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이봐, 젊은이!
서울대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성토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있었다고 한다. 곧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대학은 시국 문제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슈가 없어서 였을까? 그동안 크고 작은 이슈들은 있었다. 단지 그들의 실존적 입장에서 보면 덜 중요했을 뿐이다.
도대체 그들의 실존적 입장이란 무엇일까?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유명한 교육학자께서는 지금도 교육의 단 한가지 목적을 '심성함양'이라고 주장하신다. 맞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은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대책없는 공허감을 유발한다.
학자께서는 조선시대의 선비처럼 공자왈 맹자왈하며 삶의 비루함과는 전혀 상관없이 양반의 체면을 지키며 고고하게 심성함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현실은 너무 버겁다.
대학에서 학점을 매길 때 상대평가를 실시한지는 꽤 됐다. 고등학교까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한 평생을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 경쟁이 그들에게 숨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긴장의 끈을 놓으면 단순히 원치 않는 직업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영영 해결하지 못하게 되어 피폐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압박감은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젊은이들의 사유를 앗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아파야 청춘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20대부터 마음 다스리는 법을 알아야 잘 살 수 있다고 하고, 내려 놓을 것도 없는 젊음들에게 '내려 놓으세요.', '비워야 채워집니다.'를 주문하는 이 기형적 구조는,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에만 과잉 집착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 사회는 젊음들의 답답하고 버거운 일상을 개인적 능력으로 치환하여 '너만 열심히 하면 살만한 사회야'라고 주술 같은 속삭임을 계속한다. 이 틈을 타서 청춘멘토들이 희망을 주겠다며 입담을 과시하고, 피곤한 청춘들을 향해 폭력적 힐링산업이 난무한다.
그런 와중에 대학생들로부터 시국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꽤 파급력을 가질지 지금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반갑다. 젊음은, 그 에너지가 꺼져 정말로 먹고사는 일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생활인이 되기 전까지 목소리를 낼 자유가 있으며 그것이 곧 지성이다. 또한 길게 보아 진리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이 회복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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