙이, 변변치 못하고 너절한 물건을 뜻하는 섭치 같은 것들이 있으며, 초리는 특히 과일 가운데 가장 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과일이나 생선 가운데 가장 굵거나 큰 것을 가리키는 말은 머드러기다.
큰 물건은 왜뚜리, 같은 물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대짜배기라 하고, 품질이 제일 좋은 물건은 알천이라고 한다. 알천은 재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이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저자에 쌓인 물건 중에서 머드러기나 왜뚜리, 대짜배기, 알천 같은 좋은 것을 고르고 난 뒤에 남은 찌꺼기 물건을 허섭스레기나 치레기, 지스러기라고 하는데, 품질이나 모양이 다른 것보다 훨씬 처져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뜻하는 처질거리와 통하는 말들이다. 궤지기도 다 고르고 찌꺼기만 남아 쓸데없는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겉보기에는 괜찮은데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은 나무거울,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보잘것없는 물건은 굴퉁이라고 한다. 굴퉁이는 씨가 여물지 않은 늙은 호박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정성을 들이지 않고 대강 튼튼하지 못하게 만든 물건은 건목이나 가재기라고 하는데, 날림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날림치, 막잡이로 만들었다고 해서 막치라고도 한다. 또 아주 조잡하게 만들어 싸게 파는 상품은 눅거리라고 한다. 이런 싸구려 물건들을 저자에 냈다가는 손님들에게 퇴짜를 맞기 십상인데, 퇴짜는 옛날 관청에서 상납하는 포목의 품질이 낮으면 ‘퇴(退)’자를 찍어 도로 물리쳤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백화점 같은 데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재래시장에 가면 덤을 좀 달라, 밑지고 파는데 무슨 소리냐 하면서 밀고 당기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렇게 일정한 수효 외에 더 받는 물건을 우수라고도 하는 것이다. 우수 말고 우수리는 거슬러 받는 잔돈을 뜻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기로 이것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은 얼치기라고 하고, 여러 가지가 뒤섞인 중요하지 않은 물건은 잡살뱅이라고 한다. 또 쌀 같은 물건에 다른 잡것이 섞여 순수하지 못한 물건을 반지기라고 하는데, 돌이 많이 섞인 것은 돌반지기, 뉘가 많이 섞인 것은 뉘반지기라고 한다. 구한말에 일어났던 임오군란은 밀린 급료를 먹지도 못할 돌반지기로 주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장승욱,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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