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아니,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이 말 자체가 다의성을 가지고 있는지라 모두들 제 편에서 해석하려 들 것이다. 어떤 이는 부당한 정치적 간섭이 배제된 자주성을 말할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교육하는 사람은 오로지 교육에만 신경쓰고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워낙 정치라는 말이 '정치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라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상황과 맥락에 비추어 맞춤하게 해석해야 한다. 어떤 분은 교수로 재직할 당시에 보기드물게 '교육본질'을 추구하며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실제로 이 분은 지난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다분히 '정치적' 활동을 해 온 상대 후보를 '교육본질 회복'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는데 성공하여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바로 문용린 교육감 이야기다.
속이 쓰린 분들도 많았겠지만 일말의 기대를 갖는 분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선거 때야 무슨 말을 못하겠나? 그의 학자적 양심을 믿어보자' 이런 기대 말이다. 그래서 더러는 논평도 삼가고, 때로 수위를 낮추어 조용히 말하며 그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새교육감이 서울교육을 관장한 후 실행 혹은 계획되고 있는 것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전원이 참가하는 단축마라톤대회'와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교육감께서는 정말로 '교육본질'에 터하여 중2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교육감은 '교육본질 회복'에 대한 사무치는 열망으로 혁신학교를 '정상화'하고자 '평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중2 아이들이 통계적으로 학교폭력에 더 노출돼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다. 소모적 경쟁과정에서 누적된 아이들의 스트레스의 근원을 따져보지 않고 대증적 처방으로 실시됐던 몇 가지 정책들의 효과도 거의 없었다는 것도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단축마라톤을 뛰게 한다는 것일까? 정확한 의중을 들어본 바 없으나 이것이 '전시성 이벤트'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혁신학교에 대하여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읽힌다. 표준화된 획일적 학교평가 기준이 학교의 성장과 발달에 별로 도움을 주지못한다는 사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어렵게 싹을 틔워 이제 조금씩 대지와 호흡하려하는 단계인데, 이 시기에 혁신학교를 대한 감사하고 평가하겠다는 발상, 그것을 예산과 연계하겠다는 발상은 전임 곽노현교육감의 성과에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문교육감이 교수 시절 강조했던 '교육본질'은 이제 서울교육의 수장으로서 그 실천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적' 의도에 가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정치적 의도'를 배제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서울교육의 최종 실행자인 나는 단축마라톤대회나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교육적이기보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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