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좋은 사람, 싫은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리 없다. 만약 누군가의 인격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그 기준은 말하는 자의 관념 속에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역할이나 능력에 대하여 판단을 내려야만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구체적 사실이나 경험, 행위 등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실 인격은 자신의 경험과 행위에 깃들어 있다.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고고한데, 하는 행위는 상식적 기준에서 멀다면, 이는 허위적 고고함이다.
가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에 대한 '평판'을 듣는다. 좋은 것도 있고, 때로 듣기에 거북한 것도 있다. 가끔 내가 했던 어떤 일이 아니라 나의 인격 자체에 대한 평판을 전해들을 때 당혹스럽다. 내가 하는 어떤 행위에 대하여 지적이 들어오면, 그리고 지적이 충분히 합리적이면 행위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본시 사람의 '인간성'이라는 것은 그렇게 쉬이 바뀌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을까? 이것 역시 내 주관속에 들어 있는 판단을 기초로 한다. 여기서는 좋은 사람이 저기서는 나쁜 사람이 되고,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있고, 그가 했던 행위가 있을 뿐이다. 세상의 스토리는 항상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른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안에 깃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사람을 구분하고 분리하는 잣대로 쓰인다.
'좋은 사람 : 나쁜 사람' 구도가 아니라 '좋은 사람 : 싫은 사람'의 구도는 어떨까. 후자의 구도에서 좋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한 이런 접근은 개인의 신념 또는 취향을 반영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취향은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부지불식간에 체화된 사회적 인식이 끊임없이 선과 악을 가르고 단죄하며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에 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취향까지도 선악 개념으로 판단하여 사냥을 시작해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가 넘친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에게도 '싫은 사람'이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개방적인 편이지만, 나에게도 피곤한 대화가 있고, 서둘러 종결하고 싶은 만남이 있다. 내가 어떨 때 그런 피로를 느끼나 하고 생각해 보니,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지난 글에서 확증편향과 선택인지에 대한 생각도 밝혔지만, 자기 확신에 빠져 세상 모든 상황을 자기 기준으로만 보고, 해석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이럴 땐 토론도 힘들고 상호작용도 힘들다. 최대한 서둘러 대화를 끝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혹시 나도 남에게 그렇게 비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고 '대화의 개방성'을 다듬는다.
이곳 SNS에도 타자에 대한 비난이 넘친다. 행위에 대한 판단을 넘어 인간성을 도마에 올려 비난하면 곧 동조하는 댓글이 달린다. 이 과정에서 사실도 분노도 증폭한다. 타인의 판단에 기초하여 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할 땐 이렇듯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얼마나 '싫은지를 말하는 것'은 내 취향까지 드러내는 행위다. 이는 아무 생각없이 타인을 비난하는 행렬에 끼어들려는 제 삼자의 균형을 돕는다. 난 이 방법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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