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교육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2기 출범준비위원(인수위 개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다섯 번에 걸친 본회의가 있었고, 오늘부터는 교육청 각 부서의 공약이행계획을 보고 받는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바, 교육감은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 공약으로 만들고 이들 대부분을 학교현장에서 실행한다. 그러나 현장교원들은 법령상으로 정치활동 금지는 물론, 선거 시기 사소한 의견표명조차도 금지돼 있어 정책에 관하여는 심각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교육청을 통해 내려오는 많은 사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에서 이중적 부담을 떠 안는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지난 번 준비위 본회의에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부서의 공약이행계획을 검토할 때, 몇 가지 검토 원칙을 가지고 함께 고민을 하려 한다. 사실상 부서 입장에서는 몇 줄의 공약 내용만으로 질높은 이행계획을 수립하기는 힘들다. 두 주간의 검토과정에서 조금 더 진전된 정책이 수립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의 검토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이 정책은 충분히 교육적인가, 교육 외 다른 논리가 과도하게 들어가지는 않았는가. 교육적이라는 것은 이 정책이 실행되었을 때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이 경우 즉시 효과보다는 아이들의 내재적이며 잠재적인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고 지속적으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2) 학교의 사정과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효과도 크지 않은데, 교원들의 업무를 과도하게 유발하지는 않는가. 물론 그렇다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현장 부담 논리에만 맡길 수 없으니 그 경우에는 현장에서 합리적으로 업무 분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로 동력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인가. 특히 이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정책은 실행될 수록 구성원을 소진시키는 것이 있고, 어떤 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구성원을 주체로 나서게 하여 큰 동력을 만드는 것이 있다. 학교 구성원의 성장을 돕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조정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4)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 중 가장 큰 것인 '정책정비'와 선순환적으로 맞물리는가. 정책정비 과정에서 나온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같은 공약이라도 현장에서 나온 의견에서 일회성 연수, 전시성 사업 등으로 지적된 것들은 가능한 배제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감 당선 직후 현장교원 150명으로 구성한 서울교육정책평가단 대토론회에서 현장 선생님들과 교육감님이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부분 공감한 내용들이 있다. 그 정신도 살려 공약이행계획에 반영하려고 한다. 교육감께서 선거 과정에서 서울교육의 '조용한 변화, 일관된 혁신'을 말씀하신 바 있다. 과도하게 요란 떨지 않으면서도 큰 줄기를 잡고 가는 서울교육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싶다.
사실 전문직으로 전직하여 연수원에서 2년, 지금 본청에서 정책담당으로 2년째, 체력도 정신상태도 고갈 상태이지만, 앞으로 4년간의 정책이 수립되는 이때는 매우 중요한 시기여서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하려고 한다. 벗들의 성원을 기대한다. 특히 서울 선생님들,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리고 상상톡 제안을 통해 정책참여를 활성화해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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