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3-05-09 11:06:00]

매년 4~5월이면 사범대학 4학년 재학생들은 4주 동안 일선 중· 고교에서 ‘교육실습’을 한다. 몇년 전까지 ‘교생실습’으로 불리던 과정이다. 모 지방대학의 경우도 760여명의 학생이 90여 개의 일선 중·고교에서 실습을 마쳤다. 그런데 실습을 마친 학 생 중 일부는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를 택한 게 부끄럽다” 며 토로하고 있다. 4월에 지역의 한 고교로 실습을 다녀온 J(컴퓨터공학과·교직이 수)씨는 “1주 정도는 대기실에 앉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냈 다”며 “2주가 지나서야 겨우 학생을 만났다”고 했다. 반면 다 른 고교에 실습 나간 P씨의 경우 “담당교사가 중간고사로 바쁘 다며 사전 교육조차 없이 대부분 수업을 맡겨 최고 20시간인 실 습시간을 훨씬 넘어섰다”고 했다.

체계적인 실습보다는 각기 형편 대로 ‘부려 먹는’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심한 불만도 있다. 지난해 교육실습을 한 B씨는 교육 실습비를 포함해 교장, 교감, 담임선생님 선물비 등으로 40여만 원을 썼다고 했다. 다른 학교에서 실습을 마친 A씨는 교장선생님 의 노골적인 요구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회식자리에서 “학교에 소파가 필요하니 실습생들이 하나 기증하는 게 어떠냐”고 요구 했다는 것. A씨는 이런 사례들이 마치 관례화된 것처럼 느꼈으며, 선물이나 요구를 챙기지 않으면 실습 성적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 이라는 우려와 함께 다음에 실습을 나올 후배들이 고생한다는 이 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일선 대학에선 요즘 교육실습을 준비하거나 결과보고에 한창이다 . 모 대학 교육지원실의 담당자는 “교육실습생을 보내기 위해 일선 중·고교에 찾아가 사정하는 형편이다. 일선 중·고교에서 안 받아주면 그만이다”라며 “그러니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해 당 학교에 시정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대다수 실습생들은 ‘교육실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비록 일부에서 벌어지는 것이긴 하겠지만, 교육자의 길을 걷기위해 첫발을 내디딘 예비교사에게 선배들이 올바른 교육자 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진현(경남대학교) leader20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